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잔소리는 언제나 예고가 없었다.
TV를 보고 있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심지어 공부를 하고 있다가도 '훅' 들어왔다.
잔소리의 장르는 참으로 다양했다. 마치 이 세상 모든 잘못은 내가 다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옷 좀 걸어놔라, 일찍 다녀라, 밥 먹을 때 김치 좀 먹어라, 일찍 자라, 일찍 일어나라...
좋은 말도 계속 들으면 싫어진다는 데 잔소리는 오죽할까.
옷은 걸어 놓고, 좀 일찍 다녔으면 잔소리 안 들었을텐데 왜 그리 어려웠을까?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잔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장르를 달리해서 그 영역을 확장 했을 뿐...
나의 성장은 부모님의 잔소리와 함께 했다.
어느덧 불혹이 코 앞에 다가왔다.
난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여전히 난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는다. 다만 바뀐 게 있다면 잔소리를 하시는 분이 한 분 줄었다는 거...
평소에도 잔소리를 많이 하시던 분은 아니셨지만 더 이상 그 분의 잔소리는 들을 수 없다.
그리고, 이제 잔소리를 듣는 입장은 물론 잔소리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똑바로 앉아서 밥 먹어라. 일찍 자라. 뛰지 마라.....
어릴 때 들었던 그 잔소리를 이제 내 자식에게 하고 있다.
내 아이도 내 잔소리와 함께 커 가겠지.
문득 그 분의 잔소리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 100일동안 글쓰기 세번째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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