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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문화생활

2011년 나이키 WE RUN SEOUL 참가기






굉장히 늦은 참가후기.. 게으름으로 인해 1달이 거의 다 된 시점에서 뒤늦은 포스팅을 한다.
 뒤늦게라도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이 날의 감동과 가슴떨림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이유에서이다.

참가신청 홈페이지가 오픈되자마자 서버가 폭팔해버릴 정도로 뜨거웠던 열기의 대회.
3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와 서울 시내를 달리게 된다는 스펙타클한 규모의 대회.
" WE RUN SEOUL (이하 위런)" 이라는 타이틀로 나이키에서 진행한 10km 시티 러닝 이벤트에 처음 참가하게 되었다.
 
러닝인구가 엄청 늘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위런" 의 참가신청은 그 얘기를 몸소 느끼게 해주었다.
10시에 온라인에서만 참가신청을 받았는데 불과 5분도 안되서 서버가 불안정 하더니 15분만에는 서버가 뻗었다.
나 처럼 클릭준비만 하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편하게 신청했겠지만 3만명이라는데 느긋하게 해야지 하고
맘 놓고 있던 사람들은 참가의 기회를 허공에 날려버리게 되었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위런"에 이리들 참가하려고 애쓰는 걸까 궁금했다.
맨처음 참가한 뉴발란스대회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하지만 참가신청 이후 일어난 일들을 몸소 체험하며 "아.... 이래서 나이키고 위런이구나" 를 느끼게 되었다.
(아 물론 개인적으로 불만도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즐거운 기억이 더 많았기 때문에
이번 포스트에서는 불만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참가신청을 하고 일주일인가 열흘뒤에 참가기념품이 집으로 날아왔다. 
하얀 봉투에 찍힌 마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위런"티셔츠와 배번, 울트라칩과 행사 안내서가 동봉되어 날아왔다.
아.... 언제봐도 아름다운 빨강이여~~
참가그룹을 A,B,C 로 나누는데 A는 10km 경험이 많은 사람, B는 어느정도 있는 사람, C는 초보자 그룹 이다.
하지만.... 행사당일.... 이게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줄 알았음 당연히 A 했지..ㅡㅡ;;;




06759 배번을 부여받았다.
신청순인거 같지는 않고 랜덤으로 부여되는 번호인 것 같다. 
이런건 차라리 진짜 상징적인 00001 이나 30000 번 이 찍혀있어야 간디작살인데...

 



봉투 전면에 그려져 있던 로고가 티셔츠 전면에도 그려져 있다.
"위런" 이벤트는 서울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도시에서 열리는 이벤트로 
티셔츠에 들어간 모양은 거의 동일하다. 



세계 여러도시에서 열리는 달리기 이벤트라...
갑자기 호주에서 만났던 일본인 친구가 생각났다. 마라톤참가를 위해 여기저기 여행하던 친구.
나도 죽기전에 이 나라들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티셔츠 뒷면은 심플한 모습이었다.
티셔츠 하단에 하얀색으로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놓은 건 굿디자인 센스~~
나는 못했지만 티셔츠를 현장 수령한 사람들은 위 뒷판에 자기가 원하는 문구를 프린팅해주기도 했다.
(나 역시 행사가 끝난 후 명동 매장을 찾아 프린팅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뉴발란스와 나이키 티셔츠 비교..
형광빨강과 형광 녹색의 대비가 너무 극명하다.
셔츠의 질은 오십보 백보.. 디자인 측면에서는 나이키 승~~~
 
 

행사설명서를 보면 역시나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있다.
이 설명서에는 달리기 코스부터 주의사항과 행사당일 진행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코스는 보자마자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
 



광화문을 출발해서 KBS 별관 앞까지 달리는 10km 코스.
한강다리를 뛰어서 건널 수 있다는 점과 도심을 뛰어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던 반면....
시청에서 충정로역까지의 오르막길과 마포대교 초입의 오르막길 KBS 별관을 들어가기전의 오르막을 상상하니..
숨이 턱 막혀왔다....
처음 참가했던 뉴발란스대회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때도 코스가 참 뭐 같다고 투덜투덜 댔는데... 
처음 40분 초반에 들어오겠다는 마음은 이미 저 하늘 높이 날려보냈다.
 


-- 2011년 10월 23일 D-Day --



2011년 10월 23일.
"위런"의 아침이 밝았다. 
오후 2시부터 행사가 진행되는 일정이었지만 12시 정도에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나만 일찍 왔을거야 하는 생각은 지하철 출구를 나서자 마자 무너져내렸다.
여기도 빨간티... 저기도 빨간티....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광화문광장에 나와있었다.





광화문 광장 주변 이곳 저곳에 행사를 알리는 안내물들이 서있었다.
"역시 나이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만한 스케일로 행사를 진행 할 수 있는 기업이 몇군데나 있을까?
나이키는 광장에 모여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이키 신발을 신고 나이키 옷을 입은 것만으로 
충분한 광고효과와 마케팅효과를 얻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돈이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일찍 도착한 관계로 이곳저곳에서 무수한 셀카질과 사진질을 감행했다.






3만명이라는 대규모의 인원이 참가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아는 지인들도 상당히 많이 참석했다.
은미는 이 날 외로운 나를 위해 쭈~~~욱 함께 해주었고 
언제나 화이팅이 넘치는 혜원이와도 잠깐 조우를 할 수 있었다.
사진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원석이형이랑 민정이, 서은이, 병균이도 같이 만났다.
하긴 3만명 안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이상한거지.....

시간이 지나면서 빨간옷의 사람들은 점점 그 수를 폭팔적으로 늘려갔다.
여기를 봐도 빨간옷 저기를 봐도 빨간옷....
교보문고에도 빨간옷 스타벅스에도 빨간옷 세종문화회관에도 빨간옷.
온통 빨간옷 천지였다.
(솔직히 좀 징그러울정도로...)
 



어느덧 시간이 흘러서 4시가 되었다.출발시간이 된 것이다.

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뚫고 앞으로 나아가야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놀라웠던건 3만명이라는 사람의 수였다.
축구장을 오래다니면서 3만, 4만이라는 숫자에 무감각해진건지 몰라도 3만이라는 숫자를 직접 몸으로 느끼니
그 위압감은 실로 어마어마 했다.

출발 15분 전부터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출발 10분전. 어디서 나왔는지 연예인들이 맨 선두에서 있었다.

01234


아... 김민정이다!!!!! 언제 왔는지 김민정도 선두에 서서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었다....
하.... 이럴줄 알았으면 A그룹을 신청하는건데 ㅠㅠ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동안 A그룹이 출발했다. 

2011년 나이키 WE RUN SEOUL 이 시작된 것이다!!!!!!!!!


-- 2011년 10월 23일 Final --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뉴발란스를 압도하는 코스 선정으로 너무나 힘든 레이스를 펼쳤다.
중간에 수많은 지뢰들을 넘어가면 요리저리 피해다닌 것도 체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달리기는 기록이 중요한게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을 끝까지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기에
즐겁게 뛰고 부상없이 뛴 것 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웃음을 한가득 머금었다.
다들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 것일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칩을 반납하고 간식배부처에서 바나나를 비롯 이런저런것들을 받아서 주린 배를 채웠다.



행사장 한켠에는 무대를 설치해서 달리기 행사를 끝낸 후 신나는 공연도 즐길 수 있게 준비했다.
다시 한번 "역시 나이키.." 
물론 난 안보고 그냥 왔다. ㅋㅋㅋㅋ 



이것이 한시간동안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완주메달이다.
참 별 거 아닌거 같으면서도 왠지 목에 걸면 나 자신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진다.
이로써 완주메달 3개 득템!!!!

열심히 뛴 자 열심히 먹어야 하는 법.
이 날 함께한 민정이랑 서은이랑 병균이랑 재윤이와 함꼐 꼬기에 쏘주를 먹으며 완주를 축하했다.



이 날 레이스의 기록은 53분 05초로 전체 30,000명 중 1071위... 
아쉽게 40분대에 들어가지 못했고 1000등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정말 열심히 뛰었기에 후회는 없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앞으로 또 한번 해보고 싶은 대회.
사람들이 왜 "위런", "위런" 하는지 그 이유를 직접 뛰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치밀한 경기 준비와 군더더기 없는 행사진행(물론 군더더기도 있었고 조금 허술하기도 했지만 skip~)이
사람들의 열정과 하나가 되니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했다.
다른 달리기행사와는 느낌이나 분위기 자체가 다른 뭔가 축제 같은 느낌.
내년에도 나에게 기회가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난 내년에도 똑같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온라인 참가신청을 하고 있을 거 같다. 이 행사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 번외 1 -- 


가슴 벅차오르던 "위런"을 마치고 얼마 후에 "위런" 페이스북에 반가운 소식이 올라왔다.

"명동 매장을 방문하시면 티셔츠에 레터링 서비스를 해드립니다."
티셔츠를 현장 수령한 사람들에 한해 레터링 서비스를 해줘서 참 많이 비난한 부분인데
비록 전국에서 단 한군데 이지만 원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해준다니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나이키 명동점을 직접 방문해야 했다.
퇴근하고 부랴부랴 갔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빨간 티셔츠를 들고 서비스를 받고자 기다리고 있었다.



키보드이자 광고판이 되는 투명디스플레이.
전자전에서 보고 난 후 굉장한 아이템이 될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벌써 대중화 되려고 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 기계 앞에서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 후 사진을 찍으면 준비 끝~~~~
 


이쁜 누나가 내가 작성한 레터링을 티셔츠에 새겨줬다.
이거 초상권침해는 아니겠지??? 




그리하여 탄생한 나만의 러닝티셔츠~
레터링은 물론이고 자신의 기록과 사진도 새겨넣을 수 있어서 소장할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 되었다.
포스팅 초반에 "아~ 이래서 나이키구나" 라고 느꼈다는 부분 중 하나가 이 내용이었다.
다른 대회는 물론 뉴발란스도 이런 애프터서비스는 없었다.
뉴발란스는 대회가 끝나고 페이스북에 행사사진을 업로드 해준 것이 애프터서비스의 전부였었다.
하지만 나이키는 확실한 애프터서비스를 해주었다.


단순히 행사를 한 것에서 그친게 아니라 그 행사의 기억을 몇일 아니 몇주일 더 연장시킬 수 있게 도와주었고
티셔츠에 레터링 해줌으로써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런 서비스를 받았는데 다음해에 또 참가 안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 번외 2 --  

티셔츠에 레터링까지 받은 후 "위런" 이란 기억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정말 깜짝 놀랄일이 벌어졌다.



책상위에 "위런"에서 보내준 봉투가 올려져 있었다.
처음 "참가티셔츠"를 넣어서 보내줬던 봉투와 똑같이 생긴 봉투.
뭔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얇은 두께... 뭘까?



그것은 다름아닌 기록증이었다.
"위런"에서 나에게 준 마지막 쇼크.
정말 기억 저편으로 날아가고 있던 "위런"에 대한 추억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적적한 아이템.
나이키라는 곳의 마케팅 솜씨를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게 뭐라고... 기록증이 뭐라고... 이미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사람은 다 확인한 내용이기때문에
결코 특별한 느낌을 줄 수 없는 단순한 기록증이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단순히 기록증만 날아왔으면 다른 대회들과 다를게 없었겠지만 레터링 서비스를 받은 이후이기 때문에 
아 나이키는 정말 나에게 큰 정성을 기울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아~~~ 이래서 나이키구나" 의 정점을 찍은 것이다.

난 이미 나이키의 노예..... 내년에 무조건 다시 참가하는거다!!!!!

너무나 소중하고 즐거운 경험을 안겨준 나이키 "WE RUN SEOUL".
이런 고마움에 대한 자그마한 성의 표시는 해야하지 않을까해서 마지막을 나이키 광고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참고로 이 사진은 기록증뒷면이다. 웹에서 퍼온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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