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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기/아시아

[오키나와 여행]비세마을 후쿠기 가로수길(備瀬のフクギ並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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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라우미수족관에서 차로 5분거리에 있는 조용한 일본의 시골 마을.

개인적으로는 오키나와에서 요미탄 도자기마을과 함께 가장 좋았던 장소다. 


해안가 마을의 가옥을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복의나무'라고 불리는 후쿠기나무 방풍림으로 심었는데 그 수령이 300년 가까이 된 나무도 있다고 한다. 높게 뻗은 나무가 가로수 역할을 하고 있어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로수길 입구에 일본에서 보기 힘든 넓직한 무료 주차장이 있어 렌트카를 가지고 가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가로수길에서 비세자키해변까지의 거리는 약 1km

우리 가족은 조용히 산책을 하며 마을을 돌아봤지만 2,000엔을 내고 물소차를 타거나 자전거를 대여해서 돌아볼 수도 있다.


여행하던 내내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불었는데 그 우중충한 분위기가 후쿠기 가로수길과 만나 묘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깊은 숲 속 비밀의 문을 지나가는 듯한 느낌? (이라고 쓰고는 있지만... 무서울 정도로 바람이 미친듯이 불었다.)


나무의 초록색이 더 진하게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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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라우미 수족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혼자 여행할 때와는 달리 아이와 여행을 하니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했다. 하지만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아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을 수 있을까??

정답은... 있다!!!!

평범하고 아늑한 일본식 민가로 보이는 이 곳이 우연히 찾게된 가정집 식당이다.

분위기도 좋았고 나름 맛도 일품이어서 꽤 추천할만한 소바(そば) 집이다. 이름은 겐토쿠야(げんとく家). 후쿠기 가로수길에 와서 배가 고파졌다면 이 곳으로 가자.


가정집처럼 생겼다고 쫄지말자! 여기 사장님은 한없이 친절하다


일본의 가정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영화에서 본 거랑 비스무리하게 생겼으니 '일본 가정집' 이라고 우겨본다. 날씨 때문인지 손님은 우리 가족 뿐이었고 식사를 다 하고 나갈 때 즈음 동네주민으로 보이는 커플이 와서 밥을 먹고 갔다. 덕분에 조용하고 운치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가격도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최근 블로그를 찾아보니 사진이 포함된 한글메뉴가 생긴거 같은데 우리가족이 갔을 때만해도 ONLY JAPANESS..... 대충 감으로 찍어 맞춰서 갈비소바와 삼겹살소바를 주문했다.


기억으로는 삼겹살소바?? 오키나와 소바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그말이 허튼소린 아닌거 같다. 배가 고팠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맛있다!


얼마나 맛있냐면 우리 아들이 이렇게 열성적으로 먹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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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뒤로 보이듯이 아기 의자도 준비되어 있는 개념 충만한 식당이다. 사장님도 친절하고, 일본 가정집 느낌에 아이를 위한 배려도 되어 있고, 

무엇보다 맛이 일품이니 이 곳을 가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강추 별 일곱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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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배부르게 먹고 나서 본격적으로 후쿠기 가로수길을 걸어본다.


오키나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사(シーサー)

오키나와의 수호동물이라고 하는데 해태랑 닮아서 그런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사람이 다니는 길을 바라보게 설치하는 것이 원칙이며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 수컷,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암컷이라고 한다. 수컷은 입을 벌려 나쁜 것을 쫒아 낸다는 의미고, 암컷은 입을 다물어 들어온 복을 놓치지 않는다는 의미란다.[각주:1]


우리도 비슷한 개념으로 해태가 있는데 이렇게 대중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부러운 부분 중 하나가 전통을 잘 보존해 나간다는 것인데 시사를 보며 다시 한 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외국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글자나 독특한 문양을 관찰하는 편인데 일본 글자는 그래픽작업을 하기 좋은 서체인 듯 싶다. 글자의 느낌이 이렇게 다양하고 특색있기도 쉽지 않은데 참 잘 표현한다.


아들을 안고 걷기를 약 한시간 남짓? 후쿠기 가로수길의 끝에 다다랐다. 그 길 끝엔 에메랄드 빛의 아름다운 비세자키 해변이 있다. 아! 빼먹었다.. '날씨가 좋으면'


오키나와의 날씨가 안좋기도 어렵다고들 하던데... 도착한 날 밤에는 비가 오질 않나... 결국 우리는 그렇게 색이 이쁘다는 오키나와 바다를 가는 날까지 보지 못했다.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내리지 않은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더할 나위 없었을텐데.. 흐린 날씨에도 투명하게 보이는 바다를 보며 나름 감탄을 지어본다.


아.. 바람아 좀 그만 불어라 ㅠㅠ


아름다운(?) 비세자키 해변의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해보자. 중간에 바람의 힘을 못이겨 짐벌이 흔들리는 진기한 모습도 볼 수 있다. 바람소리가 꽤 크게 들리니 볼륨 조절부터 해야한다.


오키나와 스타일의 그래피티


우중충한 날씨와 후쿠기 나무의 초록색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덕분에 나름 와이프의 인생샷도 몇 장 건질 수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힘들었던건 아들..ㅠㅠ 감기라도 걸릴까 이동 하는 내내 머리에 모자를 뒤집어써야 했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동네주민들이 쉬는 휴게실 같은 곳에 잠시 몸을 의지했다. 바닷가 근처다 보니 이렇게 심하게 바람이 부는 날이 많은 것 같다....


아... 여기... 후쿠기 가로수길이지. 후쿠기나무로 방풍림을 만든..  바람이 쎌 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이었구나 ㅋㅋㅋㅋ (뜻밖의 깨달음)


얼핏 보이는 에메랄드 빛 오키나와 바다. 정말 날씨만 좋았더라면 저 바다에 아들이랑 뛰어들어 재밌게 놀았을텐데. 그게 제일 아쉬웠다.


멋진 노을을 볼 수 있는 포인트에서는 풍랑 때문에 정박 중인 배들만 볼 수 있었다.


후쿠기가로수길 주차장 근처는 이에섬을 바라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에메랄드그린 빛' 바다 위로 이에섬이 보이는 그야말로 절경.


하지만 현실은 우중충한 하늘과 일렁이는 바다 그리고 역광  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에도 이야기 했지만 날씨도 좋지 않았고 바람도 많이 불었지만 사람들이 없어서 조용하게 산책을 하며 일본 시골 마을을 둘러 볼 수 있고 우연히 찾은 곳이지만 맛이 일품인 소바집에서 배도 채울 수 있으며 날은 흐렸지만 그 풍경자체로 아름다웠던 비세자키 해변도 있어 후쿠기 가로수길은 오키나와 여행지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날이 좋아서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그 분위기 나름대로 좋을 거 같다. 다시 한 번 후쿠기 가로수길을 방문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 때는 아들 손을 붙잡고 조용히 이야기 나누며 걸어보고 싶다.

  

후쿠기가로수길은 간접적으로 느껴 볼 수 있도록 짧은 동영상을 준비했다. 화려하지 않아서, 쇼핑할 곳이 없어서, 너무 조용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조용하게 산책하고 싶거나 일본의 시골 풍경을 보고 싶은 여행객은 꼭 한 번 찾아가보길 추천한다. 







  1. https://namu.wiki/w/%EC%8B%9C%EC%82%AC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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