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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2013년 하계여행] 뚜르드 동해안 Stage 2


사진을 대량 포함하고 있는 포스팅입니다.

용량의 압박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뚜르드 동해안의 2일차 날이 밝았다.

밤에 마시고 잔 맥주가 보약이었는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주 개운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제 130km의 대장정을 했던 몸이라고는 믿기 않을 만큼 좋은 컨디션이었다. 


아침 6시.

창문을 열어보니 떠오르는 해로 인해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일출인지 일몰인지 모를 만큼 붉은 하늘.. 비는 오지 않을 것처럼 보였고 더운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귀빈모텔] 1호실의 드넓은 화장실에서 가볍게 샤워를 마친 후 짐을 정리하고 떠날 채비를 갖췄다. 들고 다니는 물건이 달랑 작은 가방 한 개 뿐이라 정리하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어제보다 다소 사람된 모습. 축구유니폼을 입고 여행을 다니는 건 빨래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밤에 샤워하면서 옷을 같이 빨고 옷걸이에 걸어놓으면 아침에 뽀송뽀송 말라 있는 옷을 입을 수 있다. 자전거 여행의 동반자가 된 뮌헨 유니폼.

 

나름 첫날밤을 보낸 곳인데 기념사진이라도 찍어야 할 것 같아서 한장 남겨 보았다. [귀빈모텔] 여관마크가 왠지모르게 정감가는 모양이다. 


어제 지나온 수많은 마을과 아침에 본 모텔의 풍경에서 수년전 지냈던 호주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된다. 호주에서도 주로 시골로만 돌아다닌 터라 복잡하지 않으면서 그 지방의 냄새가 물씬 나는 곳들을 주로 방문할 수 밖에 없었고 차를 타고 지나가는 풍경에는 드넓은 평야와 울창한 나무들뿐이었다. 그런 풍경에 대한 느낌이 굉장히 강하게 남아있어서인지 어제도 그랬도 아침에도 그랬고 그 때의 기억이 자꾸 떠올라 신기했다.


기회가 또 다시 온다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그 때 가봤던 곳들을 다시 한번 방문해 보고 싶다.


사진을 찍고 다시 길을 떠나기 위해 자전거에 앉았다. ㅆㅂ.

너무 개운하게 일어났고 컨디션도 최고라 생각했는데 잊고 있었던 아픔이 떠올랐다. 사.타.구.니.폼패드 바지를 입지 않 는 나에게 가장 힘든 것은 딱딱한 자전거 안장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타구니의 아픔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아픈걸 참고 가는 수밖에. 또 신기한게 아픈거를 참고 가다보면 다시금 감각이 없어져서 아픈것도 잊어버리게된다. 인간이란 얼마나 단순한지 ㅋㅋㅋㅋ



2일차의 첫 목적지는 [고래불해수욕장]


해수욕장의 이름에서도, 해수욕장 입구의 조형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래전에 이곳에 고래가 살았다고 한다. 그 오래전이 얼마나 오래전이냐면 머리에 갓쓰고 정자에 앉아서 시를 한 수 지을 수 있었던 오래전. 무분별한 고래사냥으로 고래를 볼 수 있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해졌지만 이렇게 마음으로 그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얼마나 멋질까? 저 멀리 수평선 근처에서 고래가 물을 뿜어대고 기쁨에 용솟음쳐 바다로 철퍼덕 떨어지는 모습을 본다면? 꼭 그런 날이 다시 오길 바란다. (참고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코끼리와 고래다.)


이 사진은 영덕군청을 지나서 강구항을 가는 길에 찍었다. 아마 이 루트로 강구항을 가는 사람은 없을것이라 믿는다. 아니 없어야한다.


지도를 보지 않고 머리속에 단순히 큰 길만 잡아놓고 가야되기 때문에 때로는 길을 잘못들기도 한다. 고래불 해수욕장을 지나 몇 개의 마을을 지나고 아름다운 길들을 지나왔으나 어제 봤던 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사진에는 남기지 않았다.

그렇게 눈누랄라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았고 아주 단순히 [영덕군청은 바다 근처에 있겠지??] 라는 생각에표지판에서 [영덕군청] 만 열심히 쫒아다녔다. 그 결과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꽤 높은 언덕길을 만나야 했고 지도상으로 바다와 떨어져 꽤 내륙쪽으로 들어가야했다.


어찌나 허망하던지. 점심때는 다가오고 대게는 꼭 먹어야겠고 가장 가까운 항구가 강구항인 것 같아서 가기는 해야겠고 

일단 [강구항]이 씌여진 표지판을 따라 길을 나섰다. 그렇게 한 20분쯤 논 사이로 난 길을 달렸을까? 갑자기 사거리가 나오더니 [-> 강구항] 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위 사진상으로 가운데에 놓여진 길로 가면 강구항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근데 저 사거리에서 보면 화살표가 가르키는 곳은 온통 산으로 둘러쌓여 바다가 있으리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모험을 해야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왠지 저 산을 넘어가면 바로 강구항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 넘자 어제 그 높은 산도 올랐는데. 뭐 그렇게 해서 위 사진도 찍을 수 있었고 강구항도 예상보다 빨리 도착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 산을 넘지 말길 바란다. 어제의 그 경사는 애들 장난이었으니까 ㅠㅠ)


어렵게 어렵게 도착한 강구항은 다행이 사람들로 북적북적거렸다. 여행 중 처음 보는 분주한 항구의 모습. 이번 여행에서는 먹는 거에 아끼지 말자라는 계획을 세우고 왔기에 점심메뉴는 대게로 정했다. 어디서 먹어야 뒷통수 안맞고 맛나게 먹을 수 있을까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는데 한 삐끼아저씨가 나를 불러세운다. [잠깐만 서봐요... 그 물통에 물이 없네.. 내가 한통 시원하게 담아줄게요!!!]


아... 이 아저씨 감성에 호소하고 있어!!!!! 이런 친절을 베푸는데 어찌 그냥 지나갈 수 있으리오. 아저씨의 친절에 이끌려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참고로 아저씨가 자전거 발렛파킹도 해주셨다!!!!!

대게에 대한 협상은 순조롭고도 빠르게 행해졌다.


[혼자왔는데 어떻게 먹어야되냐?] -> [보통 두 분이서 드시면 3~4마리 드신다.]

[그럼 어떻게 하냐??] -> [그럼 내가 5만원에 2마리 기가 막힌 놈으로 드리겠다.]

[믿어도 되냐?? 덤탱이 쓰는거 아니냐??] -> [봐라 실하지 않냐?? 원래 한마리에 4만원짜리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그거 달라] -> [콜!]


그렇게 숨막히는 협상을 통해 나온 나의 일용할 양식. 제철이 아니라 살이 꽉꽉 들어차 있지는 않았지만 나름 야물딱지게 올라온 살이 꽤 맛있었다. 다리부분보단 몸통부분이 훨씬 맛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배도 고팠고 맛도 괜찮았던 터라 게눈 감추듯 두마리를 후딱 해치웠다.


내 옆에 앉은 (4인)가족들이 4마리를 시켰는데 아깝게 남기드라. 아오!!! 난 부족하구마!!!



어느 정도 게를 다 먹고 나니 밥과 매운탕을 준비해주었다. 저 밥... 잊을 수가 없어 ㅠㅠ 원래 게 등껍질에 밥을 비벼먹는게 최고의 맛이라고들 하지만 지금까지 난 그 맛을 몰랐다. 뭐랄까 비리다고해야하나??? 도대체 이걸 왜 먹나 싶을 정도로 맛이 없었다.


근데 여기서 만들언 준 게 등껍질 밥은 어찌나 맛나던지. 같이 나온 매운탕과 함께 밥 한톨 남기지 않고 싹싹 훑어 먹었다.(그 와중에 옆에 앉은 4인가족. 밥이 많으네 어쩌네 불평하드라.아오!!!!!)


밥을 다 먹고 발렛파킹 맡긴 자전거를 받고 길을 떠나려고 하니 아까 그 아저씨가 붙잡는다. 자전거에 있는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놨고 냉동실에 넣어놔서 훨씬 시원할거라고.

아.... 이 아저씨 ㅠㅠ 다음에 또 오게 되면 여기로 밥 먹으로 올게요!!!!


▲ 노려보는 눈빛이 범상치 않다...


떠나기 전에 어항의 대게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이외로 감수성이 예민한지라 이렇게 어항에 갇혀있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마치 사형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모습처럼 보인다고 할까??? 이 강단있게 생긴 게는 자신의 집게발에 묶여있는 고무줄을 끊고 싶어서 자꾸 자신의 입으로 고무줄을 갉았다.


강구항이 대게로 꽤 유명한 곳 인 것 같다. 거대한 대게 조형물들이 건물 곳곳에 마치 조각물들처럼 걸려있다. 이 많은 대게집이 다 장사가 되기는 하는 걸까? 차타고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호객행위를 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래도 뭔가 있으니까 저렇게 하는거겠지??? 


▲ 배모양으로 생긴 다리


아마 산을 넘어오지 않았다면 이 입구를 통해 다리를 건너서 강구항으로 들어갔겠지?? 어쨌든 대게 먹기 미션 성공!!!!


경상북도의 동해는 강원도의 동해와 조금 다른 모습이다. 강원도가 강한 남자의 모습이라면 경상북도는 다소곳한 아가씨의 모습이라고 할까? 시원한 파도보다는 넓게 펼쳐진 수평선이 시선을 먼저 끈다. 개인적으론 강원도의 동해에 마음이 간다.


길을 가다보니 신기한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영덕 블루로드] 이건 뭘까??? 나는 지금 [해파랑길]을 달리고 있는데.

참 길 많다. 일단 로드라고는 하니까 화살표대로 가본다.


바다를 보며 달리던 중 눈길을 끄는 해수욕장이 있어서 잠시 자전거를 세웠다. 이곳은 [장사해수욕장]. 바다도 아름답고 백사장도 넓어 굉장히 인상깊었는데 알고 보니 이 해수욕장, 이렇게 단순하게 바라볼 곳이 아니었다.


6.25 전쟁 당시 인민군에게 밀려 힘도 못쓰고 있던 당시 그 전세를 한 번에 역전시킨 작전이 있었는데 맥아더 장군의 지휘아래 수행되었던 [인천상륙작전]이 그것이다.  뭐 이 내용이야 초.중.고등학교때 매번 듣던 얘기니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일텐데 왜 이 이야기를 꺼내느냐...


[인천상륙작전]이 일어나던 그 시각 바로 이 곳 장사해변에서도 [장사상륙작전]이 전개되었다. 작전명 174로 불리는 이 작전은 원래 미8군이 수행하기로 했던 상륙작전이었다. 하지만 작전이 힘들다고 판단되었는지 바쁘다는 핑계로 대한민국 학도병 772명에게 이 작전을 떠넘긴다.


9월 13일 3시경 부산을 출발하여 다음날 새벽 5시에 장사 해변에 도착했으나 그들을 싣고 갔던 배는 태풍으로 좌초되었다. 139명이 전사하고 92명이 부상당했으며 이 분들을 제외한 나머지 병사들은 전부 행방불명 상태다. 하지만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상륙작전에 성공하여 적 후방 교란, 보급로 및 퇴로를 봉쇄하여 적의 전의를 상실케 하였으며 이를 통해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후세의 역사는 왜 이런 일들은 기억하지 않는 걸까? 물론 인천상륙작전이 훨씬 대규모로 진행되었고 그 파급효과가 컸다는 것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우리 어린 학생들로 이루어진 학도병들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하에 진행된 이 작전은  내가 12년간 받아왔던 국사교과서에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신채호

 

가슴 아픈, 하지만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니고 있는 장사해수욕장을 지나고 보니 이제 포항은 겨우 29km, 울산은 99km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약 2시간 후면 포항에 도착해 있을 생각을 하니 힘이 절로난다. (근데이 도로도 끝없는 오르막길이다 ㅋㅋㅋㅋㅋ)


오르막을 열심히 오른 뒤 맛보는 내리막의 달콤함. 가열차게 내리막을 내달리다 재미있고 신기하게 생긴 조형물을 보고 급작스레 브레이크를 잡았다. 조형물 앞에 위치한 영덕블루로드에 관한 표지판과 기념스탬프.


지금까지 해파랑길로 알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이건또 뭐야 블루로드라니??? [낭만가도]나 [해파랑길] 과는 사뭇다른 느낌의 도로이름에 거부감부터 들었다. 파란도로라니. 게다가 이건 언제 튀어나온건지... (아마도 해파랑도로의 일부분은 다르게 부르는 것 같다.)


나의 시선을 끌었던 건 바로 이것 [대게공원]

표지석 뒤로 보이는 저 거대한 대게의 집게발이 보이는가? 사실 별 거 없는 공원이긴 하지만 고장의 특색을 공원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 나름 포토존도 만들어 놓고 꽤 정성들인 공원이라는 느낌이 든다.


공원 전경. 사실 볼 거라곤 이 대게 모양의 조형물 뿐이지만 괜히 친근한 느낌의 공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저 거대한 집게발이란!!! 이걸 보고 [아 여긴 대게가 유명한가보구나!] 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무슨 의민지도 모르겠는 소라고동껍데기를 가져다 놓고 세계적인 예술가가 만들었네~~~ 라고 자위하는 것보다 이렇게 직관적이면서도 향토적인 냄새가 나는 것이 더 좋지 않나 생각해본다.


집게발의 크기가 제법 크다. 나 처럼 자전거여행을 하거나 도보 여행을 하지 않는다면 쉽게 들어오기 힘든 곳이라

게 배쪽에 해당하는 공간에는 사람의 온기가 오랫동안 닿지 않아서인지 온통 거미줄 천지였다. 더 많은 홍보가 이어지길.


▲ 익어가는 벼와 초록의 산 그리고 푸른 하늘...



대게공원에서 길을 건너가면 바로 포항시임을 알려주는 표지석이 있다. 그렇다... 드디어 포항에 도착한 것이다!!!!!


물론 아직 포항 시내까지 들어가는 데에는 적잖은 거리가 남았지만 여하튼 드디어 포항땅을 밟아 보게 된 것이다. 강원도-경상북도 에 이은 두 번째 경계 넘어가기. 이름도 모를 마을들을 지나고 지나서 강원도에서 경상북도로 넘어왔고 드디어 포항까지 이르렀다!


이 뿌듯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완벽한 인증샷. [포항시 표지판]


[송라면]을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디서 들어봤지?? 페달을 밟는 느낌이 훨씬 가벼워졌다. 포항이다!!!!!!


표지판을 지나 고개길을 막 넘어가려는 찰라 굉장히 자주 본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포항스틸러스. 근데 여기에 포항스틸러스 클럽하우스가 있단다. 아!!!!! 그래!!! 송라 클럽!!! [송라면] 을 어디서 들어봤나 했더니 포항스틸러스 연습구장때문에 들어봤구나!!! ㅋㅋㅋ 역시나 축덕은 별 수 없나보다. 타팀 클럽하우스가 어디에 있는지까지 알고 있으니.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포항 하늘. 여기가 무슨 호주도 아니고 구름이 왜 이리 낮게 떠있는거야??? 자꾸 호주 생각나게. 포항에 입성 후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자전거를 탔다. 마음이 편하다보니 주위 풍경도 더 자주 보게되네.


하지만 이렇게 불편한게 나타나기도 한다. 뭔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할 수 있도록...


목이 말라 중간에 편의점에 들렀는데 이게 무엇이란 말이냐!!!!! [블루드래곤 이청용] 생수라니!!!!!!!!!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블루드래곤 생수를 머나먼 이 곳 포항에서 마주하게 될 줄이야..ㅠㅠ 청용아 형이 청용이 많이 사랑해!!!!!! 그래서 형이 물을 두병이나 샀어!!!! 돈 많이 벌어 청용아!!! 그리고 꼭 서울로 돌아와야된다!!!!  (이상 축빠의 절규였습니다.)


2일차 일정은 포항에서 끝! 시간대가 일러서 더 달릴 수 있지만 꼭 봐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포항스틸러스 경기장.


이번 여행의 미션 중 하나는 K리그 경기장 방문하기!


포항의 스틸야드, 울산의 문수구장, 부산의 아시아드 경기장. 이렇게 세 곳은 꼭 보고 오리라 다짐했다. 게다가 때 마침 포항과 부산의 경기가 스틸야드에서 열린다니 포항의 축구열기도 느껴볼 겸  2일차 일정을 포항에서 마무리 지었다.



▼▼   이 아래로부터는 스틸야드 관람기가 되겠습니다.  ▼▼





스틸야드를 찾아가는 길을 꽤 헤맸다. 왠만하면 길을 안 헤매는 나지만 뭐에 홀렸는지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적지 않은 시간을 낭비했다. 겨우겨우 물어물어 찾아간 포스코 공단.스틸야드는 이 포스코 공단안에 위치하고 있다.


뭘 나타내는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조형물이 포스코공단으로 건너가는 다리 앞에 모셔져 있었다.

가운데 첩탑으로 올라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서울촌놈의흔한착각 


포항스틸러스의 홈그라운드 답게 다리 위에 스틸러스 깃발이 가득하다.


다리를 건너편에 서있는 타워. 컨트롤타워정도 되는 것 같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포스코 전경이 한 눈에 들어 올 것 같다.


POSCO. 영일만의 기적이라 불리우며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한 축을 담당했던 어마어마한 기업. 아닌게 아니라 이 지역에 들어서는 순간 공장의 소음과 차들의 분주함등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오래 전 전남의 포스코 공장을 견학해본 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제철소의 어마어마했던 규모를 잊을 수가 없다.


이런 공단을 질러서 여행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글로만 보고 사진으로만 봐왔던 것들을 눈으로 직접 볼 때의 신기함과 놀라움이란.



포스코 입구 바로 반대편, 즉 내가 서 있는 쪽으로는 현대제철이 위치하고 있다. 현대제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왠지 현대와 파란색은 맞지 않는 느낌이다. 현대는 전통적으로 초록색이었으니... (괜히 이런것만 눈에 들어온다.)


자동차나 건설쪽에 필요한 철을 공급하기 위해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포스코의 갑(甲)질이 있었나??? ㅋㅋㅋㅋ



공단 중간즈음에 위치한 포스코 본사. 정녕 서울에 있는 포스코가 지사란 말입니까!!!!!

MSP시절 포스코건물~ 포스코건물 해싸서 포스코가 전혀 낯설지 않다. 마치 내가 여기 직원이라도 되는 양...


스틸야드는 포스코본사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아... 고박태준옹의 포항축구사랑이란 ㅠㅠ 모든 축덕들이 극찬해 마지 않는 스틸야드는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두두둥!!!! 드디어 경기장이 눈앞에!!! 근데.. 사진을 못 찍었....


축구장 아니랄까봐 여기저기 축덕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아이템들이 다소곳이 놓여져있다. 선홍이형 옆자리가 비어서 앉아보려고 했으나 찍어주는이 하나 없어서... 실패!


개인적으로 K리그 클래식 14개 구단 중 가장 멋진 팀 이름이 [포항스틸러스] 가 아닌가 싶다. 어설프게 OOFC, OO유나이티드 일색인 팀 이름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느낌의 [스틸러스]  포스코 형제인 전남도 [전남 드래곤즈] 로 특색있는 이름을 가졌으니 아무래도 포스코가 이런건 참 잘하는 것 같다(포스코가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

완전 문화컬쳐!!!!! 선수 입장게이트도 아니고 이런 곳으로 관중들이 입장한다니!!!!! 경기때마다 높은 계단을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게다가 포스코직원출입구가 따로 있다니!!!!!! (직원은 심지어 노란색으로 강조해주기까지!!!) 포스코의 축구사랑인가봉가!



경기장 바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놓아버린 정신줄을 잡고 경기장 외관사진을 찍었다. 잠실 종합운동장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느낌도 들고 한편으론 산시로 경기장이 생각나기도하고. 무엇보다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외벽이 인상적이었다.


매치데이라고 경기장 앞마당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앞마당] 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경기장. 우리 홈구장은 경기장도 너무 크고 주변이 공원이라 [앞마당]이라는 표현이 왠지 어색하지만 이 곳은 정말 집 앞마당 같은 느낌을 준다. 


▲ FC 포항스틸러스 엠블렘


다른 쪽 입구(전경사진을 찍은 쪽의 반대쪽)는 원정응원단 출입구가 있다. 다음엔 꼭 원정응원단으로 방문하마!



경비아저씨에게 굽신굽신 신공을 발휘하여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경기장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으아!!!!!! 너무 이쁘다. 여태껏 다녀본 K리그 경기장 중 최고라고 꼽아도 좋을 만큼 너무 이뻤다. 적당한 크기의 경기장. 무턱대고 큰 서울월드컵경기장만 봐오던 나에게 이런 아담한 경기장은 선망의 대상이다. 게다가 저 빨간 의자에 새겨진 [STEELERS] ㅜㅜ;;; 아... 부럽다.


왜 우린 경기장을 가질 수가 없는거니 ㅜㅜ 우리도 의자에 [FC SEOUL] 새기고 싶다고!!! 이따 있을 경기가 더더욱 기다려 지는 건 이 경기장에서 들리는 응원소리는 어떨까 궁금해졌기 때문 일것이다.


스틸러스 용품샵.

우리나라 구단 중 제대로 된 샵을 가지고 있는 곳은 경남뿐인가??? 자세히 구경하고 싶었으나 3명의 알바아가씨의 눈빛이 매서워서 멀리서 바라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내가 FC 서울 서포터라는 걸 알았던 걸까????



경기 시작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아서 배도 채울 겸 길을 나섰다가 경기장 근처에 있는 이마트를 발견했다. 이 이마트에서 엄청난 광경을 목격했으니 그건 바로 매치데이 이벤트. 아마도 이 곳의 이마트와 포항스틸러스간의 계약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계산 하는 직원들이 전부 포항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고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O .ㅇ

FC서울도 이마트와 제휴를 맺고 경기 영상을 틀어준다거나 매치포스터를 붙여놓기는 하지만 이렇게 경기날이라고 직원들이 옷을 입고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아니면 내가 경기날 이마트를 안가봐서 못봤을수도 있다. 서울도 그렇게 하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건 포항을 본받아야 한다. 제휴를 하려면 확실히 해야지.. 암!

타팀팬인 내가 봐도 후덜덜 한데 계산하는 직원 분이 자신의 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을 본다면 과연 홈플러스나 롯데마트를 가서 물건을 살까 이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까??? 답은 너무나 쉽게 나오는거 아닌가???

밥도 먹었겠다 포항스벅에서 입가심도 했겠다 맥주 한 캔 사들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누가 철 만드는 곳 아니랄까봐 하늘의 노을도 쇳물처럼 뻘겋게 내려앉았다.


티켓을 구매하면서 소소한 도발을 했다.마침 경기티켓 구매를 신한카드로 할 경우 50%였나?? 할인을 해주는 혜택이 있었다. 신한은행 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나와 같은 여행객에게는 단비같은 혜택. 하지만... 카드가 FC서울 신용카드 라는 것이 함정 ㅋㅋㅋㅋ


FC서울카드를 받아든 직원의 표정. -.,- ;;;; ㅋㅋㅋ 미안해요 신한카드가 그거 뿐인것을 어쩌겠어요~~





포항스틸러스와 부산아이파크의 경기


혹자는 명가더비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사실 [더비]라는 말을 붙일 정도 치열하거나 관심있는 경기는 아니다. 다만 이 경기가 조금 특별했던건 부산이 포항에게 승리를 거두면 상위스플릿에 잔류하게 되어 강등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윤성효감독때문에 포항을 응원하고 싶었으나 우리보다 높은 순위에 있어서 부산을 응원하기로 했다. 어차피 부산은 스플릿에 올라오면 자판기가 되어줄테니..... 



경기 시작 직전.빨간색 유니폼이 포항, 연두색 유니폼이 부산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경기라 그런지 관중이 예상보다는 많지 않았다.  기억에 이 날 관중수가 1만명이 조금 넘었던 같은데 특히나 포항 서포터즈석이 비어보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경기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어떻게든 골을 넣으려는 부산의 공격. 그 공격을 차단해서 역습으로 나오는 포항.


창과 창의 대결이라고 표현되어야 하겠지만 날이 많이 뭉뚝한 창들의 대결이 더 바람직한 표현! 딱히 눈에 띄는 선수도 없고 계속 일진일퇴의 공방전... 


이런 경기는 특히나 서포터즈의 똥줄을 타게 만든다. 터질것 같으면서 안 터지고 그러다 역습 맞아서 골 먹을거 같고. 똥줄이 바짝바짝 타오른다.


소규모 원정대를 꾸려온 부산 아이파크 서포터즈.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는 것에 한 번 놀라고 그들의 하이톤 섭팅에서 또 한번 놀랐다. 특히나 재미있는 섭팅이 하나 있었는데 여성서포터들이 [자~출발~] 이라고 후렴구를 받아주는 곡이었다. 섭팅하면서 남성서포터랑 여성서포터랑 주고 받는 섭팅곡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부산 서포터들이 하고 있다니... 여하튼 굉장히 재미있고 신나는 섭팅곡이었다. (안타깝게도 계속 같은 노래만 돌려서 나중엔 지치드라...)


경기장 그 어느곳도 구역을 나눠놓지 않아서 마음껏 옮겨 다닐 수 있었다. 원정응원석에 앉아있다가 후반에는 일반석쪽으로 자리를 옮겨봤다. 자리에 앉을 수가 없어서 난간에 걸쳐서 경기를 봐야했는데 콘크리트가 시야를 가렸다. 물론 의자에 앉아서 보면 시야를 방해받지 않고 쾌적하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다시 응원석으로 옮겨왔다.

이번에는 1층 구석자리. 그라운드와 얼마나 가까운지 한번 보시라.... 이 정도 거리면 내 목소리에 반응 안할 선수가 없을텐데... 이런 경기장을 가지고 싶다고!!!!!!!!!!!! 이와 비슷한 구장이 대전퍼플아레나랑 경남창원축구전용구장 그리고 전남홈구장인데 그 곳들과는 뭔가 다른 느낌을 풍긴다. 아.. 그냥 부러워ㅠㅠ


전반은 부산이 1골을 리드한채로 끝이 났다. 역시 목표의식이 높은 팀이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것은 당연하겠지?

후반이 되어서도 부산의 공격은 계속 되었다. 홈팀인 포항이 오히려 우왕좌왕하면서 이렇다할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주도권을 넘겨준 상황. 간간히 역습이 터져나오긴 했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아서 여러번의 좋은 기회를 무산 시켰다.


그리곤 후반 30분쯤이었나??? 포항의 선수교체가 있었다. 샤프..... 김.은.중...ㅠㅠ 우리 샤프형이 그라운드에 나오신것이다!!!  페북으로 샤프 김은중의 출전 소식을 알리며 기뻐하고 있던 찰라! 은중이형이 교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동점골을 터트려버리셨다!!!!!!!!!!


기쁨에 겨워 스틸야드에서.. 그것도 부산 원정석에서 샤프콜을 해버리는 굉장한 짓을 했다. (이건 포항이 동점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샤프형이 골을 넣었기 때문이니 그날 내가 소리를 질러 기분 나빴던 부산 아이파크 서포터가 있다면 이해해주길 바라오~~~)


경기는 그렇게 1:1로 끝날 것 처럼 보였다. 다들 생각의 무게추가 기울고 있을 때 기적처럼 박용호의 골이 터져버렸다.

버저비터에 가까운 결승골...... 이번엔 박용호 ㅠㅠ 우리 주장이었던 용호형이 결승골을.. 그것도 상위스플릿에 팀을 올려놓은 어마어마한 공을 넣어버린거다! 으아!!!!!!!!!! 오늘은 서울의 날~~~ 부산 서포터즈들은 기쁨에 겨워 날뛰고 있었다.



90분의 경기는 그렇게 부산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아마 이 순간만큼은 우승한 기분 못지 않게 기쁠 것이다.

이것슨 스플릿제도의 순기능!  부산에서 원정 온 서포터즈들은 광란의 도가니. 그 와중에 열혈 여성 서포터 몇명은 기쁨의 눈물을 펑펑 흘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내가 저 기분 알지..... ㅜ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겠지 ㅜㅜ 


▲ 현시간 부산은 상위 스플릿에서 꼴지를 달리고 있다.


이 와중에 존잘 박종우 선수.


부산에 여성팬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너무나 쉽게 알아버렸다. 내가 이제껏 실물로 봐왔던 축구선수 중 존예 탑클라스에 꼽힐 정도 외모 소유. 게다가 올바로 박힌 사회과부도 개념! 


도대체 저 몸뚱아린 어디가면 구할 수 있는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떠나버렸지만 서포터즈들은 선수들을 위해 끝까지 꾸르바에 남아있는다. 거기에 보답 하듯 선수들은 그들을 향해 인사를 한다.


서포터즈의 마음은 어느 팀이고 다 마찬가지인가보다. 뭐.. 가끔 화가나서 먼저 나가버릴 때도 있긴 하지만... 이것도 다 마찬가지 아닐까???


스틸야드의 야경

낮에 보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왠지 더 아담해보이고 귀여워 보여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조명의 불빛을 하얀색에서 약간 노란색의 느낌을 나게 해준다면 더 이뻐보일 것 같다.


여하튼 K리그 클래식 경기장 순례 미션 No.1 완료!!!



▲ 포스코의 야경은 신비롭다.


3일차 일정도 고려해서 포스코 공단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서 숙소를 잡기로 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모텔이 있어서 전화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뚜르드 동해안 2일차 일정.


어느 정도 자전거 타는 것에 익숙해져서인지 아니면 고갯길이 적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1일차에 비해서 확실히 여유롭게 일정을 소화했다.


이제 반이 지난 뚜르드동해안. 3일차는 울산이다.


호랑이의 꼬리를 향해 달려보자!!!






뚜르드 동해안 2일차

2013년 9월 1일 오전 6시 57분 ~ 2013년 9월 1일 오후 3시 11분


평해읍 - 후포면 - 영덕군 - 포항시 - 포항스틸러스 스틸야드


총 이동거리 : 105.48 km

총 이동시간 : 8시간 14분

최고 속도 : 54.33 Km/h

평균 속도 : 12.8 km/h


사용경비


유흥비 (포항스틸러스 경기 티켓) : 5,000원

간식비 (음료수, 초코릿바, 스타벅스, 맥주 한 캔) : 12,900원

식사비 (점심:대게, 저녁:맥도날드 햄버거) : 56,700원

숙박비(용궁장 여관) :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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