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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00일 글쓰기

오후의 망중한

무려 25년만에 이사를 했다.

이사 가기 전 집은 1층이었다. 옛날 아파트라 동과 동 간격이 넓어 나름 햇빛도 잘 들었다.

물론 어느 시간이 되면 다른 아파트에 가려 그늘이 지기는 했지만 

짧게마나 햇빛이 들어오는 그 시간이 좋았다.


키우고 있는 강아지 녀석은 용케도 그 자리를 기억하고 시간에 맞추어 자리를 잡는다.

그렇게 오침을 즐기는 녀석의 모습은 몇 안되는 귀여운 모습 중 하나였다.


 <이미지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1/06/2015010601146.html>


25년만에 이사를 한 집은 하늘에 손이 닿을 것 같은 고층이다.

태어나 이렇게 높은 곳에서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가릴 것도 없고 막힌 곳도 없어 그야말로 풍광과 채광이 기가 막힌다.


이사 하고 나서 뭐가 그리 바쁜지 거실 쇼파에 앉아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 주, 여유가 생겨 쇼파에 앉았는데 어찌나 햇빛이 따사롭던지.

25년간 살던 집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햇빛의 따사로움이란...

오침을 즐기던 강아지 녀석처럼 나도 모르게 쇼파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어쩌면 앞으로 주말에는 게을러질지도 모르겠다.

강아지 녀석과 자리다툼을 하겠지만.


- 100일동안 글쓰기 두번째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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