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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00일 글쓰기

돈까스

지금이야 김밥천국에 가던 일식집에 가던 이마트 냉동코너에 가던 돈까스를 만나볼 수 있지만

내가 어렸을 적 그러니까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돈까스는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 같았다.

맞벌이를 하시던 부모님은 퇴근길에 집 근처 '경양식' 가게로 부르셔서 돈까스를 사주곤 하셨다.

어렸을 적 내 '최애' 음식은 돈까스 뿐이어서 '석관동 할아버지(석관동에 사시는 친척 할아버지셨다.)' 가

뭘 먹고 싶냐고 물으시면 항상 '돈까스요' 라고 대답을 했고 그러면 할아버진 날 돈까스 집에 데리고 가셨다.

<이미지출처: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6863060&memberNo=11781243>


경양식 집에서 먹던 돈까스는 정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돈까스가 나오기 전에 김이 모락모락나는 노오란 색 스프를 가져다 주면 후추를 살짝 친다.

스프 냄새와 후추 냄새가 섞인 냄새는 그렇게 완벽할 수가 없다.

따끈한 스프를 다 먹고 물로 입을 행구면 본 게임으로 돈까스가 테이블로 배달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릿한 갈색을 띈 돈까스에 갈색의 특제소스가 얹혀 나오는 비쥬얼을 그야말로 일품이다.

돈까스 옆에는 놔둔건지 보라고 놔둔건지 모를 당근이 이쁜 자태를 뽐내며 자리라고 있고

하얀색 양상추를 얇게 자른 후 마요네즈를 뿌려 놓은 샐러드 아닌 샐러드는 갈색의 돈까스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여기에 '한 송이' 초록색 파슬리는 접시 위의 모든 색을 중재라도 하듯 접시 위에 올라 앉았다.

내가 먹던 '경양식' 돈까스는 항상 이런 모습으로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최애 음식은 돈까스이지만

과거 먹었던 그 돈까스의 맛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가끔 엄마가 만들어주는 수제 돈까스에서 그 맛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경양식' 집에서 먹었던 돈까스의 그 느낌과 맛은 도대체가 느낄 수가 없다.

아마 그 맛은 앞으로도 영원히 맛볼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100일동안 글쓰기 스물여덟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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