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팀에서 주장은 많은 역할을 한다. 작게는 경기 시작 전 코인토스 시 앞뒤를 정하는 것부터 경기 중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는 것, 경기 분위기를 조율하는 것 그리고 나아가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를 조율하고 감독과 선수 사이의 다리 역할까지 다방면으로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선수단 전체를 대변하는 역할까지 하다 보니 주로 고참 선수들이 그 자리를 맡아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팀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보니 해당 시즌 주장과 부주장이 누가 되느냐도 팬들의 관심 대상이다.
2021시즌 FC서울의 캡틴은 '캡틴'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기성용'선수가 맡게 되었다.
국가대표 때도 주장 역할을 잘 수행해주었기 때문에 FC서울에서도 선수단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10여 년 전 파릇파릇 신인선수로 데뷔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주장 완장을 차다니 시간이 흘렀음을 다시 한번 몸으로 느낀다.
그렇다면 2004년부터 지금까지 FC서울 주장은 어떤 선수들이 맡아왔을까? 기성용 '주장 완장 득템 기념' FC서울 주장 역사를 알아보자.
「2005~ 2006 이민성」
05, 06시즌 2년 연속으로 '도쿄대첩 역전골'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민성 선수가 주장 역할을 맡았다. 리그 탑티어급 수비수였으나 이적하자마자 팀을 대표하는 주장이 되었다는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수들을 잘 이끌고 나가야 하고 감독과 선수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팀에서 오래 생활한 선수가 주장을 하는 게 보통이다. 근데 팀 적응도 못한 선수가 주장이라니... 이장수 감독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래도 주장을 하면서 하우젠컵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니 아주 박한 평가를 하긴 어려울 듯하다. 주장을 맡은 선수는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 마련인데 이민성 선수는 안타깝게도 '음주 뺑소니' 사건의 주인공으로 기억되고 있다.
2021 시즌 대전 하나 시티즌 감독으로 부임하며 K리그로 복귀했다.
「2007~ 2008 이을용」
'을용타' 이을용 선수가 07, 08 시즌 주장을 담당했다. 역사가 조금 복잡하지만 어쨌든 FC서울 창단 멤버인 이을용 선수는 왠지 FC서울에서 굉장히 오랜 선수생활을 한 것처럼 느껴지나 04 시즌 일부와 06, 07, 08 시즌 이렇게 사실상 3년밖에 없었다. 그만큼 임팩트가 강했던 걸까?
2008년 K리그 준우승을 이끌며 성공적인 주장 역할을 수행했다.
2018년 성적 부진으로 사퇴한 황새 전 감독이 싸놓은 또옹을 치우기 위해 감독대행의 자리에 올랐으나 큰 역할은 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최용수 '전'감독에게 다시 내어주었다.
현재 축구계에선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으나 e스포츠계에 안정환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21 시즌 그의 아들 '이태석' 선수가 우선지명선수로 FC서울에 입단하였다.
「2009 김치곤」
FC서울 창단 멤버로 8 시즌 동안 몸담았던 '곤사마' 김치곤이 2009 시즌 주장 완장을 찼다. 센터백으로 리그 탑티어급 수비 능력을 보여주었다. (과거 잘 나갈 때는 리그 탑티어 선수들이 널리고 널렸었구나...)
8년을 뛰었으면 레전드 소리를 들어도 되지만 이적한 울산 현대에서의 임팩트가 더 강해서인지 울산 현대 레전드라는 이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주장 역할을 하는 동안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2021 시즌에는 부산 아이파크의 코치로 얼굴을 볼 수 있을 듯하다.
「2010~2011 박용호」
내 마음의 캡틴 '미남' 박용호 선수가 2010, 2011 두 시즌 연속으로 주장을 맡았다. FC서울의 창단 멤버로 얼굴도 잘생겼도 수비 능력도 뛰어난 박용호 선수가 주장을 역임하던 시절 FC서울의 첫 번째 전성기가 도래했다. 그가 주장 역할을 수행하던 2010년, 꿈에 그리던 리그 우승과 리그컵 우승이라는 역사를 이뤄냈다. 그렇기에 여전히 내 마음의 캡틴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찐FC서울맨이었던 그를 2012년 미래가 촉망되던 김주영과 맞트레이드되며 부산 아이파크로 떠나보내야만 했다. 도대체 FC서울 프런트는 레전드라는 의미를 알고 있는 걸까...
2019년부터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
「2012~2013 하대성」
'상암의 왕' 하대성이 12, 13 시즌 FC서울의 주장이 되었다. 고요한 이전 주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하대성을 많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2010년 전북 현대에서 이적해 온 하대성은 이적해오자마자 FC서울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하대성만큼 해주는 선수가 없는 것으로 봤을 때 그의 활약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다.
그의 카리스마 때문이었을까? 그가 주장을 맞은 기간 FC서울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린다. 2012년 K리그 우승과 함께 2013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까지 거머쥐며 FC서울 주장으로써 가장 화려한 이력을 꽃피웠다.
뛰어난 활약 덕분에 2013 시즌 이후 해외진출에 성공하며 베이징 궈안, FC도쿄, 나고야 그램퍼스까지 동아시아 투어를 하였다. 2017 시즌 FC서울로 컴백하였으나 부상을 떨쳐내지 못하고 FC서울 토템 역할을 하다 2019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였다.
「2014 김진규」
FC서울 최애선수 '철인 6호' 김진규 선수가 2014 시즌 주장을 맡았다. 왜 이제야 주장이 된 건가요 철인 6호? ㅠㅠ 이렇게 저돌적이고 투쟁심 강한 선수가 2014 시즌이 되어서야 주장을 맡은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힘의 축구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던 천상 수비수 김진규.
그가 주장을 역임하던 기간 2014년 FA컵 준우승을 이끌며 나름 성공적인 주장 생활을 보냈다.
현재는 오산고 코치에서 FC서울 코치로 콜업되어 침몰해가는 FC서울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철인 6호 파이팅!!!!
「2015 고명진」
2015 시즌 상반기(?) 주장은 '고맹' 고명진이 맡았다. 2004시즌부터 줄곧 FC서울에만 몸을 담았던 고명진은 뒤늦게 꽃을 피우며 주장의 자리까지 올랐으나 2015년 7월 카타르리그로 이적하며 주장 완장도 내려놓았다.
「2015 차두리」
2015시즌 하반기 주장은 '차미네이터' 차두리가 맡았다. 선수단을 잘 다독였는지 2015시즌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2015시즌 종료와 함께 은퇴를 했다.
현재는 FC서울 미래군 오산고에서 감독을 맡고 있으며 최근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차 감독님, 나중에 우리 감독님으로 오시는 건가요??!!!!)
「2016 오스마르」
FC서울 외국인 선수 레전드의 길을 걷고 있는 오스마르가 K리그 역사상 외국인 선수 최초로 주장에 선임되었다. 그만큼 팀에 대한 애정과 선수들과의 융화가 남달랐다는 걸 알 수 있다. K리그 사상 외국인 선수 최초로 전경기 출장한 것은 보너스!!!!
레전드 테크를 타고 있는 선수답게 주장을 맡은 2016 시즌 내 K리그 우승, FA컵 준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3위를 이뤄냈다. 부디 FC서울에서 오래오래 선수 생활하고 은퇴했으면 좋겠다.
「2017 곽태휘」
알힐랄에서 친정으로 돌아온 곽태휘 선수가 2017 시즌 FC서울의 주장으로 선임되었다. 아쉽게도 복귀한 FC서울에서 좋은을 보여주지 못하고 2018 시즌을 끝으로 FC서울을 떠났다.
「2018 신광훈」
2017년 포항에서 이적해온 포항의 레전드 신광훈이 이적 첫 해 주장직을 수행하게 되었다. 갑자기 FC서울로 이적해 온 것도 주장직을 맡은 것도 다 황새의 그림.... FC서울의 암흑기를 대표하는 모습이다.
「2018~2020 고요한」
FC서울이 가장 힘든 시기 주장직을 맡아준 FC서울의 언성 히어로, '고 캡' 고요한. 2018 시즌부터 2020 시즌까지 무려 3 시즌 연속으로 주장 역할을 수행했다.
2004년 창단 해부터 무려 17년간 FC서울 한 팀에만 몸담아온 찐 중에 찐 FC서울 맨. 그런 선수가 팀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주장직을 맡았다. 그것도 무려 3년간... 고 캡 이전까지는 한 번도 2년 이상 주장직을 수행한 선수가 없었다. 그만큼 선수단을 강하게 다독이며 이끌어갈 선수가 필요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FC서울 암흑기에 주장직을 맡았기 때문에 성과는 없으나 그 시간을 건져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하다. 고요한 선수의 등번호는 무조건 영구결번 가야 한다. 꼭!!!
힘든 시간 잘 버텨왔으니 이제 꽃길을 좀 걸었으면 좋겠다. 그럴 거죠 고 캡?
이렇게 돌아보니 꽤 많은 선수가 주장직을 수행했다. 이해가 안 가는 선임도 있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선임도 있었다. 주장 혼자서 팀을 이끌어 가는 것도 팀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아님을 안다. 하지만 주장의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괜히 세계적인 선수들이 주장 완장의 무게를 견뎌가며 팀을 이끄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주장의 선임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성용 선수의 주장 선임도 부디 심사숙고해서 결정된 사항이길 기대한다. 단순히 네임벨류만으로 주장을 뽑았다면 큰 실수를 한 것이 될 테니까.
2021 시즌 모든 선수들이 기성용 선수와 함께 값진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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