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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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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하고 부러진 내 코뼈 중학교 2학년 무렵으로 기억한다.동네 근처의 종합학원을 다녔다. 정해놓은 적은 없지만 내 자리는 맨 뒤 책상이었다.맨 뒤 책상은 히터/에어콘과 가까웠고 유리칸막이를 통해 옆 교실을 볼 수 있었다. 그 날은 다른 날과 다름 없는 하루였다.맨 뒷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는데 옆 반에서 에어콘을 계속 발로 찼다.(이 당시 에어콘은 스탠드형이 아니라 병원 휴게실에 가면 볼 수 있는 테이블 형태의 에어콘이었다.)그 소리가 거슬려 누가 차고있는지 옆 반을 살펴본 순간 그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눈이 마주친 그 순간 '누군가' 는 나에게 '뭘 쳐다봐' 라는 입모양을 건넸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내가 뭘 쳐다보는지 궁금했던 그 '누군가' 는 친구들을 대동한 채 '야 이 XX 야. 너 몇 살이야! 나와 이 XX 야'..
리미티드에디션 153 문구류에 관심이 1도 없지만 '한정판'이라는 단어만 붙으면 일단 달려들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실제 구매까지 이어진 건 단 한번 뿐이다.한정판 모나미153볼펜심지어 35년간 구매한 모든 물건 중 가장 만족해하며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일반 모나미 153 볼펜은 왠만한 한국인이라면 한번정도 손에 잡아봤을만한 흔한 볼펜이다.문방구에서 200원(?) 정도로 싼 값에 구매할 수 있는데무난한 필기감과 저렴한 가격때문에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오는 듯하다.모나미 153 볼펜의 특징은 '볼펜똥(잉크찌꺼기)'에 있다.필기를 조금 길게 할라치면 볼펜 끝에 '볼펜똥' 잔뜩 묻어나와 꼭 볼펜을 닦아줘야했다.이렇게 친숙한 모나미 153 볼펜이 '한정판'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볼펜이 한정판이래봤자 뭐 얼마나 대단하겠..
행복을 찾아서 워낙 간이 콩알만해서 작은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주눅드는 성격이다.한번 주눅들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자괴감에 빠져서 가급적이면 상처를 안받기 위해 노력을 한다.하지만 세상사 내가 원하는대로 되었던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그렇게 자괴감이 들고 힘들때마다 '행복을 찾아서' 라는 영화를 보게된다.무려 10년전에 블로그에도 포스팅했던 적이 있던 영환데 참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다.(영화 리뷰는 이곳에서: http://aka-s2an.tistory.com/91) 영화의 제목에서 이미 스포일러를 듬뿍 뿌리고 가는 전형적인 감동스토리 영화지만이상하리만치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감동스토리 영화들과는 다르게 묵직한 뭔가를 던져준다. -100일동안 글쓰기 스물아홉번째날-
돈까스 지금이야 김밥천국에 가던 일식집에 가던 이마트 냉동코너에 가던 돈까스를 만나볼 수 있지만내가 어렸을 적 그러니까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돈까스는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 같았다.맞벌이를 하시던 부모님은 퇴근길에 집 근처 '경양식' 가게로 부르셔서 돈까스를 사주곤 하셨다.어렸을 적 내 '최애' 음식은 돈까스 뿐이어서 '석관동 할아버지(석관동에 사시는 친척 할아버지셨다.)' 가뭘 먹고 싶냐고 물으시면 항상 '돈까스요' 라고 대답을 했고 그러면 할아버진 날 돈까스 집에 데리고 가셨다. 경양식 집에서 먹던 돈까스는 정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돈까스가 나오기 전에 김이 모락모락나는 노오란 색 스프를 가져다 주면 후추를 살짝 친다.스프 냄새와 후추 냄새가 섞인 냄새는 그렇게 완벽할 수가 없다.따끈한..
손톱, 발톱을 위한 가면이 필요해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는 없지만 오른손 엄지 손톱만큼은 숨기고 싶다.내 오른손 엄지 손톱은 엄지발가락처럼 짧고 뭉뚝한 데 '뱀머리 손톱', '우렁 손톱' 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마치 긴 엄지 손톱을 누가 '톡' 자른 것 처럼 왼손 엄지손톱 길이의 절반만하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함 점은 거의 없으나 짧고 뭉뚝하다보니 볼링을 칠 때 맞는 공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사실 이건 '불편하다' 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내 손톱모양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으나아무래도 못생긴 모양과 남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점 때문에 당당히 손을 내밀지 못한다. 손톱이 못생겼다고해서 이상한 것도 아니고 숨길 내용도 아닌데 손을 보일 일이 생기면 괜시리 위축된다. 그렇다고 수술을 할 수도 없고 나름 고민이 많다. 발톱도 역시..
우유 한 번 시원하게 원샷 해보고 싶다. 가리는 음식없이 다 잘먹기는 하나 못먹는 음식이 하나 있다.정확히는 안먹은 음식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안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그 음식은 우유라고 하는데 주로 흰색을 띄고 있지만 때로는 빨간색 때로는 갈색을 띄기도 한다.우유를 안먹는 이유는 딱 한가지, 유당불내증이 있어 우유만 마시면 폭풍설사를 하기 때문이다.진짜 가아아아끔 우유를 마셔도 평소와 편안하게 생활하는 경우도 있으나100에 90은 우유를 마신 후 5분도 지나지 않아 화장실로 달려가서 20분 이상을 있어야해서가능한 우유를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행위가 얼마나 불편한가보면 배가 고플 때 가볍게 우유 한 잔 하거나 시리얼을 부어서 우유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이 없으며 네스X 같은 핫초코를 먹는 즐거움도 ..
1년 남았습니다. '당신의 인생은 이제 1년 남았습니다.'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년. 1년 뒤 난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난 1년동안 무엇을 할까?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에서 그 시작이 '부인(Denial)'이라고 하니 2~3개월은 죽음을 부인하며 보내지 않을까 싶다. 이제 남은 건 10개월 남짓. 이제는 시간을 헛되이 쓸 수 없다. 죽기 전에 하지 못한 일을 최대한 많이 해보고 싶다.그래. 먼저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사자. 그리고 한 달동안 안필드에서 펍에서 축구를 보고 리버풀 팬들과 원정경기를 떠나보자. 그렇게 한 달은 영국에서 축구만 보고 오자.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꼭 해보고 싶던 일이었으니 후회는 없다. 이제 남은 건 9개월.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할 수 이..
입조심 눈과 귀는 두 개인데 입이 하나인 이유는?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듣되 말은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의 진리를 체득해가고 있는데 그 중 '말을 아껴야 한다'는 진리는 진리 of 진리라고 생각한다.하지만 그 때문에 요새 생활이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다.워낙 말 하는 걸 좋아해서 팟캐스트니 멘토링이니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 기웃거리고 있지만점점 말을 아끼고 더 많이 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나고 있어 심신이 고달파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강박은 회사생활에서 더욱 심해진다.농담 하나를 할 때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이야기는 아닌지 단어 하나하나 짚어보게 되고회의할 때나 업무 협조를 부탁할 때에도 최대한 예의를 지킨답시고 끊임없는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30대 초반 까지만 해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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