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가 IT 분야의 회사이다 보니 다양한 전시회를 참관할 기회가 주어진다.
올 초에는 대만 "Computex" 를 참관하고 온 것도 그런 맥락이다.
아마도 IT업계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가길 바라는 사장님의 뜻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일산 KINTEX에서 열린 2011 한국 전자전도 업무시간을 쪼개 다녀 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한국 전자전은 아시아 4대 IT쇼(일본, 대만, 홍콩, 한국) 중 하나로 올해 42회를 맞이한 전통있는 전자전이다.
올해는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일산에 위치한 KINTEX 에서 개최되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http://www.kes.org/index.do)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몇 그룹으로 묶어 참관일을 다르게 지정하여 다녀왔다.
가산디지털단지역에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어서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KINTEX는 처음 와봤는데 규모에도 놀랐다. 코엑스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크기였다.
게다가 엄청난 내공을 지녔을 법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무더기로 보였다.
기분 좋게 회사사람들하고 전자전을 보러 왔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기분이 상했다.
8월 이전 사전등록자들은 무료입장... 8월 이후 사전등록자들은 2,000원의 관람비를 받았다.
거기다 어플로 사전등록을 하면 언제 등록하여도 무료라고 하여 어플로도 등록했지만
내 데이터가 제대로 넘어가지 않아 혼선을 빚었고 여기저기 문의를 해봐도 자기들은 모른다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만 해댔다.
결국 2,000원을 지불하고 들어간 후 운영사무실에 찾아가 컴플레인을 했는데...
그나마 여자직원은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해주려고 했지만
상급자인듯한 남자직원은 마치 2,000원 가지고 시끄럽게 하네 라는 표정으로 느긋느긋 일처리를 했다.
데이터를 넘겼네 못넘겼네 해결해줄 수 있네없네 이딴 소리나 지껄이는걸 더 듣고있기가 짜증이나서 그냥 나와버렸다.
그 어느 곳 하나 제대로 된 안내를 해준 적 없고 일터지면 자기 책임 아니라고 발뺌하고...
이런식으로 전시회가 운영된다고 생각하니 이 전시회의 미래가 눈에 훤했다.
그리고 오래지않아 내 생각이 맞았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그 얘기는 조금 더 뒤에 하기로 하고....)
기분을 추스리고 회사동료들과 전시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흥미있게 본 제품인데 투명디스플레이를 이용하여 제품 광고를 할 수 있게 한 제품이었다.
디스플레이 표면에 터치패널을 부착하여 고객이 터치를 하여 다양한 컨텐츠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내부 컨테츠제작도 해준다니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삼성전자 부스에서도 이와 같은 투명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떻게보면 정말 별 거 아닌 기술일 수도 있으나 아이디어를 현실화 했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평하고 싶다.
전시관 한 켠에 놓여져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화면.
LCD 였는지 다른 패널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엄청난 크기도 크기였지만 해상도가 굉장히 좋았다.
이대로 가면 미래의 영화관은 이런 어마어마한 크기의 패널이 놓여져 있지 않을까???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부스도 내 호기심을 자극한 부스 중 한 곳이었다.
수화를 인식하여 모바일기기에서 해석할 수 있는 어플의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저기 조언을 구해본 결과 손 동작을 인식하는 알고리즘 짜기가 어렵지 않겠냐는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근데 이 부스에서 전시중이던 장갑(상단의 사진 참조)이 그 고민을 해결해 주고 있었다.
손가락 마디에 센서를 부착하고 손의 움직임에 따른 섬유의 수축정도를 전기적신호로 변환하여 디바이스로 보내준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도 있어서 수화가 아닌 간단한 손 움직임을 가지고 시연해볼 수 있었다.
내 아이디어에 접목해보면 좋을 거 같아서 이것저것 문의해봤는데 모바일 디바이스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으며
장갑에 작은 스피커를 달아서 음성으로 바로 변환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위에서 소개한 투명디스플레이를 이용한 광고판보다 더 내 관심을 끈 제품이었다.
이 제품들을 제외하고 전자전에서 특색있거나 시장성이 있어 보이는 제품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삼성, LG를 필두로 한 3D 디스플레이에 관련된 업체가 70% 정도 되어보였을 정도로 많았으며
그 외에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용한 제품들이 간간히 보였다.
이게 한국을 대표하는 전시회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너무 허술하고 빈약한 전시회였다.
삼성이나 LG들 대기업이 없었다면 얼마나 초라해보였을지.....
이것이 대한민국의 IT 업계의 현실이구나 생각되니 아찔했다.
그나마 특색있던 부스는 뇌파를 이용한 교육용기기를 제조 판매하고 있는 곳이었다.
한대리님이 직접 시연을 해보려고 했으나 두개골이 두꺼워서 그랬는지 (ㅋㅋㅋ)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여기서도 한대리님이펙트는 악명을 끼쳤다.
내가 직접 시연을 해보았는데 한 곳에 집중을 하면 뇌파가 발생하는데 그 뇌파를 받아서
다른 장치로 전기신호를 보내서 기기를 작동시키는 원리였다.
다 큰 어른들이 하면서도 잼있다고 깔깔대며 웃었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잼있어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부담되는 가격(약 20만원)이 발목을 잡았고 컨텐츠를 추가 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이 두가지만 해결 되면 예전 엠씨스퀘어의 돌풍을 다시한번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행사장 한켠에 "영재들을 위한 과학기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제품을 전시 / 시연하고 있었다.
이 제품은... 심지어 프로그래밍을 해야 작동을 한다.
예를 들어 램프를 3초마다 깜빡이게 한다던지 하는 동작을 직접 프로그래밍해서 넣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 영재를 위한 과학기기니까...... ㅋㅋㅋㅋㅋ 라고 위안을 삼으며 대기업부스로 넘어갔다.
솔직히 대기업부스도 그닥 볼건 없었다.
LG관을 먼저 보게 되었는데 LG는 온통 3D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부스 정 가운데 대형 3D 화면을 설치해 놓고 가수 "지나"의 뮤직비디오를 상영하고 있었고 (심지어 무한반복)
한켠에선 3D 게임장을 만들어 놓고 관람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이미 하이마트나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3D TV는 신기한게 아니었다.
오히려 위 사진에 있는 스캐너 마우스가 더 신기해보였다고 할까?
마우스 하단에 스캐너센서를 장착해서 문서를 슥슥 긁으면 스캔이 되게끔 해주는 제품이다.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있어서 문서를 스캔하면 이미지 와 텍스트 두가지로 사용이 가능하다.
아직은 명암비가 높은 문서가 주 대상이긴 하지만 추후 문제를 해결한다면 들고다니는 스캐너가 탄생하지 않을까?
신제품이라고 할 것도 없었고 특별한 기술도 없이 단순히 제품만 자랑하는 부스가 되버린거 같아 실망스러웠다.
물론 놀랄만한 3D 디스플레이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심지어 사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으니... 하지만 기술을 선도해야 하는 업체치고는 너무 뒤로 물러서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두번째로 방문한 삼성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LG보다는 더 다양한 디바이스를 전시해놨다는 것 뿐.
대세는 3D였고 LG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화질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이미 시중에서도 볼 수 있는 제품들이었기에 특별하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사람들의 관심은 오히려 태블릿PC에 더 많이 가있지 않았나 평가해본다.
하지만 이 역시도 워낙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wow"하거나 하진 않았다.
물론 전시회때마다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내놓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외국의 전자전에 참가하는 것 만큼의 노력은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만 "Computex" 에서 본 삼성전자 부스는 한국전자전 부스보다 훨씬 정성들여 보였던건 나뿐이었을까???
하이닉스의 2.5인치 SSD....
이번 전시회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SSD 였다.
SSD 시장은 인텔과 삼성으로 정리되어가고 있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외국 유수의 SSD 업체도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부스를 다 돌아본 시점에 친환경 Vehicle을 제작하는 업체의 부스를 만났다.
(이런 업체들이 많이 참여해야 건강한 전시회가 될텐데...)
전세계에 3대밖에 없다는 "예쁘자나 3호"
전기차다보니 시동이 걸려있었음에도 소음이 전혀 없어서 시동이 걸린지도 몰랐다.
아직 외국에 비해 걸음마도 안되는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저력을 믿기 때문에 따라잡을 수 있을거라 믿는다
기대한만큼 실망도 컸던 2011 한국 전자전.
대한민국 IT업계의 단면을 본 거 같기도 한 뭔가 찜찜한 기분.
물론 작게 피어나는 새싹들을 볼 수 있어서 희망을 느낄수도 있었던 전시회.
앞으로는 외형만이 키울게 아니라 누구든지 와서 정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IT 산업을 느낄 수 있는 컨텐츠를 전시하여
더욱더 발전하는 대한민국 전자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시회를 참관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애리스테크에게도 감사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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