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유난히 하이퍼였던 탓에 부모님은 나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날 서예학원에 등록시켰다.
지금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지만 예전에는 아파트 경로당에서 서예강좌를 열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어르신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되던 게 아니었을까?
워낙 유명한 흙손인 나는 특별한 재능을 보이지 못하고 성격이 차분해지지도 않은채 짧은 서예생활을 마쳤다.
그 때 기억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지금도 그 때 맡았던 먹 냄새만큼은 기억한다.
벼루에 물을 붇고 먹으로 정성스레 갈고나면 맡을 수 있던 그 냄새.
이후 먹물을 팔아서 편하게 쓰기는 했지만 우리 선생님은 한사코 먹을 갈게 했다.
여전히 궁금한 건 먹이 먹물을 만드는 걸까 벼루가 먹물을 만드는 걸까?
둘다 까만색이라 난 잘 모르겠다.
-100일동안 글쓰기 열한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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