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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00일 글쓰기

실내라서 실내화? 실례해서 실례화?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아파트는 1층이었다.

1층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아이가 걷고 뛸 무렵부터 알게 되었다.

뉴스나 SNS 에서 보여주는 층간소음의 피해는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아이는 집에서 축구도 하고 자전거도 타며 마음껏 뛰어다녔다.

뛰지 말라고 이야기 할때는 물청소를 해서 바닥이 미끄러울 때 뿐이었다.


<이미지출처: http://thezoomco.com/>


하지만 새로 이사온 곳은 지상으로부터 45m 떨어진 17층 아파트다.

1층에서 살던 아이를 17층으로 옮겨 놓았을 때의 스트레스는 상상도 못했다.

이사오고 1~2주는 정말 목이 쉬어라 '뛰지마라','걸어다녀라', 발 쿵쿵하지마라'를 달고 살았다.

불과 며칠전까지만해도 집에서 축구를 하고 놀던 아이에게 갑자기 뛰지 말라고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

아랫집에 선물을 사들고 인사를 가고 아이가 뛰면 걱정되는 마음에 문자를 보내

'아이가 뛰는 소리가 시끄럽죠. 이야기를 하는데도 잘 안되네요...' 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결국 이사 한 달 만에 거실에는 층간소음매트라는 두꺼운 매트를 깔았다.


아래집에 인사를 가서 사전에 미리 양해도 구했고 아이가 뛰려는 자세만 취해도 제제를 했고

자비를 들여서 거실에 두꺼운 매트까지 깔았기에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파트단지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다들 그러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이미지출처: http://gurmbal.com/>


내가 취한 행동은 정말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었다.
집안에서 실내화를 신고 사는 게 '예의' 아니냐는 말도 있었고 
자기네들은 '층간소음양말' 이니 '층간소음실내화' 를 신고 산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고 '니가 아래층에 살아봐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 아이에게만큼은 도저히 신길 자신이 없다.
지금 한창 흙을 밟고 살아도 모자를 판에 양말도 부족해서 우레탄이 붙어있는 양말이라니...
저 양말을 신고 난 후 아이의 허리나 척추에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연구는 진행된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윗집도 아이를 키우는 것 같다. 특정 시간이 되면 엄청 뛰어다닌다.
하지만 이윽고 잠잠해진다. 아마도 부모님이 우리처럼 뛰지 말라고 훈육을 하는 듯 하다.
그 아이는 얼마나 뛰고 싶을까. 가뜩이나 추워서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는데 얼마나 답답할까.

새로운 집에 이사 온 지 어느덧 4개월.
환경도 좋고 새집이라서 좋은 것도 있지만 거실에 깔린 두꺼운 층간소음매트만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집안에서는 뛰는 거 아니라고 아이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는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결국 1층이나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아야 할 거 같다.

층간소음양말이라니.... 정말 가학적인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 100일동안 글쓰기 마흔일곱번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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