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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Blah Blah

구디역에 오아시스 같은 서점, 세컨드페이지북스

NOTICE. 2020년 7월 22일 오전 12시 17분 

본 포스팅 노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내용에 대한 업데이트를 한다. 구로디지털역에 위치하고 있던 '세컨드 페이지 북스' 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는 광명시 철산동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삭막한 빌딩 숲 사이에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 사라져서 아쉽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 처음 구로디지털단지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첫 인상은 차가운 회색이었다. ​회색의 높은 빌딩이 대로를 사이에 두고 서 있었고 수많은 커피숍과 술집이 건물마다 가득했다. 

어느 덧 구로디지털단지로 적을 옮긴 지 8개월이 지났고 나름 이곳 생태계에 잘 적응했다. 맛있는 밥 집도 몇 군데 찾아놨고 나름 단골이 된 커피숍 생겼다. 하지만 구로디지털단지에 꼭 생겼으면 하는 아쉬운 장소(?)가 한 군데 있는데 바로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장소'이다. 커피숍에서 동료들과 수다 떨며 쉬는 그런 장소가 아니라 업무를 보다가 과부하가 오거나 마음이 뒤숭숭하고 힘들어서 잠시 모든 걸 내려 놓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그런 장소 말이다. 넓게 말해 '문화공간'이 없다.

지난 회사는 삼성역 근처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 공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종종 점심시간을 이용해 '봉은사'에 다녀온다거나 코엑스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기는 걸 즐겼다. 나름의 리프레시 방법이었다. 하지만 구로디지털단지역에는 그런 공간을 찾아볼 수가 없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을 찾다!

며칠 전 출근길에 낯선 간판을 하나 발견했다. '세컨드 페이지 북스' 뭐지? 중고서점인가? 구로디지털단지에 중고서점이 생겼다는게 놀랍고 반가웠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점심식사를 빨리 마치고 서점으로 달려갔다.

​지하층 한쪽 귀퉁이에 위치한 세컨드페이지북스(2nd page BOOKS). 누가 이런곳에 서점이 있을거라고 상상이나 하겠는가? 하지만 간판에 써있는 그대로 '믿기지 않지만' 이곳에 서점이 있다. 그것도 포근하고 따뜻한 서점이 있다.

'​오아시스'의 문을 열기 직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작은 규모의 책장이 반긴다. 아직 준비가 다 되지 않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의 양은 많지 않다. 하지만 주전부리나 컬러링북 등 책 외에 판매하는 것들이 군데군데 공간을 꾸미고 있어 부실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책장을 둘러보던 중 한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진열되어 있는 책이 모두 여행에 관련된 책이었고 주전부리나 컬러링 북 역시 여행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세컨드페이지북스는 여행, 세계와 관련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었던 것이다. 간판에 #당신의여행 #우리의세계 라는 말을 이제서야 이해했다.

회색 빌딩 숲 지하에 여행, 세계 관련된 서점이라니 이렇게 이질적이면서도 잘 어울리는 공간이 또 있을까 싶다. 회사원들은 매일 똑같은 쳇바퀴를 돌며 살아가지만 마음 한 켠에는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것을 꿈꾸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책방 대표님의 책방 컨셉 코멘트. 책방은 충분히 대표님의 바람대로 채워져 가고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론 이런 공간을 마련하고 사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럽다. 

책에 대한 코멘트도 간단히 달려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YEOP' 이라는 분은 이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간단하게 코멘트해주면 더 좋을 듯 하지만 이대로도 충분한 큐레이션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큐레이션 방식도 좋지만 내가 이런 공간을 운영한다면 한 달은 일본 요리편, 한 달은 유럽의 미술관편 처럼 매달 기획전을 열어보고 싶다. 물론 이런 식의 큐레이션도 너무 좋다. 

​비단 책 큐레이션 뿐만 아니라 책방 여기저기 숨어있는 책방의 코멘트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본인의 여행 꿀팁을 소개하는 코멘트. 유심을 추천하는 이유에서 '아 이 분 진성여행자다!' 라는 생각을 했다. #진짜가나타났다

​책방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스티커. 

책이 진열된 공간 옆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온 가족이 마이크로 버스를 타고 세계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해본다. 

​벽면을 가득히 채우고 있는 다양한 지도들. 다양한 형식의 지도들이 책방의 컨셉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진짜 고(古)지도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도 한 켠에선 캡슐 커피를 판매하고 있고 마침(!) 그 옆으로 빈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다. 아마도 커피 한잔 뽑아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방 대표님이 준비해 놓은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만일 정말 그렇다면 너무 너무 좋을 거 같다. 따뜻한 커피와 좋은 책 한 권으로 떠나는 오아시스 여행. 평일 회사원에게 이만한 사치가 또 있을까?  

건물 입구에 있는 세컨드페이지북스 배너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숨어 있을 곳을 찾으세요? 서점에서 숨겨드립니다.'

회색빛 가득한 빌딩숲 사이에서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곳을 찾길 추천한다. 이 곳에서는 여권도 비자도 비행기표도 필요 없이 어디든 여행을 떠날 수 있으니까.


부디 삭막한 이곳에서 세컨드페이지북스가 오랫동안 오아시스가 되어주길 마음 속 깊이 바라본다. 

위치: 코오롱싸이언스밸리 1차 지하 1층 113호

운영시간: 12:00~19:00 (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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