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행이 확정되고 경기관람 일정을 짜는데 너무나 순조로웠다. 현지시간으로 내 생일에는 마침 리버풀의 웨스트햄 원정일정이 있었고 5월 1일 리버풀 홈경기는 손흥민의 토트넘과 치루는 일정이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일정이었다.
완벽한 축덕여행 일정을 보며 흐믓해하고 있던 중에 4월 30일에 맨체스터에서 맨유와 아스턴빌라의 경기가 눈에 들어왔다.
어? 리버풀 경기는 5월 1일인데?
순간 두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4월 30일은 일요일 ➡️근데 리버풀 경기는 5월 1일 ➡️ 잠시 혼란😵💫➡️5월1일은 노동절➡️노동절은 쉬는날
이런 황금 같은 기회가!!!!!! 될놈될이라더니!!!!!
생각지도않게 맨유 경기까지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티켓을 구할 수 있는가였으나 stubhub에서 상당히 좋은 자리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다.
모든 준비는 완료! ‘꿈의 구장’ 이라는 올드트래포드 기다려!
리버풀에서 맨체스터까지는 기차로 한 시간정도 떨어진 옆동네 느낌이다. 킥오프 시간이 14시라 오전에 시티투어를 하고 경기를 관람할 계획을 짰다. 경기장 구경은 경기 끝나고 해도 되니까.
라임스트리트역에서 9시25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안내방송도 없이 갑자기 ‘열차취소’ 가 전광판에 나타났다. 완전 멘붕.🫥
어찌해야되나 우왕좌왕하다 기차역 직원에게 물으니 다른 플랫폼에 있는 기차를 타라고 알려주었다. 아니... 난 안내방송을 못들었다고!!!!!!!!
큰일날뻔 했지만 어쨌든 맨체스터행 기차에 올랐다. 이것이 이 날 벌어질 사건의 예고편이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사고없이(?) 기차는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약하지만 흐린 날씨에 비가 오고 있었다.(예고편 쿠키)
계획대로 Classic Football Shirts 본점과 축구박물관 등 맨체스터 시내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경기시간을 기다렸다.
축구박물관 근처에서 경기장까지는 트램을 이용하기로 했다. 트램시간이 있어서 킥오프 시간은 맞추기 어려웠지만 뭐~ 그게 중요한가?! 올드트래포드에서 경기를 보는게 중요한거지!
트램에서 내리니 아까보다 비가 더 강해졌다.
누가봐도 맨유팬인 것 같은 남자무리를 따라 걸으니 올드트래포드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얀 뼈대를 봤을때 살짝 전율이 일었다. 경기장 쪽으로 다가갈수록 사람들의 응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출동한 기마경찰.
영화 훌리건스에서 훌리건을 때려잡던 기마경찰을 직접보다니 😍 웨스트햄 경기장애선 볼 수 없었는데 아무래도 맨유다보니 나와있던게 아닌가 싶다.
킥오프 시간이 지났음에도 경기장 밖에서 연막까고 응원하는 맨유형님들. 뭔가 이유가 있어서 연막까고 응원하는 거 같은데 알 방법이 없다. 기마경찰이 지원나온 이유도 어느정도 이해됐다.
원정 서포터 출입구. 아까 연막까던 Bobby Chalton경 스탠드 바로 옆에 있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원정서포터 출입구에 1958년 2월 6일 일어난 뮌헨참사를 추모하는 시계가 걸려있다.
뮌헨참사 추모시계 옆 East Stand에는 뮌헨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명판이 위치해 있다.
The Sir Alex Ferguson Stand 라고 불리는 North Stand. 통유리로 되어 있어 건물이 더 크게 느껴진다. 올드트래포드를 대표하는 흰색 철골도 구조더 가까이서 보니 굉장히 거대했다. 역시 올드트래포드구나.
어찌저찌 출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구매한 티켓 위치는 E136. 골대 뒤쪽으로 시야가 좋은 곳을 찾아서 구매했는데 과연 어떨지...
전반전
Welcome to The Theatre of Dreams!
시야가 좋을거라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일줄이야. 지난 런던스타디움보다 시야가 더 좋다.
선수들이 얼마나 가까이 보이냐면... 이정도! K리그에서 이런 시야를 볼 수 있는 경기장이 있을까? 가까이 있는 선수들이 나누는 이야기까지 들릴 정도로 피치와 가깝다.
(앞에 아저씨 시선강탈...)
아스톤빌라 원정석은 저쪽 구석. 홈팬과 원정팬 구분을 위해 노란색 잠바를 입은 경찰들이 스탠드 중간에 배치되어있다.
원정팬들의 전투력은 어느팀이나 무시무시하다. 아스톤빌라의 원정팬들은 맨유 서포터 못지않은 기세로 응원을
했다.
가는 비가 오는 가운데 펼쳐진 경기. 흐린날씨와 비 덕분에 올드트래포드의 분위기가 한층 더 몽환적으로 변했다.
이곳애서 축구경기를 보고 있는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래서 이곳이 ’꿈의 구장‘이라고 불리는걸까?
맨유 지지자들의 안식처 Stretford End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는 7만4천여석이 가득챀 올드트래포드. 런던 스타디움도 거의 만석이었으나 경기장 형태가타원형이라 꽉 찼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올드트래포드는 정말 ‘꽉’ 찼다는 느낌이었다.
파노라마로 보면 이 광경이 얼마나 장관인지 느낄 수 있다.
마커스 래쉬포드와 지금은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마르셀 자비처
경기 얘기를 하자면 맨유가 아스턴빌라를 밀어붙혔지만 골을 안터지는 뭔가 답답한 양상이었다. 세밀함이 부족하고 상황판단이 느려서 공격템포가 느려지거나 금방 공을 뺏겼다.
아르헨티나를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세계적인 선수를 볼 수 있다는 것이 EPL의 또하나의 매력이다.
답답한 경기력이 이어지던 전반 40분. 업사이드
트랩을 깨부순 래쉬포드가 노마크 찬스로 슈팅을 했으나 에밀의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집중력을 발휘해 세컨볼을 골로 연결시키며 0의 균형을 깼다.
득점 당시에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네 ㅋㅋㅋㅋ
골을 넣은 페르난데스는 아스톤빌라 원정석으로 달려가 골세레머니를 했다 ㅋㅋㅋ 골만 터진게 아니라 아스톤빌라 서포터들도 터져버렸다 ㅋㅋㅋㅋㅋ 꾸르잼
내 뒤쪽애 서 계시던 원로 지지자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 순간을 즐겼다. 나 또한 이 즐거윤 시간을 마음 껏 즐겼다.
하지만 올드트래포드에서의 즐거움은 여기까지였다.
가야돼!!!!!!!!
골 세레머니를 보며 즐거워하던 그 때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다행히도 사진을 찍고 있어 알람을 볼 수 있었다.
알람의 내용은...
16시 리버풀vs트트넘홋스퍼
경기시작
응? 지금 3신데 한 시간뒤에? 아닌데. 리버풀 경기는 내일인데? 머리가 멍해졌다.
뭐지 이 상황은? 분명 5월 1일 경기였는데??? 왜 문자가...... 아!!!! 😲 시차!!!!!!!
그랬다. 시차를 생각하지 않고 경기일정을 생각했던것이다. 영국의 오후시간은 한국의 자정과 겹치는데 그걸 잊어버렸다 ㅠㅜ
다시금 두뇌가 빠르게 돌았다.
아직 후반전이 남아있는데 나가야 하나?
➡️ 당연하지! 리버풀 경기를 포기할 수 없지
어떻게 가지?
➡️ 택시를 타고 일단 역으로 가자. 가장 빠른
기차를 타고 일단 가자. 전반을 놓쳐도, 후반 40분에 들어가더라도 가야된다! 내가 영국에 온 이유니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1분 1초라도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 올드트래포드를 떠나야하는 비극이 나에게 닥치다니 ㅜㅜ
나의 멍청미로 인해 경기가 끝나고 천천히 둘러볼 요량이었던 경기장을 이렇게 사진으로만 남기게 됐다 ㅜㅜ
나... 맨유경기 전반만 보고 리버풀 간 능력자야!!! 😢
경기장을 떠나기가 아쉬워 계속 사진을 찍었다 . 내가 또 올드트래포드를 올 수 있을까? 아쉬움을 가득 남기고 올드트래포드를 떠났다.
이제 올드트래포드는 잊어라! 최대한 빨리 리버풀로 가야한다.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영국택시를 타는 호사(?)를 누렸다...
과연 나는 제시간에 리버풀에 도착해서 리버풀 직관을 했을까? 결과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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