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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한강을 안고 달린 하루 - "양평근교를 달리다"


사회생활 하면서 처음 맞이하는 꿀맛같은 연휴...

5일 어린이날 부터 시작해서 5월 10일 까지 무려 7일을 쉬는 기가막힌 연휴.

연휴동안 뭘 할까 하다가 그동안 가야지가야지 하고 마음만 먹었던 두물머리에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다.


이상하리만치 가지 못했던 곳...

그래서 더욱더 가고 싶었던 곳...

너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드디어 오늘 그 풍경을 보고 왔다.



예전에는 경춘선을 타야 갈 수 있었던 뭐랄까 조금은 낭만적인 공간인 그곳...

시대가 지남에 따라 경춘선의 기차는 전철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초록색의 색바랜 의자는 차가운 스테인레스의자로 변해버렸고

차장의 구수한 안내멘트는 차가운 기계음으로 바뀌고 말았다...

꼭 없앴어야 했는지.... 역은 쓸데없이 크고.....


시대가 원한다면 바뀌는게 맞지만 너무 바꾸기만 하니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어쨌든... 1시경 회기역에서 용문행 열차를 타고 양수로 향했다.

(전철로 두물머리로 가기 위해선 회기 혹은 상봉 역에서 용문가는 전철을 타고 양수역에서 내리면 된다.)



지하철 타기 전 한방.

아이폰4의 전면 카메라 화소는 아이패드 2의 그것과 흡사하다...

즉, 구리다는 얘기다.



회기역에서 약 1시간 정도 달리면 양수역에 도착한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역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 걸로 봐서

두물머리 가는 버스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참고로, 걸어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역에서 두물머리 이정표까지는 어찌저찌 걸어간다 치더라도 그 이정표부터 두물머리까지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다.

다행히 자전거로 이동한 나는 약 5분 정도 걸려서 두물머리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이것이 맨날 사진으로만 보던 두물머리 느티나무...

솔직히 가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이 풍경을 보려고 그렇게 애를 태웠다.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진다는 의미이다.

오래전에는 나룻터로 쓰이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그저 영화나 드라마 혹은 웨딩촬영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양평 일대 대부분이 그렇듯이 어느 곳을 보아도 강물과 산이 너무 아름답게 포개져있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양평일대의 산맥의 실루엣은 우리나라 그 어느곳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높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강해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드럽기만 한 것은 아닌...

그런 산맥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거기에 언제나 힘차게 흘러가는 한강이란.....




두물머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 바로 이 나룻배.

내가 갔을때는 관리인 아저씨가 배를 손질하고 계셔서 물 위에 떠있는 배를 찍기가 좀 곤란했고

겨우 물 밖에 있는 전시용 배나 이렇게 찍을 수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나오는 햇빛에 난 언제나 넋을 놓는다.




황금연휴에 두물머리엔 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건 앉아서 편안히 강물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부족하다는 점.

난 이 곳에서 책이라도 한 권 읽고 올 요량이었는데.....

그런 시설이 확충 되었으면 좋겠다.




두물머리 옆 쪽으로 숨겨진(숨겨졌다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장소가 한군데 더 있다.

"미술관 수밀원"

미술관이라고 해서 대단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건 아니다.

중간크기의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까페 벽면에 작가미상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 공간이 나에게 꽤 큰 인상을 주었다.

첫째로 나 어릴 적, 한 6~7살 때 쯤? 시골에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적에 살고 계시던 집...

그 집의 냄새... 쾌쾌하긴 하지만 정겨운 그 냄새를 이 까페에서 맡을수 있었다.

오래된 시골집 냄새라고 해야할까?

여기저기 쳐진 거미줄과 나무로 만들어진 서까래...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 장소가 고스란히 옮겨온 느낌이었다.



또하나는 미술관 가운데 공터에 마련되어있는 메세지게시판.

이 곳을 스쳐간 많은 이들의 발자취가 남겨져 있는 장소였다.

지렁이 기어가는 글씨로 부모님과 와서 너무 기뻤다라고 쓴 꼬마아이의 글 부터

올해 대학 꼭 가게 해달라는 어느 수험생의 글,

나 처럼 혼자 여행 왔던 어떤 이의 글.... 저 마다의 사연이 적힌 종이가 벽면을 가득히 채우고 있었다.

물론 나도 메세지를 남기고 왔다.
내 글을 찾아 보는 이가 있을까???



이렇게 짧은 두물머리의 방문이 끝났다.

솔직히 기대한 것만큼 대단하진 않았고 오히려 한편으로는 그냥 마음속에만 담아둘 것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미 본 건 본거고 내가 본 풍경은 내 기억속에 저장해 놓았다.


이렇게 보고 나니 시간이 너무 일렀다.

이대로 집에 가기엔 너무 이르고 그렇다고 다른 곳을 가기엔 어디가 좋은지 모르겠고...

바로 그 때 페이스북에 갈 만한 곳을 추천해주신 @정은님의 글이 생각났다.



"두물머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라....

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두물머리의 전경이 들어온다는 건 이 강과 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말...

난 바로 수종사를 다음 종착지로 정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었는지.. 이때는 알지 못했다.. 전. 혀.)


수종사에 가기 위해선 "운길산역"으로 가야 한다. 양수역과는 한정거장...

자전거로 가면 약 20분이면 도착 할 수 있는 짧은 거리다.


초반에 시작은 참 즐거웠다.

시골 어느 작은 마을을 가로질러야 하는 루트.

한켠에는 비닐하우스가 있고 한켠에는 작은 텃밭이 있고... 그야말로 레알시골!!!

하지만... 좋은 것도 거기까지....


지금 수종사에 대해 글을 쓰려고 네이버를 검색했는데....

이 곳.... 업힐 연습구간 중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곳이란다.....

사실 올라가면서... 아 디게 가파르네 라는 생각은 했지만.... 업힐 최고 난이도라니..

게다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포장상태가 엉망이어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다.

중간 중간 지나쳐가는 차 안에서 사람들이... 저건 뭐야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지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힘든 산행을 한지 50분 가량 지났을까?

드디어 일주문을 맞이하게 되었다!!!!  "운길산수종사"

하지만 어디나 그렇듯..... 일주문이 시작인 것을 ㅠㅠ




그렇게 일주문을 지나 약 20분 정도 더 올라가니 두번째 문이 나왔다... 이게 마지막 문...

하지만.... 이 문 뒤에는.... 더이상 자전거를 끌고 갈 수 없는 가파른 계단식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올라갈 것인가.. 내려갈 것인가.....

살짝 고민을 하긴 했지만... 10KG 짜리 자전거 10분정도 들쳐맨다고 어깨가 바스라지겠는가^^

결국.... 올라가기로 마음 먹었다.




자전거를 들쳐맨 당당한 션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오른 수종사 정상.

힘들게 올라오긴 했지만 이 경치를 보고 나니 힘든게 싹 가셨다.

거기에 때마침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

솔직히 올라갈 때 @정은님을 엄청 원망했었다.


"높으면 높다고 알려주든가!!!"


하지만 막상 수종사에 오르고 나니 얼마나 고마운 제안이었는지 모르겠다!!




힘든 길임에도 잘 버텨준 로미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이 경내를 가득 덮었다.




정상에 왔는데 내 사진 하나 없어서야 쓰나...

찍어달라고 할 사람이 없어서 스님한테 부탁했다.

스님이 사진을 찍으시려는 찰나... 갑자기 놀란 목소리로 날 부르시며...

"이거... 내 얼굴이 나와!!!"

스님.... 전면카메라로 돌려놓으셨어요^^




부처님 오신날은 크리스마스하고는 달리 왠지 차분한 느낌이다...



절 구경도 다하고... 슬슬 내려오는데....

물가에서... 정말 오랜만에 도룡뇽알을 보게 되었다...

어릴 때 도봉산 놀러가면 흔하게 보던 놈들인데..

이제는 이런곳에서나 볼 수 있다니....

어릴때는 저거 가져가서 길러보겠다고 떼쓰고 그랬는데^^




하산하는 길에 팔각정이 눈에 보여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물론 저 팔각정을 올라갈 때에도 자전거를 들쳐메고 올랐다.




5월은 그야말로 계절의 여왕....

나뭇잎이 초록을 흠뻑 빨아들였다.




고생한 내 발과 종아리와 장딴지..

보드타면서 타친 상처가 종아리를 참 못생기게 만들어놨다..

상처는 많은데 막상 실력은 허접떼기.... ㅋㅋ

내년엔 업글 좀 할 수 있을런지...






볼록거울샷.

이 거울 샷을 좋아하는데 일단 찍어놓으면 멋있게 나온다 ㅋㅋㅋ





40분 정도 걸려서 하산을 했다.

하산 후 막걸리에 도토리묵이 진리라고 글로 배웠으므로 내려와서 도토리묵과 막걸리를 시켜서 먹었다..

혼자 먹는 도토리묵과 막걸리^^

이런 일(사건)이 있을 때마다.. 가슴 한켠이 묵직해진다.....


음식을 다 먹고 식당 아주머니께 팔당이 머냐고 여쭤봤다.

이왕 이렇게 된거 팔당댐도 보고 싶었으니까...

나한테 한마디 하셨다....
"왜그래" ㅋㅋㅋ

꽤 멀다고 그냥 전철타고 가라고 하신다.... 난 묵묵히 다시 페달을 돌려서 고난의 행군을 계속 했다.




팔당댐을 가는 길에 있는 다산실학박물관...

이 일대가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기거하시고 그 분의 뜻을 세운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길 이름도 다산로다.




잠시 술 올라오는 것도 멈출 겸 다산 박물관을 돌아봤다.

내 욕심 같아선 자전거를 한쪽에 묶어두고 꼼꼼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날이 져버리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굉장히 위험해지기 때문에 아쉽지만 서둘러 가던 길을 재촉 했다.




혼자다니는 여행의 참 맛은 지도에 나와있지 않은 곳으로 갈 때 비로써 나타난다.

이 사진도 지도에 나와있지 않은 길로 가다 발견한 장소...

너무나 아름다워서 보자마자 우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유럽의 그 어떤 풍경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절경......




만일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곳으로 올 수 있었을까?

온다고 한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온전히 보고 느낄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때마다 가끔 혼자인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경관도 일품!





그렇게 달리고 달려서... 결국 저 멀리 팔당댐을 맞이 하게 되었다...

이 길 바로 옆에는 작년 여름... 재성이네 커플과 다녀온 밥집이 있었다..

결국... 길은 한 곳으로 통한다...

과거는 과거일뿐....




해도 많이 넘어가있다.

아까 다산박물관에서 일찍 나오길 잘 한것 같다....



팔당역까지는 조금은 위험한 길을 지나야 한다.

하지만 다행히 차들이 안전하게 비켜가줘서 큰 무리 없이 역까지 도착 할 수 있었다.




팔당역 도착시간 6시경... 5시간의 짧은 여행이 끝이 났다.
매번 와야지 와야지 하면서 오지 못했던 곳.
그렇게 가슴에 모셔두고 정작 오지 못했던 곳...
그곳을 이제서야 오게 되었다.

비록 처음 바램과 달리 혼자 오게 되었지만 혼자 보낸 5시간이 나에겐 너무 큰 시간이었고
나를 다시 한번 생각 할 수 있는 충전의 시간이 되었다는 건 너무나 소중한 사실이다.

아직 양평근교에 가보지 못한 곳이 더 많고 가본 곳도 다시 가보고 싶다.

다음에 또다시 자전거를 앞세워 여행하는 날을 기다리며 이만 오늘의 여행기를 접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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