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토박이인지라 다양한 나무를 볼 기회가 적었지만
특히나 길게 뻗은 대나무를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에 몇 십cm 씩 자란다는 이야기와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의 배경이
대나무 숲이었다는 건 어린 시절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좋은 주제였다.
내 나이 삽십 중반이 되어서야 대나무 '숲' 이라는 곳을 가봤다.
그것도 아내의 처가집에서 담양 죽녹원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가볼 기회가 있었던거지
그마저도 없었다면 평생 대나무숲을 가볼 일이 있었을까 싶다.
<이미지출처:https://pixabay.com/p-1224035/>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 뻗은 대나무숲은 상상했던 이상으로 환상적인 장소였다.
대나무의 긴 잎들이 바람에 휘둘리며 내는 소리는 파도소리와 비슷하게 청량했고
큰 키로 하늘을 가려 약간은 서늘했지만 오히려 그 온도는 온 몸의 감각을 살아나게 해주었다.
할 수만 있다면 편안한 쇼파에 가져다 놓고 밤이 될때까지 숲의 냄새와 바람을 느끼고 싶었다.
돌아오는 길에 죽순을 재료로 하는 식당을 찾았는데 그 또한 일품이었으니
대나무 숲에 오지 않았더라면 인생에 큰 기쁨을 누리지 못할 뻔 했다.
-100일동안 글쓰기 스물두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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