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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00일 글쓰기

왕거미와의 동침

호주 워킹홀리데이 때 있었던 일이다.


포도농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농장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2인 1실 생활을 했다.

원래 1인실로 만들어진 숙소였는데 비용을 아끼겠다고 농장에 함께 온 친구와 방을 같이 썼다.

침대 하나, 옷장 하나, 책상 하나가 제공되는 숙소였기에 내가 바닥에서 자야했다.

날씨가 더운 곳이라 오히려 바닥이 더 시원했고 매일 청소를 했기에 불편하지는 않았다.


숙소에는 밤바다 게코(GECKO)가 방문을 해서 나방이나 날벌레는 잡아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깜짝 놀랬지만  나중엔 정이 들어서 오늘은 안오나 기다리기까지 했다.

잡아서 키워볼까 했지만 호주 게코는 너무나 날쌨기에 이내 포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방에 새로운 손님이 방문을 했다.

그 손님은 검정색 거미였는데, 물컵 안에 들어가 나올 줄 을 몰랐다.

마침 게코나 키워볼까 했으나 포기를 생각하던 때라 거미라도 키워봐야겠다 싶었다.

룸메이트 친구와 투명 플라스틱을 구해와 거미를 안전하게 옮겼다.

(이름도 지어줬던 거 같은데 시간이 많이 흘러 잊어버렸다.)


<이미지출처: http://www.imgrum.org/media/1641195678377839938_1454635252>


거미와 새식구가 된 지 이틀째였나?

농장관계자가 숙소를 돌아다니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확인을 하던 날이었다.

우리 방을 돌아보던 관계자가 마침 거미를 발견하게 되었고 웃으며 이건 뭐냐고 물었다.

그냥 방에 온 손님인데 키워보려고 한다고 대답을 했다.

그 순간 관계자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고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해줬다.


이 거미는 독거미며 맹독을 가지고 있어 키우기에는 위험하다. 물리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다. 

관계자는 거미를 데리고 사라졌고 그렇게 거미와의 동거는 이틀만에 마무리되었다.


여차하면 거미한테 물려서 세상을 등 졌을지도 몰랐을 그날,

참 운도 좋게 살아남았고 지금 이렇게 추억이라고 회상하며 글을 쓰고 있다.


-100일동안 글쓰기 쉰네번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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