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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축구이야기

[축덕여행:오사카더비 직관] 더비는 직관이 진리지!

‘아들, 생일날 가고 싶은데 있어요?”

아빠,
나 J리그 가서 보고 싶어요.


오사카 더비 직관은 이렇게 시작됐다.


아들과 함께한 오사카더비는 세레소 오사카 홈구장인 ‘요도코 벚꽃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요도코 스타디움은 경기장이 시내와 가까워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상호가 뛰어간다!

요도코 스타디움이 위치한 나가이역. 아들은 나상호, 아빠는 이승렬 마킹이 된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갔는데 이승렬은 감바오사카에 오스마르는 세레소오사카에 있었던 적이 있어서 나름 의미를 갖는 드레스코드라고 할 수 있다 ㅋㅋㅋ

나가이 공원 지도. 이곳에 요도코 벚꽃 스타디움과 함께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가 위치해 있다. 두 경기장 모두 세레소 오사카가 홈구장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경기 예상관중 수에 따라 결정하는 듯하다.

세레소오사카와 감바오사카의 유니폼을 각각 챙겨 입고 온 서포터친구들.

같은 지역 연고의 라이벌전이다 보니  친구끼리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온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경기장으로 가는 길 중간에 세레소오사카 랩핑을 한 자판기도 볼 수 있다.

사스가 자판기의 나라!😯

경기시간이 두 시간 넘게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으로 들어가려는 줄이 길게 이어졌다. 아무리 전석 매진이라고는 하지만 경기장에 들어가면 자리가 있을 텐데 뭐 벌써부터 줄을 서나 의아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빠와 아들은 줄 서기 대신에 경기장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요도코스타디움 경기장 둘러보기

경기장 한 켠에 차려진 감바오사카의 임시 용품샵. 홈팀 경기장에 원정팀의 용품샵이 차려진다는 게 놀라웠다.

감바오사카 직원들이 나와서 운영하는 걸까? 그럼 주말수당은 받는 건가? 위험수당도 받나?라는 지극히 회사원스러운 질문들이 떠올랐다.

경기장 주변에는 방문객들을 위해 다양한 즐길거리로 가득했다.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의 문이 활짝 열려 있어 구경삼아 들어가 봤다. 역시 축구를 보려면 전용경기장에서 봐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와... 이 극약의 시야 어쩔 거야.

근데 이렇게 보니 이 지역이 잠실올림픽경기장이랑 굉장히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쩐지 이곳 낯설지가 않았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 바로 옆에 위치한 ‘요도코 벚꽃 스타디움’. 외관이 살짝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느낌이 난다. 2만여 석 규모로 아담한 느낌이 드는 경기장이다.

저 멀리 원정석이 보인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임에도 원정석은 이미 만석이다.

물론 더비 매치가 치열한 부분도 있지만 감바오사카가 서포팅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팀이라 경기시작 전부터 가열차게 달린다.

온통 분홍분홍한 이곳은 요도코 벚꽃 스타디움입니다.

마테이 요니치 선수 플래그.

낯이 익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15~16년 인천에서 뛰었던 요니치였다. 세레소 오사카에 양한빈 외에 K리그에서 뛰었던 선수가 있었던 건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반갑네.

직관 다녀온 구단 머플러를 모으는 취미가 있어 세레소 오사카 구단샵을 들렀다.

수많은 물건 중에 유독 재고가 없던 김진현 선수 아크릴 스탠드.

김진현 선수는 2009년부터 세레소 오사카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데 세레소 오사카에서만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원클럽맨이다. 필드플레이도 어려운데 골키퍼가 그것도 외국인선수가 원클럽맨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계속 세레소 오사카에서 멋진 선수 생활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마침 양한빈 선수의 이름이 새겨진 머플러가 있어 고민 없이 바로 결제를 했다.

양한빈 선수는 FC서울에서 기량을 꽃피우고 그 실력을 인정받아 22시즌을 끝으로 세레소로 이적했는데 이적 첫 해인 올해 12경기에 선발 출전하면서 안정적으로 J리그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듯하다.

우리 나중에 다시 FC서울에서 만나요 ㅠㅠ

악세사리의 천국답게 다양한 굿즈들이 준비되어 있다. 한창 뽑기를 좋아할 나이인 아들은 신기해 보이는 기계 앞에 섰다.

유니폼 모양의 키링을 뽑는 기계인데 특이하게 본인이 원하는 선수 유니폼을 선택하면 프린팅 되어 나온다. 선수는 물론이고 커스텀도 가능해서 꽤나 인기가 있어 보였다.

당연하게도(?) 아들은 양한빈선수 유니폼을 골랐다.

세레소 오사카의 마스코트 ‘노블 발리엔테 아체 로비토 데 세레소(Noble Valiente Hache Lobito de Cerezo)'. 유서 깊은 세레소 가문의 용감하고 고귀한 늑대의 자식이라는 뜻으로 짧게 로비라고 불린다.

매 경기 상대팀 정보가 게시판에 보이는 듯하다. 내가 다녀온 경기를 언제 누구와 했는지 우리 팀 마스코트가 알려줘 더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을 듯하다.

이 날 경기에는 일본의 넘버원 호스트 로란도 ローランド  가 초대됐는데 경기장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렇게 실물로 보게 됐다.

아 저 셋 중 누구냐고? 금발이 로란도다. 로란도에 대해 궁금한 사람을 따로 검색해 보시길 추천한다.

인산인해를 이룬 요도코 스타디움(벚꽃까지 넣으려니 너무 길다. 이제 요도코 스타디움으로 부른다.)

사실 2만여 석 경기장이라 여기 모인 인원은 FC서울 홈경기 때만큼의 숫자지만 밀도가 높다 보니 더 많아 보인다. 이래서 우리도 2~3만 석 규모 경기장이 필요하다니까... 6만 5천 석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넓어도 너무 넓다.

경기장 넘어 섭팅 소리가 들리길래 발걸음을 소리가 나는 쪽으로 옮겼다. 멋모르는 아들은 아빠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고생 중

원정석을 가득 채운 감바오사카 서포터. 우라와레즈랑 감바오사카는 내가 인정하지.

역시나 소리가 나는 곳에서 세레소 오사카 서포터들의 카니발이 한창이었다. 저 많은 깃발보소!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섭팅곡이 쉴새 없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섭팅곡은 돌고 돈다지만 비슷한 섭팅곡이 너무 많음 거 아닌가 그 팀(?)

시간이 있다면 카니발 영상 시청을 추천한다.

귀여운 건 못 참지 😍

경기 시간이 다가오니 서포터 수가 더 늘었다. 세레소 오사카의 핫핑크가 나가이 공원을 가득 채워갔다.  핫핑크야말로 남자의 색! 유니폼 가격만 저렴했으면 아빠와 아들 세트로 마련했을 텐데..

직관도 식후경!
경기장 주변을 둘러쌓은 푸드트럭 중 아들이 Pick 한 곳에서 거하게 한 상을 차려봤다.

아들의 선택은 카키고오리かき氷 라고 하는 일본식 빙수와 소시지구이. 아들이 이 트럭을 Pick 한 건 이 빙수의 영향이 100% 였을 것이다

아빠는 볶음우동과 컵치킨을 시켰는데 컵치킨이 신의 한 수! 까다로운 미식가인 아들의 눈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놀라운 맛을 지녔다.

치킨의 맛도 맛이지만 쫄병스낵과 비슷한 맛을 내는  튀김옷이 예술이었다. 3박 4일 여행 중 맛있는 음식 Top5에 들 정도로 굉장히 훌륭했다.

자 그럼 배도 채웠으니 경기장으로 들어가 볼까?!


 


부자는 요도코 스타디움에서 직관 중

경기장에 들어오고 나서야 왜 경기시작 두 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들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경기장 재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아놓고 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웃돈을 얹어서 샀음에도 아빠와 아들은 스탠드 맨꼭대기 계단에 앉아 경기를 봐야만 했다. 의자에 앉는 것보다 경기 보는 시야가 더 좋아서 다행이었지 그것마저 아니었음 많이 속상할 뻔했다.

스탠드 맨꼭대기 계단에 앉아서 얻어낸 경기장 뷰.
어찌 보면 이 뷰를 보여주기 위해 ‘축구의 신’이 날 도운 건지도 모르겠다.

파노라마로 보면 쬐금 더 근사하다.

어렵게 구한 좌석에는 K리그와 100% 완전하게 다른 점이 있는데 바로 원정팀 유니폼을 입고 들어와도 되고 심지어!!! 응원까지 허용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티켓팅 때부터 중립석이라고 고지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불편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와... 이게 된다고?? 나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

이렇게 또 새로운 축구문화를 알아간다.

핑크색으로 가득 물든 세레소 오사카 홈 서포터의 모습. 관중석과 피치의 거리가 거의 EPL급이다.

대형기와 중형기의 수가 아주 많지는 않았다(물론 K리그에 비해서는 많았지만 잠시 후 보게 될 감바오사카에 비하면 절대 적었다)

줌을 땡겨본 세레소 오사카 서포터들의 모습. 왠지 모르겠는데 그들의 모습에서 FC서울의 모습이 보였다.

원정석을 빼곡히 채운 네라주리 감바오사카 원정서포터. 온통 검푸른 색인 것도 숨 막히는데 저러면 경기가 보일까 싶을 정도로 많은 깃발은 정말 소름 돋았다. 심지어 섭팅소리도 세레소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줌을 땡겨본 감바오사카 서포터들의 모습. 깃발이 소름 돋게 돌아간다.

홈팀 응원석과는 다르게 원정석은 피치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ㅋㅋ 이런 것이 진정한 홈어드밴티지라고 할 수 있지!!! 이런 소소한 것들이 직관의 재미를 높여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경기시작 5분 전, 피치 위로 세레소오사카 깃돌이들이 도열을 하고 홈팀 서포터들이 카드섹션을 선보였다. 이 상태로도 좋았는데 변환 카드섹션으로 글자를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안 하니만 못한 퍼포먼스가 되어 경기 초반 섭팅 기세에서 밀렸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카픽사바의 스루패스를 받은 페레이라가 골을 넣으며 세레소 오사카가 승기를 잡았다.

전반전만 봤을 때는 세레소오사카의 대승이 기대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맥없이 끝나면 더비매치가 아니지(물론 한국에 맥없이 끝나는 더비매치가 있기는 하다ㅋ)

라커룸에서 뭔 소리를 들었는지 후반전의 감바오사카는 전반전과 완전히 다른 팀이었다.

가지런한 백포라인. 거참 이 집 라인 맛집일세!

감바오사카의 어이없는 골결정력이 아니었다면 경기는 쉽게 뒤집혔을테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리그 최하위팀은 최하위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계속해서 골문을 두드리는 감바오사카. 하지만 프리킥, 코너킥, 센터링 그 무엇 하나 제대로 올라오는 게 없었다. 쉽게 막을 수 있는 단조롭고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공격이 이어졌다.

경기막판에는 경기과열되어 선수끼리 가벼운 몸싸움을 하는 일도 일어났다.

그리고 경기종료 1분여를 남기고 전후반 통틀어 감바오사카에게 가장 좋은 찬스가 찾아왔다.

노마크 찬스에서 제발리의 오른발 슈팅이 제대로 얹혔다. 딱 손흥민존에서 감차하는 모습. 하지만 세레소의 수호신 김진현이 그걸 막아내며 팀의 1:0 승리를 지켰다.

그렇게 경기는 1:0 세레소오사카의 승리로 끝이 났다. 코기쿠 아키오 감독 부임 이후 오사카더비는 압도적으로 세레소가 우위를 지키고 있는데 그 흐름을 계속 이어갔다.

핑크색 배경에 Winner라는 글씨가 전광판을 가득 채웠고 전광판 아래 위치한 감바오사카 서포터들은 쥐 죽은 듯 조용히 홈팀 서포터들의 환호성을 들어야만 했다.

90분 내내 가열차게 섭팅을 했던 감바오사카 서포터들이었기에 이렇게까지 조용해질 수 있나 싶었다.

원정석 근처 중립석이라 감바오사카 서포터들도 많았는데 그들 때문인지 원정석이 아닌 곳에도 선수들이 인사를 하러 왔다.

그 이후 원정석으로 가서 서포터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거의 도개좌를 하듯 90도로 허리를 숙여 미안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강등권에 위치해 있는 팀 성적도 마음에 안 드는데 더비까지 패배해서 가슴이 쓰린 감바서포터들은 그들을 향해 뭐라뭐라 질책하는 모습이었다. 그래... 나도 너희 맘 이해해.

‘Real OSAKA’를 외치는 세레소오사카에게 오늘 같은 날 ‘OSAKA is CEREZO!'처럼 찰떡인 문구는 없어 보인다.

서포터와 함께 승리를 만끽하는 세레소오사카 선수들. 언제부터인지 누구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경기를 이기고 나서 응원석 서포터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 된 것 같다.

선수들이 모두 퇴장하고 나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포터들. 알고 보니 선수들 인터뷰까지 보기 위해 앉아있는 거였다.

경기장을 나오면서 보게 된 2023 시즌 마지막 홈경기 안내. 세레소오사카는 오늘 승리로 우승 경쟁을 하기엔 어려운 승점이지만 ACL 진출티켓을 놓고는 한번 해볼 만한 위치가 되었다.

과연 12월 세레소오사카의 최종 성적은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된다.

아들의 생일선물로 준비한 J리그 직관. 오사카더비를 아들과 함께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들도 이번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경험이 J리그 경기를 본 것이라고 하니 여행의 목적도 달성한 셈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직관 시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며 승리요정 타이틀을 지켜냈다.




아들~ 또 어디 가고 싶은데 없어!? 아빠랑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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