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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기/미국

[샌프란시스코]커피투어 Vol.5-부에나비스타(The Buena Vista)

이제는 기억마저 가물가물해져가는 샌프란시스코 방문기. 그도 그럴것이 4월 중순에 방문하고 나서 지금까지 8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니 기억이 흐릿해지는건 당연하다. 하지만 늦은 밤 '인앤아웃' 으로 배를 채우고 찾은 '부에나비스타Buena Vista'에서 마신 따뜻한 '아이리쉬 커피'의 맛과 그 당시의 분위기만큼은 점점 선명해진다.


샌프란시스코 도착 첫 날, 숙소로 이동하던 길에 (전)이사님께서 커피에 술을 타서 마시는데 거기는 꼭 가봐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물론 거기가 어디인지는 알려주시지 못하셨다. 본인도 어딘지 모르셨던 거 같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술을 타서 마시는 커피' 는 호기심을 잔뜩 불러일으키는 메뉴였다. 커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그것이 너무나도 유명한 '아이리쉬커피'라는 걸 뒤에 알았지만 말이다.


아이리쉬 커피 Irish Coffee


아이리시 커피(아일랜드어: Caife Gaelach, 영어: Irish coffee)는 블랙 커피와 위스키를 3대 2의 비율로 잔에 부은 다음, 갈색 설탕을 섞고 그 위에 두꺼운 생크림을 살짝 얹은 커피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에 아일랜드 서부에 있는 샤논(Shannon) 국제 공항의 한 술집 주인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커피를 마실 때는 숟가락으로 크림과 커피를 섞어서는 안 되며, 크림 사이로 커피가 흘러나오도록 하면서 크림과 커피를 반드시 동시에 맛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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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나비스타를 최초에 어떻게 찾았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 아마도 Pier 근처 유명 맛집 또는 가볼만한 곳을 검색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곤 인앤아웃버거를 처음 맛보고 너무나 만족했던 그 날 밤, 그 기분을 가지고 그대로 부에나비스타로 향했다. 

붉은 색 네온사인이 매력적인 부에나비스타. 네온사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취하는 듯 하다. 

검색을 통해 유명한 집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미국에서 처음 아이리쉬커피를 만든 곳' 이라고 인정해주는 명패를 보니 유명세가 실감이 났다. 

국내에선 오래전 땅콩항공의 광고 덕분에 알려졌다고 하는데 난 왜 그 광고를 보지 못한걸까? 봤는데 기억을 하지 못하는걸까?

문을 열고 펍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에서만 보던 '어메리칸 펍'을 직접 들어와 보게 될 줄이야. 영화의 한 장면인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왕 들어왔으니 좀 더 진하게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과감하게!!!! 바에 자리를 잡았다.(사실 남은 자리가 거기 밖에 없었다.) 

바 끝 쪽 자리에 부에나비스타 굿즈와 아이리시커피에 대한 설명이 담긴 장식장이 놓여져 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술집 굿즈를 굳이 사가지고 가야겠어?' 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컵 이라도 하나 사 오는건데... 아쉽다.

장식장을 둘러보던 중 아이리시커피의 제작비법(?) 을 발견했다. 아니.. 이거 기업비밀 아닌가요??? 이렇게 기업비밀을 다 노출하면 장사는 어떻게 하시려고... 너무나도 친절히 설명이 되어 있어 나중에 만들어 먹어볼 요량으로 사진을 찍어왔다. (그리고 실제로 해 먹었다!)

펌 내부를 간단히 구경하고 난 뒤 바텐더에게 잔뜩 허세 낀 목소리로 'One Irish coffee, Please' 라고 주문했다. 나 좀... 머... 멋지다!!!  

주문을 받은 바텐더는 너무나도 무심하게 내 앞에 '부에나비스타' 냅킨을 깔아주고 커피를 만들러 가신다. 캬 그 시크함이란~

까페처럼 커피를 한 잔 한 잔 정성스레 내리고 위스키도 정량을 딱 재서 넣어주고 하는 그림을 기대했으나 여기는 까페가 아닌 펍이라는 걸 깜빡했다. 스피드가 생명인 이 곳에서 정성어린 드립커피를 기대하다니! 

대충대충 뚝딱뚝딱하더니 아이리시 커피가 나오셨다(?!). 옅은 갈색의 커피+위스키와 하얀 휘핑크림의 만남. 마셔보지 않아도 그냥 맛있을 거 같다.


아이리쉬 커피 한 잔의 가격은 2018년 4월 기준으로 $10.50. 12,000원 정도 하는건가? 그냥 커피라고 생각하면 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셈이고 펌에서 위스키 한 잔을 마신다고 생각하면 뭐.. 그냥 저냥한 수준? 하지만 맛과 분위기를 모두 합한 가성비를 따진다면 결코 비싼 금액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커피의 맛을 글로 표현해 보자면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휘핑크림 그리고 위스키의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쓰면서도 쌉싸름하고 그러다가 달콤하기도 한 묘한 맛이났다. 생각보다 강한 위스키 맛 덕분에 커피를 마시고 있음에도 얼굴이 벌개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평소 커피 마시는 속도로 마신다면 '부에나비스타의 느낌'을 느끼기는 커녕 샌프란시스코 앞바다를 바라보며 노숙을 하는 불상사가 생길 듯하여 홀짝 홀짝 마셨다.  

온 몸에서 연륜이 느껴지던 베테랑 바텐더느님. 저렇게 여유롭게 웃으며 펍을 바라보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듯 여유롭게 대충대충 아이리쉬 커피를 만들거나 맥주를 따라준다.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 아이리쉬커피. 4월초 쌀쌀한 샌프란시스코의 밤날씨에 오들오들 떨었는데 위스키와 따뜻한 커피 덕분에 온 몸에 온기가 돌았다. '한 잔 더 마시면 알딸딸 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앤아웃버거에 이어 또 한번의 대만족을 느끼며 펍을 나섰다. 어두운 샌프란시스코의 밤거리에 부에나비스타 네온사인이 붉게 빛나는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봤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꼭 한 번 더 와야지하는 다짐을 했다. 꼭!!!!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마지막 밤.풀어놓았던 짐을 챙기고 저녁 늦게 숙소를 나섰다. 목적지는 '부에나비스타'. 꼭 다시 들르겠다는 다짐은 마지막 날 밤이 되서야 지킬 수 있었다.   


여전히 매혹적인 붉은 네온사인. 나에게 샌프란시스코는 어떤 색이니? 라고 묻는다면 난 붉은색이라고 이야기 할 것 같다. 붉은 색 벽돌, 붉은색 금문교 그리고 붉은색 부에나비스타 네온사인.

늦은 시간임에도 어김없이 펍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번에는 보지 못한 바텐더가 바를 지키고 있었다.  검색을 통해 포장이 된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이번엔 바텐더에게 'One Irish Coffee, to go please' 라고 주문을 했다. 생존영어는 어디가서도 빛이 난다 ㅋㅋㅋㅋ

포장해온 부에나비스타 아이리쉬커피. 커피와 위스키를 따로 준다. 위스키를 주면서 바텐더가 뭐라뭐라 했는데 제대로 듣지를 못했다. '위스키를 얼마 넣어마셔~' 하는 뉘앙스였는데 그 얼마가 뭐였을까? 음식은 남기는거 아니라는 부모님 말씀에 커피에 작은 위스키 하나를 다 넣었다. 아무래도... 바텐더 말을 잘 들을 걸 그랬다. 쎄다... 위스키 맛이 너무 쎄서 커피 맛을 느끼기도전에 취할 것 같았다.


포장해 온 아이리쉬커피는 펍에서 마셨을때와는 50%정도 다른 느낌이었다. 그 장소에서 먹지 않았다는게 가장 큰 차이점이겠으나 포장을 해오면서 식어버린 커피와 커피에 녹아버린 크림 그리고 너무 많이 넣은 위스키때문이겠지. 이래서 전문가가 만든 걸 먹어야 하는거다. 

조금 많이 아쉬운 아이리쉬커피를 즐기며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부에나비스타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고싶다면 http://www.thebuenavista.com/home/home.html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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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를 다녀오고 나서 가장 아쉬웠던 건 Tullamore Dew 를 사오지 않은 것이었다. 아이리쉬 커피는 만들어보고 싶은데 Tullamore Dew는 한국에선 판매하지 않고  부에나비스타와의 의리(?) 때문에 Jameson으로는 하기 싫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던 중 기회가 되어 싱가포르 출장을 가게 되었고 마침내!!!!!!!! 싱가포르 창이공한 면세점에서 Tullamore Dew를 살 수 있었다. 이제  아이리쉬 커피를 만들 수 있다!!!!

 

무려 7개월간의 기다림 끝에 탄생한 바리스타션쿤표 아이리쉬커피. 생각보다 만들기 쉬웠고 기대한 것보다 잘 만들었다 ㅋㅋㅋ 부에나비스타에서 마신 것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마지막 날 밤 포장해온 것보단 맛있게 만들어졌다. 


어느덧 달력은 12월, 계절은 겨울. 아이리쉬커피를 즐기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 왔다. 위스키도 충분히 있겠다 커피는 언제든 준비되어 있으니 올 겨울은 아이리쉬커피와 상당히 많이 친해질 거 같다. 


부에나비스타 소개를 마지막으로 대장정의 샌프란시스코 커피투어 포스팅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포스팅을 다 쓰고나니 샌프란시스코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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