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충북 보은]어라운드빌리지

언제나 여행은 갑자기 떠나야 제 맛. 물꼬기네는 오늘도 계획에 없던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충북 보은의 한 캠핑장


 

 

어라운드빌리지 : 네이버

방문자리뷰 41 · ★4.46 · 폐교를 이용한 보은 감성캠핑장

m.place.naver.com

집에서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충북 보은의 한적한 동네. 황량한 들판 사이로 작은 폐교가 하나 눈에 띈다.

탄부초등학교 사직분교로 사용되던 이 곳은 2002년에 탄부 초등학교로 통폐합되어 폐교가 되면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곳이 되었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다루는 'AROUND(a-round.kr)' 매거진에서 폐교를 캠핑장으로 탈바꿈시키고 'AROUND VILLAGE' 라는 이름을 붙였다.  50개의 캠핑 사이트와 5개의 글램핑 사이트, 4개의 게스트룸으로 구성되어 있어 규모가 작지는 않다. 간단하게 피크닉만 즐기고 갈 수 있는 '피크닉' 공간이 있다는 게 독특하다. 

하얀 계단을 오르면 '어라운드 카페'와 게스트룸, 화장실, 샤워실, 다용도실이 준비되어 있는 자그마한 1층짜리 학교가 반긴다.

입구에서부터 레트로한 감성이 뿜뿜

어라운드빌리지는 대여섯마리의 고양이들이 지키고 있다. 한 성격하는 고양이들이니 만지지 않기를 적극 권장한다. 

마룻바닥으로 된 학교를 와본게 얼마만인지. 걸레에 고체왁스를 묻혀 닦아야할 것만 같다. 걸을때마다 들리는 삐그덕거리 소리. 익숙하지 않은데 익숙한 소리에 옛날 생각이 스물스물 떠오른다. 

'학교 천장이 이렇게 낮았던가? 어렸을 때는 한 없이 높아만 보였는데...'

대충대충(?) 놓은 듯 보이는 소품들이 인스타그램감성을 자극한다. 나도 요론 손재주가 있음 참 좋으련만... 똥손은 그저 이런 인테리어 감성을 보고 부러워할 뿐이다. 나 나중에 장사할 수 있을까?


체크인은 '어라운드 카페'에서 할 수 있다. 딱히 '여기가 카페에요~' 라는 팻말이 세워져있지 않으니 알아서 잘 찾아들어가야 한다. 

흰색 건물이 자칫 차가운 느낌을 줄 수 있으나 어라운드 카페는 온통 '나무나무' 로 꾸며져있어서 왠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을 준다.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와 차, 약간의 주전부리나 라운드 매거진과 어라운드 굿즈 등을 살 수 있다. 아~! 가장 중요한 저격 바베큐를 위한 숯과 불멍을 위한 장작도 바로 이 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체크인을 하고 방 키를 받을 수 있다. 호텔처럼 카드키가 아닌 아날로그 감성 뿜뿜하는 자물쇠 형태의 키를 받게 되니 당황하지 않도록하자.

게스트룸은 어라운드 카페 반대편 복도에 위치해있다.

따라라라~ 따라라라~ 게스트룸 4인실을 소개합니다. 퀸사이즈 침대 1개와 싱글 사이즈 침대 2개, 식탁, 세면대, 냉장고가 방을 채우고 있다. 처음 들어갔을 때는 살짝 한기가 느껴졌으나 라지에이터와 전기난로를 키고 나니 그렇게 포근할 수가 없었다. 

 전체적인 상태는 5점 만점에 3.5점. 5성급 호텔만큼의 청결함은 아니지만 다른 게스트하우스와 비교해보아도 나쁘지 않은 청결상태가 마음에 들었다. 

방 곳곳에 감성터지는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따땃하게 커피 한 잔하고 본격적인 사이트 투어를 시작했다.

과거, 학교 운동장으로 쓰였을 곳은 캠핑사이트로 운영되고 있었다. 사진 우측으로는 캠핑카 사이트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3~4대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충북 보은까지 누가 캠핑을 오겠어 싶었는데 이미 게스트하우스는 만실이었고 텐트도 10동 정도 있어서 '아... 캠핑의 세계는 다르구나' 싶었다. 

초등학교(나 때는 국민학교였지만) 때 보이스카웃 야영 이후 처음으로 학교에서 잠을 자보는 경험이라 괜히 설레였다.

어렸을 때는 '한 밤의 학교'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불 꺼진 교실에는 귀신이 있을 거 같고, 화장실 변기에서 손이 불쑥 튀어 나오지 않을까 겁먹어서 화장실도 못갔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학교, 그것도 폐교에 오니 그저 모든게 다 과거의 추억여행 티켓일 뿐이다. 네모 반듯한 창문과 삐그덕거리는 마룻바닥, 이제는 허리를 굽혀야만 겨우 만질 수 있는 신발장. 모든게 다 작아졌고 나만 커진 기분이 들었다. 

게스트룸으로 이용하는 건물 뒤에는 상업 목적의 촬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오래동안 대관이 없었던 건지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었다. 

감성을 자극하는 소품들. 여기서 호돌이를 만나게 될 줄이야.

캠핑장 한 켠에 놓여진 '방방이'는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여름에는 바로 방방이 바로 옆에서 자그마한 풀장도 운영하는 것 같다.) 네다섯명의 아이들이 크지도 않은 방방이에서 뭐가 그리 좋다고 웃고 떠들며 노는지. 아이를 데려가서 뭐하고 놀아줘야 하나 걱정인 부모님들은 걱정을 한시름 덜어도 좋을 듯 하다.


캠핑의 꽃 저녁 바베큐를 준비할 시간이 되었다. 사실 우리 가족은 이거 때문에 캠핑장에 왔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숯불에 구워지는 고기의 지글지글 소리와 밤고구마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끈한 김. 이것이야말로 캠핑의 시작이자 끝이 아닐까?!

잘익은 밤고구마와 달달한 마시멜로가 우리의 저녁을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더 많은 경험을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 부모의 욕심일까? 1박2일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나는 왜 캠핑장비, 차박을 검색하고 있는걸까? 다음번 나들이 때는 텐트를 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끗.

* 여행은 코로나 방역수칙(거리두기, 상시마스크착용 등)을 준수하였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