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100일 글쓰기

명함 교환과 그 저장의 가벼움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명함이라는게 만들어진다.

한 뼘도 안되는 종이조각 안에 회사에 맞고 있는 업무와 직책 그리고 간략한 연락처가 적힌다.

명함의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임무는 나를 알림에 있다.

처음 인사하는 거래처 사람에게 이 종이조각은 군더더기 없이 나를 소개한다.

물론 상대방이 전하는 명함도 나에게 주인의 정보를 가감없이 전달한다.

불과 4~5년전만 하더라도, 명함을 받고 나서 해야 할 일이 세가지나 있었다.

첫째는 이 명함은 언제 어디서 받았는지 간략하게 메모를 하는 일

둘째는 명함을 보기 좋고 사용하기 쉽게 분류하는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렇게 세 가지 일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진짜 명함을 받았다.' 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마다 중요도가 따로 있겠냐만은 업무와 관련한 중요도는 분명히 존재하고

위의 세가지 일을 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나와의 중요도는 나뉘어졌다.

옛날에 주고 받았던 명함의 주인들을 기억하고 있는 건 

이런 과정을 거쳐 머리속에 깊게 각인 시켰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했다. 

명함을 교환하는 의식(?)은 아직도 현실세계에서 이루어 지고 있지만

명함을 분류하는 일은 디지털세계로 넘어가버렸다.

이러한 세상에서 나는 이제 명함의 주인과 얼굴을 매치하지 못한다.

명함을 받고 해야 하는 세가지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함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누군가가 명함 정보를 입력해주고 

난 그 정보를 편안하게 받아볼 뿐이다.


명함교환이라는 의식은 여전히 그 무게를 지켜가고 있지만 

저장의 무게는 가벼워지는 듯 하다.

비단 이런 일이 명함에 국한된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 100일동안 글쓰기 그 첫 날 -


 


반응형

'일상 > 100일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륵  (0) 2017.12.21
부모님의 잔소리  (0) 2017.12.21
오후의 망중한  (0) 2017.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