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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00일 글쓰기

만나서 '영광' 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시골이라고 해봤자 차로 1시간만 달리면 도착하는 동두천이라

'귀성길 전쟁' 이니 '연휴 체증' 이니 하는 소리는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렇게 세상 모르고 살던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으니 바로 지금의 아내를 만난 일이었다.


여차저차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아내 고향이 영광이라는 걸 알았지만

연애 할 때야 부모님을 찾아 뵐 일이 없다보니 그런가보다 싶었다. 

막연히 참 먼 곳에서 왔구나라는 생각만 했다. 


<이미지출처: http://m.gjdaily.net/news/articleView.html?idxno=1634>


기억을 더듬어 거슬러 올라가보면 '영광'이라는 지역이 나와 완전 무관한 곳만은 아니었다.

아주 어렸을 때 친척이 영광에 살고 있어서 여름에 잠깐 여행삼아 내려갔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갔는데 상당히 험난한 여정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이 짧은 기억 빼고는 '굴비의 고향', '원자력 발전소가 많은 곳' 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내가 바로 그 '영광' 출신이라니 호기심이 잔뜩 일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보자면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 

서울과 경기도권, 흔히 우리가 말하는 수도권을 제외한 시골이라고 하면

단독주택에 마루가 있고 아궁이가 있고 화장실은 푸세식인데 거기에 밖에 위치하고 있을거야 

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내 시골이 그랬기에 이런 상상도 했을 터.

이 얼마나 오만하고 버릇없는 상상인가.

상상만 했다면 아무 문제 없었겠지만 이 내용을 아내에게 물어보기 까지 했다.

'자기 집 화장실은 밖에 있어?'

 

이게 나이 30 넘게 먹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 질문이라니 참으로 부끄럽고 부끄럽다.

근데 웃기는 건 나만 이런게 아니라는 점이다.


나고 자란 곳도 서울이요 고향도 서울인 어머니는 처음 내가 처가에 내려갔을때 

'가까운 이마트 들러서 맛있는 것 좀 사들고 들어가라' 라고 말씀 하셨고 

엄마 여기는 이마트 없어요 라고 말씀드리면 '아니 이마트 없는 곳이 어딨어?' 라고 반문하셨다.

어머니나 나나 참으로 바보같아 부끄러울 뿐이다.


이제 영광도 서울하고 다를 것 없다는 것을 체득하여 바보 같은 질문은 더이상 하지 않지만

마루가 있고 아궁이가 있고 외양간이 있던 옛날 내 시골집이 그립기는 하다.


-100일동안 글쓰기 예순세번째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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