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4 - [축덕여행:맨유vs아스톤빌라 직관] Old Trafford에 갔는데 왔어요 ㅠㅠ 을 보고 오면 좋겠는데???
다행히 바로 탈 수 있는 리버풀행 기차가 있었다. 간절하면 길이 열린다는 말은 진짜인가부다.
기차는 겁나 달리고 달려 라임스트리트 역에 도착했다. 시간은 대략 16시 30분... 택시를 타고 가면 5분에서 10분 정도 걸릴 거라 예상했다.
두 번째로 타본 영국택시. 한국택시기사님들을 기대하며 차에 올랐지만 그것은 나의 바람일 뿐이었다. 정속주행을 하시는 덕분에 리버풀 교차로에 있는 신호란 신호는 다 받으신 기사님. 정말 신호등 다 받기도 쉽지 않은데 능력자를 만났다.
겨우겨우 안필드에 도착했다. 왜 아침에 경기장 근처에 노점상들이 자리를 자리를 펴는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행여나 경기를 보지 못할까 가슴 졸이며 맨체스터를 떠나왔지만 다행히 크게 늦지 않고 리버풀의 품에 안겼다!
YNWA!!!!!
한창 경기 중이라 경기장 1층은 한산했다. 천장에 달린 TV를 보면서 상암에도 구장 내 편의점 근처에도 TV가 달려있으면 경기 중간에 맥주나 간식을 사러 나와도 경기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상암을 가보니 놀랍게도 TV가 달렸다! 발전하는 K리그, 칭찬해!)
택시를 타고 오는 도중에 라디오를 통해 킥오프 15분 만에 리버풀이 3골을 몰아넣으며 토트넘을 압도하고 있다는 해설을 들었다.
너무 아쉽게 킥오프 직전의 안필드에 울려 퍼지는 You never walk alone을 듣지 못했고 커티스 존스, 루이스 디아즈, 모하메드 살라의 골은 보지 못했지만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리버풀 안필드 The Kop에 있다는 거 아니겠어?
버킷리스크가 ‘안필드’에서 ‘리버풀’ 경기를 ‘The Kop'에서 리버풀 서포터들과 함께 보는 것이었기에 다소 비싸긴 했지만 The Kop으로 티켓을 구매했다.
그리고 이런 엄청난 자리에 서게 되었다. 웨스트햄이나 맨유 경기장 시야에 비하면 상당히 먼 곳이지만 여긴 The Kop이니까.
The Kop에서 경기를 본다는 건 엄청난 경험이다.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함성과 여기저기서 들리는 리버풀 형님들의 흥분된 목소리가 아드레날린애 뿜어져 나오게 한다. 여기 서서 흥분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최소 스님.
3:0으로 끌러가던 전반 40분, 해리케인이 페리시치의 도움으로 추격의 불씨를 마련하고 전반을 마쳤다.
영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리버풀 vs토트넘경기를 이야기하면서 ‘손흥민이 헤트트릭 하고 리버풀이 4:3으로 이겼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며 다녔는데 가능한 스코어가 되었다.
후반전을 위해 피치로 나오는 선수들
아이폰 줌으로 당겨서 겨우 흥민이의 넓은 등판만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정도 거리는 선수를 보러 오는 게 아니라 경기를 보러 오는 거지.
후반전 (팝콘을 꺼내세요!)
전반 막판 추격골로 기세가 오른 토트넘이 리버풀을 강하게 압박하며 후반전 초반을 이어갔다.
강대강으로 붙는터라 거친 경기가 진행되며 피치에 쓰러지는 선수도 생겼다. 이 상황이 경기 후에도 말이 많았던 디에고 조타가 스킵을 가격한 상황이다.
시간이 갈수록 경기가 점점 토트넘 쪽으로 넘어갔다. 골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분위가 심상치 않았다. 주변에서 F-word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기세에서 눌린 리버풀은 계속해서 실수를 하며 흐름을 되찾아오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클롭은 누네스의 교체로 전세를 바꿔보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교체가 악수가 되었는지....
후반 32분 손흥민이 추격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완전히 토트넘으로 가져갔다. 흥민이가 골을 넣어도 기뻐할 없는 이곳... ㅋㅋㅋ 경기 10여분을 남기고 스코어는 3:2 이제 아무도 모르는 경기가 되어버렸다.
토트넘은 후반 39분 히샬리송을 교체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추가시간 8분이 주었다. 끈질기게 리버풀 골문을 두드리던 토트넘이 추가시간 3분에 골을 넣으며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었다. 손흥민의 어시스트를 받은 히샬리송의 시즌 첫 득점이자 토트넘에서의 첫 골.
안필드는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3:1 경기가 3:3으로 끝날 상황이니 The Kop의 분위기는 초상집이 따로 없었다. 골이 들어가자마자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뭐... 리버풀이 이기면 가장 베스트였겠지만 흥민이가 1골 1어시도 했고... 뭐 비긴 거는 진 게 아니니까 아주 워스트 경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리버풀 직관이 승리로 마무리되지 못하는 점이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EPL 직관승률 100%를 자랑하는 승리요정이 아니던가! 히샬리송의 세레머니의 여운이 지워지도 전인 추가시간 4분, 히샬리송이 골을 넣은 지 딱 1분 후. 디에고 조타가 토트넘 수비진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득점에 성공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은 말도 안 되는 원더골!!!!!!
The Kop에 있는 모든 Kop이 소리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이 말도 안 되는 경기를 만끽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경기만 보던 사람들이 서로 얼싸안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악수를 하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덕분에 나도 리버풀 아재들과 뜻하지 않은 포옹을 몇 번 해야만 했다.
곧이어 경기 종료 휘슬이 불렸다.
최종 스코어 4:3. 흥민이 헤트트릭은 없었지만 내가 한국에서 그렇게 얘기하던 4:3 경기가 이뤄진 것이다. 아 리버풀.. 정말 너란 팀은 안 빠질래야 안 빠질 수가 없구나 ㅠㅠ
공식 흥민이 러버 클롭감독이 경기 후 흥민이를 찾아가 위로의 말을 전했다. 흰색 유니폼이 아니라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클롭감독도 엄청 잘해줄 텐데 ㅠㅠ
질 뻔한 경기를 동점까지 끌고 가 승점 1점 경기로 만들 수 있었던 토트넘으로서는 4:3 결과가 너무 아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골 1 도움 기록하며 경기를 지배한 흥민이의 어깨가 축 처져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팬들에게 가서 인사를 잊지 않는 모습에서 그의 인품을 엿볼 수 있었다. 태극기를 들고 온 한국팬들도 여럿 보이던데 그분들에게도 나름 인생경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최종 스코어 4:3. 지금도 이 전광판 사진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경기장을 나가는 서포터 중 강력한 Kop의 냄새가 나는 간지 뿜뿜 서포터에게 사진 촬영 요청을 했더니 흔쾌히 수락해 줘서 값진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있었던 자리도 사진으로 남겨놓고...
안필드의 풍경도 담을 수 있을 만큼 담았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니...
득점이 4점!!!!!!!!
좋은 건 자꾸 보라고 어르신들께서 그러셨지~
좋은 건 자꾸 봅시다 ㅋㅋㅋㅋㅋ 이런 경기 보러 온 나 녀석 칭찬해!!!
매치데이 배팅은 다음차수로 넘어가겠구먼. 점수가 4:3 이 될지 커티스 존슨이 첫 골을 넣을지 누가 예측이나 했겠어??? 이래서 도박은 하면 안 되는 겁니다.
안필드 1층. 아까 본 올드트래포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TV에 결승골의 주인공 디에고 조타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나왔다. 골 넣고 세리머니 완전 쩔었어 조타!
몇 분 전까지만 해도 The Kop에서 응원을 하고 있었다고!!!! 바로 저기에서!
이대로는 숙소로 들어가기가 아쉬워서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다녔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그렇게 이끌리듯 간 곳에는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구나. 선수한번 보겠다고 이렇게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으니'라고 나도 자리를 잡고 기다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철제문이 열리고 하얀색 벤틀리 SUV 1대가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순식간에 지나가서 사진을 못 찍었지만 누네스가 조수석에 타고 있었다. 오!!! 누네즈까지 보다니 이거 완전 땡잡았다.
선수단 버스는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경기장 구경을 위해 자리를 떴다.
증축 공사 중인 안필드 로드 스탠드.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안필드는 61,000석 규모의 경기장으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이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2024년이나 돼야 끝날 것 같다는 예상이다.)
안필드 로드 끝에 리버풀을 대표하는 "The Bill Shankly Gate"가 자리 잡고 있다. 게이트 뒤쪽으로 Sir Kenny Dalglish Stand도 보인다.
Sir Kenny Dalglish Stand에 마련된 헤이젤 참사 추모 공간. 결코 이 날의 비극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떠나간 피루미누의 거대한 사진. 이 선수가 리버풀에 있어서 너무 좋았는데. 이번 축덕여행 중 피루미누가 출전하는 경기를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아쉽게도 부상이라 그 기회는 갖지 못했다.
8년간 리버풀을 이끌며 꿈에 그리던 프리미어 우승을 이뤄냈고 챔스 우승, FA컵우승, 클럽월드컵 우승까지 클럽 감독으로 이뤄낼 수 있는 모든 업적을 이뤄낸 위르겐 클롭. 우리 보스! 우리 오래오래 함께해요!!!!
경기장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맡겨놓은 짐을 찾기 위해 교회를 찾았다. 내가 거의 마지막인 것처럼 보여 조금은 미안했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어이없는 비용 지출도 발생했지만 하루에 올드트래포드와 안필드에서 EPL 경기를 본 한국인이 과연 또 있을까??? 축덕기네스가 있다면 이 분야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일이 일어났으니 뭐 이것도 나쁘지 않다. 승리요정은 안필드에서도 승리를 지켜내면서 EPL 직관 승률 100%를 달성했다. 이것도 기록 아닌가? ㅋㅋㅋㅋ
40살이 되면 안필드에서 리버풀 경기를 응원하겠다는 버킷리스트를 결국 지켜냈다. 물론 이 모든 건 다 와이프느님 덕분이라는 거 잊지 않았다. 평생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테다!!!! 이제 영국여행을 마무리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으로 떠나는 그 순간까지 행운과 안녕이 깃들길 바라며.
YN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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