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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과 필즈커피에 이어 방문한 곳은 사이트글라스 커피SightGlass Coffee. 이 곳 역시 블루보틀이나 필즈커피처럼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브랜드이다. 


스페셜티 커피

스페셜티 커피 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에서 정한 스페셜티 기준에 따라 커피를 평가하며 100점 만점에 80점이상이 되는 커피에 한해 스페셜티 커피라는 등급이 정해진다. 스페셜티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생두 350g과 원두 100g의 샘플 중량에서 측정

2. 수분 함유량

- 워시드 커피: 10~12% 이내

- 내추럴 커피: 10~13% 이내

3. 콩의 크기: 편차가 5% 이내 일 것

4. 냄새: 외부의 오염된 냄새(Foreign ordor)이 없을 것

5. 로스팅의 균일성: Quaker(로스팅 시 충분히 익지 않아 색깔이 다른 콩과 구별되는 덜 익은 콩)는 허용되지 않음


* 개인적으로 방문했던 커피 매장 중 '커피의 맛'은 사이트글라스가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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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글라스 방문은 점심시간에 이루어졌다. 

'밥은 먹어야겠는데 미국까지와서 혼밥하기는 싫고 그냥 커피나 한 잔 해야지' 하는 생각에 유명한 커피매장을 검색했다. 그 가운데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에 사이트글라스라는 트렌디한 매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270 7th St, San Francisco, CA


모스콘센터에서 4블럭 떨어져 있어 '뭐 그렇게 먼 건 아니네' 생각했으나 사실... 한 블럭의 길이가 꽤 길다는 사실을 미쳐 몰랐다. 게다가 시내 중심부와는 가깝지만 분위기는 할렘가를 연상케하여 사주경계를 하며 발걸음 재촉해야 했다.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 자체가 자유로운 분위기면서도 빠르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역시나) 입간판 하나 달랑 서 있는 사이트글라스 매장.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스쳐 지나갈지도 모른다.


허리 높이 정도의 작은 입간판. 사이트글라스의 로고 주위로 커피와 관련된 독창적인 일러스트가 그려져있다.


사이트글라스 입구에는 자전거를 세워.. 아니 걸어둘 수 있는 장소가 있다. 고객과 처음 접하게 되는 장소를 자전거에게 과감히 양보할 수 있는 베짱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이런 풍경까지도 감안을 하고 인테리어를 진행하는걸까? 한국이었다면 자전거 거치대 자리에 야외 테이블 2~3개를 가져다 놨겠지...  


매장에 들어서면 강렬한 커피향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커피매장에서 커피냄새가 나는게 당연하지만 매장 내부에서 엄청난 규모로 로스팅roasting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향이 다른 매장들보다 더 풍성하고 강하다. 사이트글라스라는 이름이 Probat 커피 로스터기에 붙어있는 로스팅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창에서 나왔다고 하니 매장에 로스터기가 있는 것이 이해가 된다. 


다른 글을 보니 로스팅을 매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로스팅 하던 시간에 맞추어 방문한게 엄청난 행운일지도. 콩 볶는 고소한 냄새가 매장 안을 가득 채운다.


매장은 1, 2층으로 나뉘어진 구조인데 1층에는 바 형태의 자리만 준비되어 있고 테이블은 전부 2층에 마련되어 있다. 한국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지만 미국에선 바 형태의 좌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혼자 조용한 시간을 즐기거나 바리스타(대부분은 바텐더)와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형태다.


상당한 매장 규모를 자랑하지만 앉을 수 있는 좌석은 2층에 조금 준비되어 있다. 심지어 2인석, 4인석 좌석은 정말 몇 개 없고 단체로 앉는 큰 테이블과 매장을 바라보고 앉을 수 있는 바 형태의 좌석이 준비 되어있을 뿐이다. 1층은 주문을 하고 커피를 받아가는 공간과 로스팅공간 그리고 굿즈를 판매하는 구역으로 이루어져있다. 


상당히 공간비효율적인 것 같으면서도 넓직넓직 시원한게 색다른 매력이 있는 매장 내부모습이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는 동안 굿즈를 살펴봤다. 굿즈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매장이라도 굿즈를 판매하면 꼭 살펴보는 편이다. 브랜드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에 굿즈만한게 없기 때문이다. 


사이트글라스도 다양한 커피도구와 함께 독창적인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초록색이 눈에 띄게 이뻤던 에코백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 하나 들고 왔어야 했는데... 


주문한 커피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계단 옆에 눈에 띄는 태그가 잔뜩 걸려있었다. 계단 옆에 로스팅한 원두를 포장하는 곳이 있는데 아마도 커피 종류에 따라 태그를 붙이는 것 같다. 직접 물어본게 아니라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홈페이지 에서 판매하고 있는 원두에도 태그와 동일한 색이 사용된 것을 봐선 커피의 종류와 원산지에 따라 색을 분류하는 듯 하다. (https://sightglasscoffee.com/shop) 


제발... 한국도 쉬핑Shipping 해주면 안되겠니!!!!


사이트글라스 2층에 발을 내딛기 직전!


평일 점심시간이라 북적이지 않고 조용해서 더 좋았다. 무엇보다 매장 인테리어가 너무 맘에 들었다. 시멘트와 나무의 조화.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 미친듯이 어울리는 조합. 나중에 (혹시라도) 가게를 차린다면 꼭 이런 컨셉으로 매장을 꾸미고 싶다.


바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1층을 내려다보고 싶었으나 바 자리는 만석! 넓디 넓은 8인석 자리에 홀로 앉아 커피를 한모금 했다. 쌉싸름한 커피의 맛이 너무나 좋았다. 적당히 시큼하고 적당히 씁쓸한 느낌이랄까? 맛알못이라 바디감이 어떠니 저쩌니 이런말은 못하겠고 지금까지 마셔본 커피 중 맛있다고 표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커피 중 하나였다.


이래서 스페셜티 커피를 비싼 돈 주고 마시는건가? 


2층 한 켠에 트레이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아마도 신입 바리스타가 들어왔을 때 사용하는게 아닐까 싶다. 혹은 일일 강좌 같은 걸 열지도 모르고. 로스팅과 브루잉 그리고 바리스타 트레이닝이 매장 한 곳에서 모두 이루어지니 마치 커피 공장을 견학하는 느낌을 받았다.


2층에서 바라본 1층의 모습. 브루잉을 하는 모습을 A부터 Z까지 지켜볼 수 있다. 매장 공간이 넓직하니 주문대가 독특하게 U자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천조국스러운 공간 활용이 아닐 수 없다.

 

커피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했더니 어느새 커피 한 잔을 다 마셨다. 하루종일 있고 싶은 공간인데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 


이 곳을 또 언제 방문 할 수 있을까? 그때까지 사이트글라스가 이 장소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을까? 어쩌면 이 방문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괜히 1층에 내려가 매장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매장 전면 유리에 금빛 찬란하게 빛나던 사이트글래스 로고. 

커피샵Coffee Shop 이 아닌 커피 바Coffee Bar로 포지셔닝하고 있다는게 독특하다. 

 

어느 덧 샌프란시스코에서 핫하다는 커피 브랜드 3곳을 가봤다. 짧디 짧은 시간에 돌아다니느라 오래 머무르며 깊이를 음미하지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여운이 남아 있는 것도 그걸로 좋은 것 같다. 한국과는 다른 트렌드를 직접 느껴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맛있는 푸어오버Pour-Over 커피를 마시고 다시 현실세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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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글라스 커피를 찾아가는 도중 길 건너편 건물에 사람들이 긴 줄을 만들고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글 맵에 특별히 찍히는 장소가 없는데 도대체 뭐지?? 유명한 식당이 있는건가? 추측만하고 계속 걸었다.


그리고 커피를 한 잔 하고 RSA 컨퍼런스장으로 돌아가는 길. 아무래도 긴 줄이 마음에 걸려 가게를 찾아갔다.



1058 Folsom St, San Francisco, CA 94103

(http://www.deliboardsf.com/)


사람들이 가게 앞 테이블에서 샌드위치 같은 걸 먹고 있다. 아까처럼 줄을 서지는 않지만 밖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가게이름은 델리보드Deli Board. 폭풍검색을 해봤다. ㅋㅋㅋㅋㅋ 역시 내 감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검색해보니 여기 맛집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매장은 간판이 전혀 없다. 작은 입간판조차 없다. 밖에서 보면 샌드위치 가게라고 추측할 수 있는 단서는 단 한 개도 없다. 그야말로 로컬들만 알 수 있는 로컬 맛집!!!! (일단 네이버에서 검색되지 않으면 로컬맛집ㅋㅋㅋㅋ)


샌드위치니까 포장해서 RSA 컨퍼런스장에서 먹음 되겠지 싶어 주문대기줄에 합류 했다.

매장이 넓지 않아서 테이블이 8갠가(?) 비치되어 있었는데 만석! 포장해서 가지고 가려고 기다리는 사람은 그보다 배 이상 많았다. 


검색을 해보니 콘비프Corned Beef가 들어간 메뉴를 먹어야 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 강추되는 메뉴는 Bradley. Make It Basic 이라고 해서 서브웨이처럼 개인취향에 따라 만들어 먹을수도 있는거 같은데 짧디 짧은 영어로는 그냥 주문하는 것도 엄청난 집중을 요하기에 강추하는 메뉴로 주문했다.


심플하기 그지없는 카운터 내부. 인테리어가 이렇게 투박한걸 봐선 맛으로 승부하는 집임에 틀림없다! 


매장에 붙어 있는 메뉴판. 친절한 사진 안내같은 건 없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재료를 가지고 본인이 머리속으로 상상을 해야 한다. 사실 이 메뉴판은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 찍어왔다. 


이 곳도 꽤 오래동안 장사를 해왔을거고 세월이 지나면서 샌드위치 가격도 올랐을 것이다. 1년에 한번씩 올랐을 수도 있고 그보다 더 자주 올랐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가격이 바뀌면 메뉴판에도 표시를 해야 하는데 한국 같으면 보통 메뉴판 위에 바뀐 금액을 적은 종이를 붙여서 바꾼다. 


하지만 델리보드는 메뉴판 자체를 새로 프린트해서 (구) 메뉴판 위에 붙여버리는 듯 하다 메뉴판을 잘 보면 맨 위 종이 밑에 여러장의 종이가 붙어있는 걸 볼 수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붙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언젠간 다 띄어내고 새롭게 한장만 붙여 놓겠지?



주문하고 10여분정도 기다렸을까? 샌드위치가 나왔다고 점원이 이름을 불렀다. 외국에서 외국인이 영어이름을 불러줄 때의 두근거림이란 ㅋㅋㅋ 그렇게 주문한 Bradley 샌드위치가 내 손에 들려졌다.


* 내 포스팅 때문에 델리버거 완전 유명해지는 거아냐?? 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본다.... 델리보드 사장님. 혹시라도 대박 터지면 할인 쿠폰 좀 보내주세요!!!!



RSA 컨퍼런스장으로 돌아가는 길. 블루보틀 매장이 있는 건물을 지나가며 이 뷰로 사진을 찍은게 없어 흔적을 남겨본다. 


커피로 배를 채우나 싶었는데 이게 왠 호사!!! 조심스레 종이백에서 샌드위치를 꺼냈다. Brad 라고 적혀있는걸 보니 내 샌드위치가 맞는 것 같다.샌드위치와 함께 먹으라고 비닐백에 오이피클 2개를 같이 담아줬다. 역시 천조국 형님들답게 오이피클로 쪼잔하게 슬라이스해서 주지 않는다.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두 조각 딱! 넣어준다! 


잊을 수 없는 델리보드 샌드위치. 들어가 있는 고기 양이 한국에서는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는 양이다. 이 정도면 고기국을 끓여도 몇십명이 맛있게 먹을 정도.


크기는 또 어찌나 큰 지 서브웨이에서 30cm를 주문해서 먹으면 아 딱 좋은 양이다 싶은데 델리보드는 기분 상 30cm 서브웨이 두 개를 먹는 느낌이다. 빵 길이도 길이지만 들어가있는 토핑의 양이 상당해서 샌드위치 하나를 한 끼 식사하기엔 양이 살짝 많다. 여자분들은 100이면 100 반은 남길만한 사이즈. 다시 한번 은혜로운 천조국 형님들의 위엄!!! 이렇게보니 오이피클을 혜자롭게 두 덩어리나 담아 주는 지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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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에서 낯선 곳의 우연치 않은 방문. 젊었을 땐 마냥 좋기만 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떨리고 설레이는 감정 외에 겁이라는 감정이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이래서 나이 먹으면 패키지여행을 다니게 되는 걸까? 


그래도 아직까진 설레는 감정이 더 많이 드니 나 아직 젊은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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