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은 전적으로 사견임을 밝혀둡니다.-
2005년 4월 21일...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누구도 배웅나온 사람 없이 혼자서 공항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혼자라는 생각의 초조함이었을까...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었을까...
한국에서의 마지막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나의 워킹홀리데이는 시작되었다.
워킹홀리데이(WorkingHoliday)
네이버에서 워킹홀리데이를사전에서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노동력이 부족한 나라에서 외국 젊은이들에게 1년간의 특별비자를 발급하여
입국을 허락하고 취업자격을 주는 제도"
물론 비단 외국 젊은이들이 타국에서 노동만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도는 아니다.
건방지게 내가 그 정의를 다시 한번 내리자면 다음과 같이정의하고 싶다.
"진정한 노동의 참뜻을 알며 다양한 사람들과의만남을
통해 진정한 세계인이 될수 있는 청년들을 위한 제도"
적어도 나에겐 그런 의미로 다가왔으니까....
막연히 한국을 떠나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싶었다.
그렇게 찾아낸 솔루션이 바로 워킹홀리데이였다.
그리고 1년간의 워킹홀리데이는 나에게
잊을수 없는 추억과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일을 한다. 돈을 번다. 여행을 한다. 사람을 만난다.
내가 추구했던 그 모든 것을 이룰수 있을거 같았다.
그리고는 결국 1년뒤인 2005년, 단 한달만에 모든 수속을 마치고 호주로 떠났다.
돌이켜보면 나의 워킹홀리데이기간은 참 파란만장했다.
(물론 누구나 그렇게 말하겠지만...)
중국인에게 말도 안되는 일자리를 소개 받아 모욕을 당해보기도 하고
고용주에게 돈을 못받아 거의 매일 굶다시피 살고
새벽청소를 하며 쓰레기더미에서 잠을 청하며,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음식을 주워먹기도 했고
얼마 안되는 돈이라도 받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시위도 해봤으며
파업도 해봤고 교통사고도 당해봤으며, 보험회사랑 싸워보기도하고 경찰서에 가보기도 하고..
참 퐌타스틱한 시간을 보냈다.
그 당시에는 미치도록 힘들었다. 내가 왜 이 먼 곳까지와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23~24 되도록 고생이란걸 해본 적없는 나에겐 처음 닥쳐온 시련이었다.
한때 내 통장의 잔고는 달랑 6.95$이었다.(한화로 4800원...)
남들처럼 영어공부도 하고 싶었고 좋은 곳에 가서 편안히 여행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20$이 아까워서 맛있는 음식한번 사먹지 못했고,
추석때는 함께 일했던 사람들 8명이 추운 휴게실에서 컵라면 두 개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하지만 참 좋은 경험이었고 그 덕분에 잊지 못할 분들도 많이 만났다.
(자주 연락을 못드려서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같이 살던 누님들은...돈 없는거 아시고는 일 나가때 따로 불러서,
"이거... 밥사먹어... 술 같은거 사먹지 말고.."
라며 손에 10불을 쥐어주셨고 뒤따라 나가시던 누님은 그것도 모르고 또 따로 불러서
"이거.. 맛난거 사먹어.. 어깨 피고 다니고.."
라고하며 손에 또 10불을 쥐어주셨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돈다.
내가 이런 따스함을 또 어디서 느낄수 있을까?
자기도 어려우면서 나까지 챙겨주던 모습...
자기가 일본 도쿄의 야쿠자라며 도쿄에 와서 어려운 일 있으면 전화하라던 일본인 친구...
잠시 머물던 숙소에서 나올때 그동안 너무 즐거웠다며 손에 초코바를 쥐어주시던 주인아주머니.
비단 한국사람들 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호의를 베풀어 주었다.
그것이 내가 그 힘든 시간을 버틸수 있는 힘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오늘 내가 일하는 곳에 또 한 팀의 워킹홀리데이 설명회가 열렸다.
그 분들의 대화를 잘 들어보면 대부분이 공부를 하고 오셨다며
앞으로 가실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시곤 한다.
언제부터 워킹홀리데이가 스터디홀리데이가 되었는지...
앞의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요점은 지금부터다...
과연 그분들에게 워킹홀리데이는 어떤 의미일까?
일생에 단 한번 있는 기회를 공부하는데 소비하는것 자체가 아쉽다.
난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공부가 목적이 아니라 자아를 찾으러 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결같이 말씀하신다. 왜 여기까지 영어공부를 하러 오냐고...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한때 시드니공항에 하루에 한국사람 2,000명이 도착한 날도있다고 한다.
이미 시드니나 브리즈번, 멜번 등 흔히 알고 있는 도시들은 한국이나 다름없다.
여기저기서 한국노래가 흘러나오고 한국말이 들린다.
심지어 한국 물건(주로 식료품)만 파는 상점도 있다. 한국이나 다름없다.
보통 영어학원을 9시부터 수업시작해서 3시정도에 수업이 끝난다.
그리고는 특별활동으로 다양한 경험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수업시간 이후에는 도통 뭘하는지 모르겠다.
저녁에 펍을 가면 절반이 아시안이고 그 중 절반은한국사람이다.
펍에 가면 영어 쓸 기회가 더 많다고?(그냥 웃자 ㅋㅋ)
워킹홀리데이 기간동안 호주의 반을 돌아다녔다.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비행기 안에서 또는 기차안에서, 버스안에서 짧은 영어지만 참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다양한 농장을 돌아다니며 많은 외국인친구들을 만났고
아침부터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같이 어울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호주를 다녀온지도 어느새 1년이 지났다. 그리고 난 새로운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난 학원따위는 다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꼭 다니고 싶은 학원이 있다.바로 "인생의 반환점"을 가르쳐주는 학원....
난 모든 워킹홀리데이메이커들이 워킹홀리데이에서 공부가 아닌 자신을 찾는 그런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막연히 외국나가서 사진 한장 더 올리고 친구들한테 혀꼬인 발음을 들려주려고 하는 목적이 아니라.
진정으로 인생에 한 점을 찍을 수 있는 그런 워킹홀리데이메이커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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