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할 때의 일이다. 어린 날의 객기로 단돈 100만원을 들고 무작정 호주로 떠났다. 당장 머무를 숙소는 물론이고 일할 곳도 찾아보지 않고 말 그대로 무작정 길을 떠났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는지. 운이 좋았던 건지 호주에 도착한 지 3일만에 농장에 일자리를 구했고 그렇게 힘겨운 호주 생활을 시작했다.
농장생활을 하다가 중간에 여행을 가고 다시 농장을 들어가는 힘겨운 호주생활을 이어갔다. 결국 도시에서는 쉽게 일자리를 구하고 돈을 많이 벌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큰 도시로 옮겨갔다. 하지만 도시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렇게 몇 주를 일을 하지 못하다보니 통장에 잔고가 100불 이하로 남게 되었다. 당장 방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집 주인 누나가 사정을 이해해줘서 당장 쫓겨나는 것은 피할 수 있었으나 하루 빨리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돈이 없다보니 쌀이나 빵을 살 형편도 되지 못했고 같이 쉐어Share를 하던 사람들에게 얹혀 하루에 한 끼 먹기 바빴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배를 곯지는 않았지만 혈기왕성한 사내녀석이 하루에 한끼가 성에 찰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사놓은 음식이 없어서 배를 쫄쫄 굶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습관처럼 냉장고 문을 열었다 빵에 발라 먹으려고 사다놓은 누텔라를 발견했다. 냉장고에서 누텔라를 꺼낸 후 숟가락을 들고 방으로 향했다. 내 잠자리인 2층 침대로 올라간 후 누가 볼까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리곤 누텔라의 뚜껑을 열어 허겁지겁 퍼먹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달달한 기운. 그렇게 몇 숟가락을 먹고 나니 마지막 남은 나의 식량이었던 누텔라도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숟가락에 묻은 누텔라를 빨아먹을 때의 기분이란....
이후 한인지역게시판에 구구절절한 글을 올려 새벽 청소일을 얻을 수 있었고 주머니 사정이 나아져 집세도 내고 쌀은 물론 과일도 가끔 사먹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나쁜 한인 사장님을 만나 또 한번 고생을 하긴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왜 이불을 뒤집어썼나 스스로에게 궁금해진다. 숟가락으로 누텔라를 먹는 모습을 보이는게 창피하다고 생각한 걸까?
지금도 이 일만 생각하면 많은 생각이 든다.
-100일동안 글쓰기 일흔아홉번째날 -
'일상 > 100일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의 노래 - 김훈 (0) | 2018.08.06 |
---|---|
폴란드. 2002한일 월드컵. 올리사데베 (2) | 2018.07.31 |
초보아빠의 동요 (0) | 2018.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