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 일출이나 일몰을 보는 경험은 굉장히 특별한 느낌이다. 똑같은 해가 뜨고 지는건데도 느껴지는 감정은 확실히 다르다. 풍경때문일까
하지만 도쿄, 오사카 등 일본의 유명 관광지 도시는 어김없이 바다를 끼고 있어도 도쿄 OO 해변의 일몰' 이나 '오사카 OO해변의 일몰' 같은 키워드는 쉽게 검색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XX타워에서 일몰과 야경 보기' 같은 키워드가 검색된다.
그에 비해 후쿠오카에는 아름다운 일몰을 자랑하는 관광지가 있는데 바로 모모치해변海浜公園이다. 코타키나발루의 100만불짜리 선셋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대신하고자 여행 이틀째 저녁 일정을 모모치해변으로 잡았다.
주소: 〒814-0001 福岡県福岡市早良区百道浜2丁目、4丁目地先
열심히 텐진거리에서 축덕력을 자랑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흘렀다. 일몰을 보기 위해 모모치해변을 가야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촉박했다. 심지어 어떻게 가야 하느지도 모르는 상황. 구글맵을 키고 확인해보니 버스를 타면 간당간당 일몰시간에 맞출 수 있을거 같았다. 그리고 다행히 모모치해변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근처에 있었다.
버스정류장엔 친절하게도 한국어로도 도착지가 표기되어 있어 노선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게다가 모모치해변으로 가는 버스노선도 많았다. '이렇게 여행의 신이 우리 가족을 도와주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 날 모모치해변 근처에 위치한 후쿠오카돔에서 후쿠오카 소프트뱅크스의 홈경기가 열린다는 건 미처 알지 못했다.
모모치로 가는 버스는 많은데 오는 버스마다 야구 모자랑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한가득 타고 있어 유모차를 들고 탈 수가 없었다.
만석인 버스를 보며 아내와 '과연 우리.. 갈 수 있을까? 그냥 포기하고 다른데 갈까? 이왕 이렇게 된거 택시타고 함 가볼까?' 하며 PLAN B 를 짜고 있는 사이 W1버스가 도착을 했다. 만석이긴 만석인데 유모차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자리가 비어있었다. '타야한다. 타지 않으면 일몰은 날아간다.' 는 생각에 서울토박이의 '지하철 낑겨타기 신공' 을 발휘해서 버스에 올랐다. 성공!!!!
버스에 오르고 보니 W1 버스는 도시고속도로를 경유해서 후쿠오카타워에 도착하는 급행버스(?) 였다. '역시 여행의 신이 함께하고 있구나.'
텐진거리에서 버스로 약 15분 정도 달리면 종점에 도착하는데 이곳에서 400m 정도 걸어가면 모모치해변에 도착한다.
(가는 길이 복잡하지도 않고 이정표도 잘 세워져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해가 마지막 열기를 내뿜으며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다행히 일몰시간에 맞춰 온 듯하다.
모모치해변 바로 앞에는 '일본에서 제일 높은 해변가 타워' 라는 특이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후쿠오카의 랜드마크 '후쿠오카 타워福岡タワー' 자리 잡고 있다.
후쿠오카 타워
1989년 후쿠오카시 100주년을 기념하여 세워졌다. 높이는 234m이며 8000장의 반투명 유리가 건물의 외관을 감싸고 있다. 123m 지점엔 전망대가 있어 후쿠오카의 전경을 360도로 둘러볼 수 있다.
- 영업시간 4월~9월/ 9:30~22:00, 10월~3월/ 9:30~21:00 ※연휴 등 변경 있음
- 입장료 고등학생 이상 800엔, 초중학생 500엔, 4세이상 200엔 (외국인은 20%할인. 여권필수)
어렵게 어렵게 도착한 모모치해변.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것도 기분이 좋았지만 아이들이 맨발로 모래를 밟으며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는게 더 좋았다. 휴양지가 아니다보니 아이들은 뛰어다니지도 못하고 유모차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며 웃고 장난치는 아이들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빠가 미안 ㅠㅠ 다음엔 휴양지로 놀러가자!
모모치해변의 터줏대감인듯 한 '빅바나나ビッグバナナ'. 일몰을 보려면 식사하기 애매한 시간이 되는데 그 틈새를 잘 노린 해변가 식당. 피자나 핫도그 같은 음식과 생맥주를 파는데 여행객에게는 맛집으로 알려져있는 듯하다. 물론 무계획으로 여행을 떠나온 우리 가족은 유명한 명란피자 대신 닭꼬치만 먹고 돌아왔다. 식당이지만 바다+일몰을 보며 여유롭게 해변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다.
모모치해변의 마리존. 이국적인 유럽풍 건물이 이질적으로 서있어 묘한 풍경을 만든다. 1989년 후쿠오카 100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박람회 89' 때 박람회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새롭게 정비했다.
모모치해변의 낭만을 만끽하고 있는 따님. 굉장히 여자여자한 분위기로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변의 낭만을 즐기던 딸과는 달리 해변의 뜨거운 열정을 온 몸으로 느끼는 아들. 아빠의 영향으로 우리 애기들은 모래밭만 보면 신발을 벗는다 ㅋㅋㅋ Back to Nature!
마리존 중심에서 후쿠오카 타워의 모습을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다. 마리존 앞쪽으로 상점이 몇 곳 있으나 딱히 들어갈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블루씰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으나 문이 닫혀있었다.
여기가 후쿠오카 연인들에게 핫한 데이트코스라던데... 레알??
마리존 초근접샷(?). 사유지라 마리존 내부는 볼 수가 없다. 내부 모습은 우연히 들어갔던 몇몇 블로거가 찍은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으로 가는 고속선을 탈 수도 있다.
어느덧 하늘이 어둑어둑해졌다. 저 멀리 힐튼후쿠오카 시호크와 후쿠오카 돔福岡 ヤフオク!ドーム이 보인다.
해가 지평선에 닿아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붉은 노을과 이국적인 건물, 야자수 그리고 적절한 양의 구름이 1억엔짜리 선셋을 만들어냈다. 왜 모모치비치의 선셋이 유명한지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기위해 과도한 포샵질을 해봤다. 근데 이 사진이 실제느낌과 더 비슷해서 놀랍다. 사진으로만 보면 이곳이 일본 후쿠오카인지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인지, 미국의 괌 어딘가인지 알 수가 없다.
해가 지평선으로 완전히 넘어간 후마리존과 빅바바나가 노란 백열등을 켜고 밤의 모모치해변을 따뜻하게 비춘다. 시원하게 맥주 한 잔하며 밤바다를 즐기고 싶었으나 아이들이 바다바람을 맞고 감기에 걸릴까 부랴부랴 발길을 돌렸다.
밤이되자 후쿠오카타워도 불을 밝혔다.
낮에 본 것 건물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건물이 서 있는 느낌이다.
후쿠오카타워는 화려한 조명으로 후쿠오카의 밤을 아름답게 물든인다. 벚꽃, 크리스마스트리 등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을 건물의 조명을 통해 표현하기도 한다. 매주 다른 주제를 표현하는 특별 조명쇼를 하기도 하니 공식 홈페이지에서 오늘은 어떤 조명쇼를 하는지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식 홈페이지:https://www.fukuokatower.co.jp/ko/lightup/)
모모치해변을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돌아 가는 길에 후쿠오카 타워 입구가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올라가볼까 싶어 발걸음을 살짝 옮겼다.
하지만 야겅을 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크다고 생각해서 전망대를 오르지는 않았다. 야경이 이쁘다고 하니 여유있는 분들은 한번정도 올라가봄직하다.
여기에도 레이와 열풍. 한문 캘리그래피가 푸른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글자 참 잘 활용한다.
후쿠오카의 밤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후쿠오카타워.
낮에는 시원한 동해바다(일본에서는 서해바다가 되겠지만..)와 해변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고 밤이 되면 화려한 야경으로 볼거리가 풍성한 모모치해변.
모모치해변을 거닐며 여행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후쿠오카타워 전망대에 올라 뻥 뚫린 풍경을 보며 여행을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어떤 모습이든 모모치해변에서는 느긋한 마음으로 풍경을 즐기기를 추천한다.
후쿠오카 여행기 시리즈
2019/05/23 - [후쿠오카 여행]생각보다 큰 만족, 후쿠오카 에어비앤비
2019/05/28 - [후쿠오카 여행]후쿠오카 여행의 시작이자 끝, 하카타역博多駅(はかたえき)
2019/06/01 - [후쿠오카 여행]도심속 오아시스, 스미요시신사住吉神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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