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덕이는 작은 사슴이라고 해도 믿을 체형을 가진 치와와였다.
작은 몸매와 대조적으로 유달리 컸던 검은 두 눈은 순덕이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무려 15년을 산 순덕이는 내 성장과정을 함께한 소울메이트 같은 반려견이었다.
그런 순덕이의 마지막 가는 길은 너무나 드라마틱 했기에 아직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부모님은 모두 일을 나가셨고 난 늦잠을 자고 있었으니 날짜는 금요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있는데 순덕이 녀석의 숨소리가 평소와는 달랐다.
뭐랄까... 굉장히 거북한 숨소리? 태어나서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다.
내가 순덕이한테 다가갔을 때 이미 몸은 뻣뻣해진 상태였다.
순간 '아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부모님께 전화를 해서 '순덕이 힘들겠어요... 오늘 무지개 다리 건너겠어요..." 라고 상황을 알렸다.
일 하시던 부모님이 집으로 돌아오실 수는 없고 전화로 옆에서 잘 지켜보라고, 인사 전해달라는 말씀만 남기셨다.
하지만 순덕이는 무지개다리를 쉽게 건너지 못했다.
저녁에 어머니가 들어오셔서 잘가라고 인사를 하셨음에도 숨을 놓지 않았다.
무지개다리는 건넌 건 아버지가 들어오신 새벽이었다.
아버지는 가뿐 숨을 쉬고 있는 순덕이를 안고서 "이제 그만 가라" 라고 하셨고
순덕이는 그제서야 마지막 숨을 내쉬고 먼 길을 떠났다.
가족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나서야 눈을 감고 무지개 다리를 건넌 녀석...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믿기 힘든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강아지는 키우지 않을거라 다짐했건만
지금 집에는 사슴이라고 해도 믿을 또다른 강아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녀석도 순덕이 처럼 그렇게 인사를 하고 떠날까.... 그 때 나는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순덕이가 기다리고 있을텐데 서로 같은 주인 밑에 있었다고 알아볼까??
가끔 순덕이가 보고 싶다.
나중에 오빠 하늘나라가면 마중나와야 된다!!!!
-100일동안 글쓰기 열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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