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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00일 글쓰기

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

아부지가 내 곁을 떠나시기 전까지 내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난 아부지한테 맞아본 기억이 "거의" 없다. 

물론 어렴풋한 기억에 회초리를 맞거나 혼난 적은 있었어도 '맞아' 본 기억은 떠올리기 어렵다.

어머니한테는 사실 몇 번 맞았고 그 상황도 생생히 기억난다. 

하지만 그 맞았다는 것도 뺨을 몇대 맞은거 회초리를 몇 번 맞은 것 뿐이지

그 이상의 폭력을 행사하셨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부모님들이 맞벌이를 하셨기에 신경을 덜 쓰셨던건 아니었을까 의심해보면

가족하고 보낸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르기에 그 의심은 아닌거 같다.


하지만 난 아버지를 무서워했고 어머니를 무서워했다.

물론 부모님을 무서워했다고해서 사이가 나빴던 건 아니다. 

부모님에게 느낄수 있는 무서움이랄까? 존경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무서움?

두 분은 나에게 존경의 대상이면 한편으론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난 나이를 먹고 이제는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어디가서 손가락질 받을 일 한번 하지 않고 내 위치에서 묵묵히 잘 자라왔다.

내가 매를 맞아가며 컸으면 지금보다 더 훌륭하게 자랄 수 있었을까?

공부를 더 잘하게 되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건실한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은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셨고 

내가 무엇을 하던 가이드 이상의 것은 절대 해주지 않으셨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고?

그건 인내하지 못한 부모들이 하는 한낱 핑계다.

부모는 아이를 때릴 권리도, 아이는 부모에게 맞을 의무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

하나의 인격체로 서로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태어난 인간일 뿐이다.

우린 기껏 매하나로 버려지고 살려지는 그런 미개한 종이 아니다.

끝까지 믿고 격려해주자.


우리 부모가 나에게 그래주었듯이.


-100일동안 글쓰기 아홉번째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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