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드컵경기장을 우연치않게 방문한 날 "박주영"이 미친듯한 플레이를 선보였고
마침 내가 앉은 자리가 최고의 서포터 그룹이 위치한 그곳이었다는 것이 우연이었을까?
그 날 이후 "지지자(서포터즈)" 라는 이름으로 축구경기를 관람하게 되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생겨서였을까?
처음에 박수만 치던 내가 어느새 목소리 높혀 노래를 따라부르고 깃발을 만들어서 흔들기 시작했고
홈경기 뿐만 아니라 원정경기까지 따라나서는 "열혈(?)서포터"가 되었다.
단 두시간의 경기를 보기 위해 왕복 8~10시간이 걸리는 경기장을 간다는 말에 주변에선 고개를 저었지만
경기장을 향하는 시간동안 뭔지 모를 뜨거운 희열과 긴장감, 사명감이 온몸에 펴져나갔다.
원정이다보니 우리의 수는 홈팀의 서포터 수보다 당연히 작을 수 밖에 없지만
이상하게 원정을 가면 평소 내지르는 함성소리에 몇배이상의 소리를 내지를 수 있었고
2시간 내내 뛰고 깃발을 흔들고 소리질러도 결코 힘들지 않았다.
원정경기에서 이긴 날이면 경기장이 떠나가라 노래를 불렀고 상대팀 서포터즈들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며 뿌듯해 했다.
돌아가는 버스 안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고 피곤한 얼굴에는 승리의 기쁨이 가득했다.
하지만 경기결과가 좋지 않으면 상대팀 서포터에게 같은 조롱을 들으며 버스에 올라야했고
모두들 말 없이 차창을 바라보며 패잔병의 심정으로 어두컴컴한 고속도로를 외로이 달려야했다.
나를 비롯해서 함께 원정을 다니던 사람들에게 있어서 축구는 단순히 스포츠 이상의 무언가였다.
누군가에겐 전부였고, 누군가에겐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수단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였다.
Barclays Premier League의 슬로건 "Thank you" 가 진심으로 와닿는건 당연히 들어야 했던 말을 들어서인지 모른다.
그 누구도 구단에게 "감사합니다.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들으려고 서포터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좋아서 시작했을 뿐...
구단이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건 축구판을 이루어 나가는 중심에는 "서포터, 팬, 관객" 이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 구입한 Celtic 유니폼 안쪽면 가슴부분에 이런 말이 써있는 걸 볼 수 있었다.
FOOTBALL WITHOUT THE FANS IS NOTHING -JOCK STEIN
진정 중요한 것이 뭔지 정확히 파악해낸 이 광고에 어느 축구팬이 감동하고 눈물흘리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 이 동영상을 보는 모든 축구팬들의 마음엔 똑같은 바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에버튼 서포터 할아버지의 모습이 내 모습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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