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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축구이야기

[축덕여행]일일 렉섬 서포터 되어보기

2023.10.18 - [축덕여행] Welcome to Wrexham! 에서 이어지는 글

[축덕여행] Welcome to Wrexham!

다큐멘터리 중에서도 축구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데 작년에 디즈니 플러스에서 ‘웰컴 투 렉섬’ 이라는 제목의 최애 축구 다큐멘터리를 만났다. 심지어 그 중심에 너무나도 좋아하는 배우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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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exham AFC 홈구장인 Racecourse는 충분히 둘러봤고 이제 Wrexham 주민인양 The Turf에서 렉섬의 4부리그 승격을 만끽할 시간이 되었다.


The Turf

 

언제 모여들었는지 한산하던 The Turf 앞 마당이 시끌시끌해졌다. 벌써부터 느껴지는 축덕의 향기. 축구 종주국의 찐서포터들과 Pub에서 축구 보게되다니. 그야말로 Dreams come true다.

The Turf 출입구. 또 다른 세상으로 이어지는 포털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도 그랬고🤩

킥오프까지 시간이 쬐금 남아서 The Turf 내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Pub에 들어왔을 뿐인데 ‘웰컴 투 렉섬’의 출연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출입문을 지나면 Wrexham AFC의 위대한 순간과 마주한다. 창단 150주년이라니...1864년에 창단한 세계에서 3번째로 오래된 축구클럽. 나 정말 대단한 곳에 와있는거구나.

Street Sign

사방에 벽돌 그림이 그려져 있는 The Turf Family wall. 렉섬 서포터들의 이름을 써놓은 곳이 아닐까 싶다. Wrexham AFC 엠블럼 옆에는 구단주느님이신 라이언 레이놀즈와 롭 매컬러니의 사인이 보인다.

렉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데드풀 이미지. 렉섬 주민들의 데드풀 사랑은 무조건이다!  데드풀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지.

데드풀 박물관이 아닐까 헷갈릴만큼 The Turf는 온통 데드풀이다.

The Turf의 심장부.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온통 Wrexham AFC 뿐이다.

라이언 레이놀즈 덕분에 웨일즈에서 캐나다 국기를 다보네.

숨바꼭질하듯 데드풀이 여기저기 있다. ㅋㅋㅋ 여기저기서 데드풀을 볼 수 있는게 데드풀의 캐릭터와 비슷하단 느낌이 들어 잼있었다.

Pub에 왔으니 알쓰도 한 잔 해야겠지?! 호기롭게 파인트한 잔을 시키고.... 4시간을 버텼다. 알쓰....

정면에서 바라본 The Turf

렉섬의 빈티지 유니폼인데 스폰이 아디다스였다. 역시 축구유니폼은 아디다스인가...

시간이 갈수록 The Turf 는 서포터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서포터가 많아진다는 건 곧 경기가 시작된가는 신호시도하다.


전반전

The Turf의 주인이자 Wrexham AFC 지지자 Wayne Jones 씨가 경기 중계를 켜자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본격적인 일일지지자로 변신할 시간이 됐다.

The Turf는 만석!

vanarama National League 는 준프로리그로 여기서 4부로 승격해야 프로구단으로 인정받는다. 준프로리그까지 중계 해주는 축구 종주국의 위엄!

렉섬 AFC는 내셔널리그에서 무려 15년간 머물렀다. 15년동안 고통받았을 Wrexham AFC 서포터들이 존경스럽다 🥺

시즌 마지막 경기날이라 모든 경기가 동시에 열렸다.

Torquay United를 상대하는 렉섬은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상태라 가벼운 마음으로 마지막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극소심이라 The Turf에 완벽하게 녹아들지 못하고 있던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 렉섬 서포터들. 이분들 덕분에 The Turf에서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경기는 한없이 루즈하게 진행되었고 0:0으로 전반을 마쳤다. 아무래도 우승을 확정지어놓은 상황이라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프타임에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welcome to wrexham'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모습을 보게됐다. 우승 확정짓고 기뻐하는 서포터들의 모습을 담으려고 오지 않았나 싶다.

서포터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아까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사람이 다가오더니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혹시 인터뷰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 🥳 Why not!!! 안될리가 없지 ㅋㅋㅋ


한 5분정도 인터뷰를 했는데 과연 시즌 2에 나올지는 모르겠다. 만약에 나온다면... 난 무려 디즈니+에 나온 출연자가 되는 것이다 ㅋㅋㅋ  어디 한번 지켜보자

 


후반전

 

후반 13분 토키 유나이티드에게 선제골을 내주었다. 여기저기서 탄식과 거친 말이 터져나왔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뭐 어차피 우승인데’ 로 흘러갔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나싶던 후반 35분 엘리엇 리가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미 축제 분위기였던 The Turf는 골이 터지자 광란의 파티장으로 돌변했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이 났다.

이로써 Wrexham AFC 는 승점 111점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15년만에 4부리그로 승격하게 되었다.

경기가 끝나자 박수가 터져나왔고 서포터들은 chant를 부르며 우승을 만끽했다. 15년만에 승격인데 얼마나 행복할까. 행복한 미소를 짓는 서포터들을 보니 괜시리 울컥했다 ㅜㅜ

왠 아시아인이 관광지도 아닌 Wrexham에 와서 직관도 아니고 TV 중계를 끝까지 보고 있는게 신기하고 기특했는지 렉섬 서포터들이 나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The Turf 싸장님 Wayne Jones 이랑 서포터 그룹에서 한자리 하실 것 처럼 보이는 웨일즈 아재들하고 사진도 같이 찍고

Pub 안에서 우승을 즐기는 많은 서포터들에게 기념사진 촬영 제의도 많이 받았다. 이 순간만큼음 진짜 Wrexham AFC의 지지자가 된 것 같았다.

그들이 느끼는 우승의 기쁨, 승격의 기쁨을 외부인으로 바라만 보는게 아니라 함께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이래서 축구가 특별한 스포츠로 여겨지는게 아닌가 싶다.

이런 날 데드풀이 진짜 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다음날 데드풀과 렉섬선수들은 렉섬에서 우승 퍼레이드를 했다. 아.... 그 광경도 장난 아니던데...)

경기가 끝났음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는 서포터들.

밖으로 나와서도 얼마나 많은 사진촬영제의와 악수를 받았는지...  웨일즈아재들 무서울 줄 알았는데 완전 쏘 스윗!!!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자 쉽게 Racecourse를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아까 낮에 봤을때의 풍경과 지금의 풍경이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나도 이 곳의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

아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렉섬 AFC의 작은 부분까지도 다 담아가고 싶었다.

축구가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지, 한 지역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Welcome to Wrexham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경기장 근처에 떨어져있던 응원메세지로 화면에서 보던 Wrexham AFC를 향항 그들의 마음이 진심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Thank you for everything, Rob!
You brought sunshine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The Turf는 사람이 줄기는 커녕 오히려 더 늘어났다. 남녀노소 할 거 없니 삼삼오오모여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꽤 부러웠다. 이런 두터운 지지층을 가진 축구판이라니...

어둑해진 Wrexham에 불켜진 The Turf가 근사하게 보인다.

이제 판타지에서 나와 현실로 돌아가야할 시간이다. 멀어지는 Racecourse와 The Turf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마치 페이드아웃되는 화면전환처럼.

리버풀로 돌아가는 기차티켓을 사서 플랫폼에 들어오니 Racecourse의 모습이 눈에 들아왔다.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를 이 곳, 하지만 절대 잊지 못할 하루를 만든 이 곳 렉섬이라는 곳이 너무 좋아졌다.

Welcome to Wrexham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부터 시작된 나의 Wrexham 바라기. 결혼을 잘해서 팔자에도 없던 영국 축구여행을 오게되었고 운이 좋아 Wrexham AFC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함께 할 수 있었다.  

비록 멀리서라도 Wrexham AFC의 승리를 위해 항상 응원하려한다. (비공식적이지만) 난 Wrexham AFC 지지자니까 😎

- 나 진짜 The Turf에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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