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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00일 글쓰기

'톡' 하고 부러진 내 코뼈

중학교 2학년 무렵으로 기억한다.

동네 근처의 종합학원을 다녔다. 정해놓은 적은 없지만 내 자리는 맨 뒤 책상이었다.

맨 뒤 책상은 히터/에어콘과 가까웠고 유리칸막이를 통해 옆 교실을 볼 수 있었다.  


그 날은 다른 날과 다름 없는 하루였다.

맨 뒷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는데 옆 반에서 에어콘을 계속 발로 찼다.

(이 당시 에어콘은 스탠드형이 아니라 병원 휴게실에 가면 볼 수 있는 테이블 형태의 에어콘이었다.)

그 소리가 거슬려 누가 차고있는지 옆 반을 살펴본 순간 그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누군가' 는 나에게 '뭘 쳐다봐' 라는 입모양을 건넸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내가 뭘 쳐다보는지 궁금했던  그 '누군가' 는 친구들을 대동한 채  

'야 이 XX 야. 너 몇 살이야! 나와 이 XX 야'라는 말을 던지며 우리 반으로 쳐들어왔다.

친구로 보이는 사람은 내 어깨동무를 하며 날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학원 구석에 있는 비상구에는 이미 '누군가' 의 친구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아마도 싸움구경을 하러 온 듯 했다.

'누군가'는 다짜고짜 주먹으로 내 얼굴을 때렸다.

(때리면서 뭐라 얘기한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근데 하필 재수없게도 '누군가'는 싸움을 잘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다는게 빚맞아 내 코를 스쳐지나갔고

한없이 약한 내 코뼈는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다.

코뼈가 부러지던 찰나, 만화처럼 코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져나왔다.

때린놈도 당황했는지, 더 때리지는 않고 앞으로 조심하라는 경고만을 던지고 자기네 교실로 돌아갔다.


차라지 때릴거면 화끈하게 때리던가. 한 대 때린게 재수없게 비껴맞아서 코뼈가 부러지다니... 


지금 세상이라면 학원폭력으로 인실좃(인생은 실전이야 좃만아)을 시전하며

인생커리어를 개 판으로 만들었을수도 있었겠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이웃간의 정이라는게 남아있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잘 부탁합니다.' 

한마디로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수술에 대한 후유증은 없지만, 

커가면서 비염도 생기고 코도 골게 된 건 코뼈가 부러졌기 때문인거 같다.

자기 아들 외고 들어가야된다고 선처를 바라시던 아버지라는 분은 아직 살아계실지...

무엇보다 날 때렸던 그 사람은 지금 어떻게 살고있는지 궁금해진다.


-100일동안 글쓰기 서른 두번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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