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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글쓰기

무지개다리를 건넌 순덕이

철부지 션쿤 2017.12.27 23:53

순덕이는 작은 사슴이라고 해도 믿을 체형을 가진 치와와였다.

작은 몸매와  대조적으로 유달리 컸던 검은 두 눈은 순덕이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무려 15년을 산 순덕이는 내 성장과정을 함께한 소울메이트 같은 반려견이었다.


그런 순덕이의 마지막 가는 길은 너무나 드라마틱 했기에 아직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부모님은 모두 일을 나가셨고 난 늦잠을 자고 있었으니 날짜는 금요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있는데 순덕이 녀석의 숨소리가 평소와는 달랐다.

뭐랄까... 굉장히 거북한 숨소리? 태어나서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다.

내가 순덕이한테 다가갔을 때 이미 몸은 뻣뻣해진 상태였다.

순간 '아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부모님께 전화를 해서 '순덕이 힘들겠어요... 오늘 무지개 다리 건너겠어요..." 라고 상황을 알렸다.

일 하시던 부모님이 집으로 돌아오실 수는 없고 전화로 옆에서 잘 지켜보라고, 인사 전해달라는 말씀만 남기셨다.


하지만 순덕이는 무지개다리를 쉽게 건너지 못했다.

저녁에 어머니가 들어오셔서 잘가라고 인사를 하셨음에도 숨을 놓지 않았다.

무지개다리는 건넌 건 아버지가 들어오신 새벽이었다.

아버지는 가뿐 숨을 쉬고 있는 순덕이를 안고서 "이제 그만 가라" 라고 하셨고

순덕이는 그제서야  마지막 숨을 내쉬고 먼 길을 떠났다.

가족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나서야 눈을 감고 무지개 다리를 건넌 녀석...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믿기 힘든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강아지는 키우지 않을거라 다짐했건만

지금 집에는 사슴이라고 해도 믿을 또다른 강아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녀석도 순덕이 처럼 그렇게 인사를 하고 떠날까.... 그 때 나는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순덕이가 기다리고 있을텐데 서로 같은 주인 밑에 있었다고 알아볼까??

가끔 순덕이가 보고 싶다.

나중에 오빠 하늘나라가면 마중나와야 된다!!!!


-100일동안 글쓰기 열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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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상추 제가키운 강아지도 이름이 순덕이였어요 시츄고 이제 15살
    결혼하고 육아에 신경쓰는동안 이녀석에게 신경도 못써줬는데 그래서 삐졌는지 저한테 아무런 암시도 안하고 오늘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몇년전부터 이별연습을 빡세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연습을 했는지 눈물이 안나네요
    왜그럴까요 정말 눈물이 매마른것처럼 .. 아직 퇴근하려면 멀었는데 아무생각없이 무지개다리만 검색하고 있어요
    착하게 살다간 녀석 후생엔 좋은팔자로 태어나겠죠?
    2018.05.02 19:15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aka-s2an.tistory.com BlogIcon 철부지 션쿤 무지개 다리에서 우리가 오는날까지 기다릴겁니다.
    우리 멍멍이들은 그럴거에요 ㅠㅠ
    2018.05.03 12: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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