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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00일 글쓰기

컴퓨터 인생

아들을 위해서라면 모든지 다 해주려고 하셨던 부모님 덕분에 컴퓨터라는 물건을 참 빠르게 접했다.

내 첫번째 컴퓨터는 5.25인치 디스크 두 개가 달려있는 무려 286 컴퓨터였다.

초록색(?) CRT 모니터가 육중한 몸을 본체에 맡기는 전형적인 데스크탑 모델이었다.

그 당시 컴퓨터로 할 수 있던건 고인돌 이나 페르시안 왕자같은 게임이었다.

게임을 한번 하려면 플로피디스크를 순서대로 준비해놓고 기다려야 했다.

(플로피디스크라고 하면 어린 친구들은 무슨 소린가하겠지?)


어머니의 선경지명이었을까? 아님 내 미래의 복선이었을까?

그 당시 찾기도 힘들었던 컴퓨터학원에 등록해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하셨다.

당시 배운 언어는 GW-Basic 이었다. 베네치아를 통해 키보드 연습도 적잖이 했던걸로 기억한다.

그 때 더 열심히 했다면 내 인생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학원은 1년을 못다닌거 같았고 mdir을 사용하던 컴퓨터 환경은 윈도우 3.0 이라는 변화를 맞이했다.


<이미지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zenoms&logNo=220854939818>


그 무렵 내 컴퓨터는 삼성매직스테이션으로 크게 업그레이드 됐다.

5.25인치 디스크는 3.5인치 디스크를 거쳐 무려 CD-ROM이라는 상상도 못했던 매체로 변모했다.

내가 뭐라고 부모님은 그 당시 몇백만원이나 된 컴퓨터를 내 방에 떡하니 놔주신걸까?

업그레이드 된 컴퓨터로 했던 일은 한글 3.0 으로 숙제를 하거나 기본프로그램으로 설치 되어 있던 

노래방프로그램을 가지고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게 전부였다.

그래도 나름 컴퓨터라는 걸 활용해보겠다고 서점에가서 책을 샀던게 포토샵책이었고

기억을 더듬어보면 포토샵 9.0이 아니었나 싶다.


시간이 흐르고 흐르고 흘러서 

 GW-BASIC을 배웠던 아이는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해서 C언어와 JAVA 그리고 HTML을 배웠고

포토샵 9.0 책을 사서 공부하던 아이는 포토샵이랑 일러스트를 배워서 웹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운명의 수레바퀴... 그런 경험들이 세월이 지나고 이런 식으로 돌아오게 될 줄이야.

하지만 깊이가 깊지 않았던 탓에 지금은 마케터로 일하고 있지만 그 때 경험들이 꽤 유용한 자산이 되어

마케터로의 삶을 살아가게 지탱해주고 있다.

아직까지도 IT업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게 그 증거가 아닐까?


-100일동안 글쓰기 열세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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