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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00일 글쓰기

교실이동


국민학교(a.k.a 초등학교) 6학년 때 일이다.

담임선생님의 갑작스러운 건강악화로 우리 반은 나머지 9개반으로 분산되어야 했다.

선생님이 쾌유하셔서 돌아오실 때가 임시로 분산 되었지만 어린마음에 굉장한 충격이었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나누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제비뽑기였던걸로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도 않지만 당시에는 잘나가는 반이 몇 곳 있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분위기 좋고 잘나가는 반으로 가기를 모두가 원했다.(라고 믿고 싶다ㅠㅠ)

내 차례가 되었고 신중하게 종이를 뽑았다. 제발 8반 되게 해주세요...

좋아하던 여학생이 있던 8반이 되는 것이 최고의 결과였다.

하지만 내 뽑기운은 이 때부터 재수가 없었는지 8반 대신 7반이 뽑혀나왔다.

7반이라니!!!! 친한 친구도 없고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한 반으로 가야된다니...

눈 앞이 캄캄해졌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 많고 많은 반 중에 왜 하필 7반인거냐!!!!!!


나도 모르게 갑자기 울컥 눈물을 쏟았다.

'7반은 안갈거라고 ㅠㅠ 나 7반 안갈거라고...'

사실, 국민학교 6학년생이면 어느 정도 컸다고 봐도 될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매우 창피하게, 지금 생각해보면 이불킥을 수백만번 해도 모자랄 정도로 엉엉 울었다.

야속하게도 내 절규는 허공으로 흩어졌고 난 쓸쓸히 가방을 싸서 7반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7반에서 지낸 시간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7반 교실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날 쳐다보던 몇몇 친구의 눈빛은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이불을 뻥뻥 찰 수 밖에 없는 일.

그나마 국민학생이었으니까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 갑자기 국민학교 동창들이 보고 싶어진다.


-100일동안 글쓰기 열여섯번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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