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덕여행 후기+] 잠시 월드스타가 되는 꿈을 꾸었다...
지난 4월말, 안필드에서 리버풀 경기를 직관하며 평생의꿈을 이루었다. 10일 가까이 런던과 리버풀, 맨체스터을 돌며 이어간 축덕여행에서 안필드 직관 다음으로 더 강하게 뇌리에 남은 기억은 렉섬(Wrexham)을 다녀온 일이었다.
디즈니+에서 우연히 보게된 축구다큐멘터리에 흠뻑 빠졌고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말겠다 생각했던 렉섬.
신기하게도 이번 축덕여행 계획을 짜다가 렉섬이 어디있나 찾아봤는데 (기)리버풀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였고, (승)어웨이 경기기는 했지만 마침 여행기간 중 리그 마지막 경기가 있었고, (전)영국 PUB에서 TV로 축구를 보면서 응원해보고 싶다는 버킷리스트가 있었기 때문에 고민할 거 없이 (결) 여행일정 중 하루를 고스란히 쏟으며 렉섬을 다녀올 수 있었었다.
https://aka-s2an.tistory.com/619
나... 디즈니+ 나오나요??
렉섬AFC의 홈구장 Racecourse Ground 바로 옆에 위치 해있으면서 렉섬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The Turf에서 렉섬의 2022-2023 시즌 마지막 경기를 볼 수 있었다. Welcome to Wrexham에서 보던 The Turf의 주인 Wayne Jones와 사진도 찍고 렉섬 서포터들의 환대를 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나 또 가고 싶다)
경기 전반전이 끝나고 바람 좀 쐴 겸 Pub 밖으로 나왔는대 예사롭지 않은(?) 카메라를 든 사람이 꼬마 렉섬 서포터를 촬영하고 있었다.
아무리 렉섬이 유명해졌다고 하지만 렉섬AFC 마지막 경기 스케치를 하러 오는 방송사가 있을까? 있다고해도 경기장으로 가지 Pub으로 올 일이 있을까? 의문이 생기던 와중에 머리 속 전구가 켜졌다.
💡유레카!!!!💡
Welcom to Wrexham 촬영팀일 수 있겠다! 그 얘기는 시즌 2를 한다는 얘기네?!!!! (당시만해도 시즌 2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오호~ Welcome to Wrexham 시즌 2 기대되는데🤩
혼자만의 세상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데 카메라를 든 아재가 옆으로 다가와 말을 붙인다.
(당시 대화를 재구성해봤다.)
WTR: 분위기 대단하지요?
나: 되게 신나네요. 여기 와서 너무 좋아요.
WTR: 어디서 왔어요?
나: 저 한국에서 왔어요. 지금 축구 여행 하는 중이구요.
WTR: 그래요? 혹시 Welcome to Wrexham 알아요?
나: 그럼요. 그거 때문에 여기 온걸요?
WTR: 나는 그 다큐 촬영팀인데 짧게 인터뷰 할 수 있을까요?
나: 정말요?? 그럼 나야 너무 좋죠. 근데 난 인터뷰 할만큼 영어를 잘 못하는데요?
WTR: 걱정하지말아요. 한국말로 하면 우리가 번역할게요
ㄷㄷㄷㄷ Welcome to Wrexham 인터뷰라니.. 나 이제 디즈니+에 출연하는거야? 나 축덕인증해서 유명해지는 거 아냐?
인터뷰는 간단하게 진행되었다.
여기는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Welcome to Wrexham을 한국에서도 많이 보고 있는지, 렉섬AFC에게 남길 말 이 정도 였던걸로 기억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축덕여행 중이라 내일은 안필드에서 리버풀 축구를 본다고 이야기 했더니 대단하다면서 혼자 왔냐고, 결혼했냐고 궁금해했다. 그래서 ’버킷리스트‘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내가 혼자 보내줬다 그랬더닠ㅋㅋㅋㅋ
WTR: 저기 이 이야기 더 길게 들여줄 수 있어?
나: 응?
WTR: 이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고 싶어.
나: 어? 그래
그렇게 2차 인터뷰가 이어지고 버킷리스트 이야기,
혼자 축구보러 온 이야기, 리버풀이랑 렉섬이 경기하면 어딜 응원할 거냐 등 1차 인터뷰보다 더 길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 꿈이었구나
한국으로 돌아와서 축덕여행 이야기를 하면 안필드에서 축구 본 이야기, 그 경기에서 손흥민이 1골 1어시를 한 썰, 하루만에 맨유 경기랑 리버풀 경기를 다 관람한 썰 등등 쏘스가 널리고 널렸는데 제일 먼저 꺼내는 썰은 '나 디즈니+랑 인터뷰 함. 곧 나올 거임' 이였다.
그리고 9월 Welcom to Wrexham 시즌2가 시작되었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시즌이 오픈되었지만 한국은 오픈의 기미도 언제 오픈한다는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다.
지난한 기다림이 계속되어 지쳐가고 있던 어느 날, Welcome to Wrexham 시즌2가 디즈니+에 업로드 되었다. ㄷㄷㄷㄷ
1회차부터 정주행하면 좋겠지만~ 내 관심은 온통 '과연 내 인터뷰는 어떻게 나왔을까'에 쏠려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회차 마지막 10분으로 재생바를 이동시켰다. 감동의 렉섬AFC의 승격 장면이 나왔다. 승격에 감격스러워 구장으로 뛰어는 팬들과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레이놀즈와 메킬헤니의 모습이 감동스러웠지만... 재생바를 이동시킨다.
여기가 아니야!!! 여기가 아니야!!!
감동의 스토리가 지나가고 스토리 상 그 다음 주가 되었어야 했다. 마지막 원정경기의 스케치와 The Turf에 남아서 시즌 마지막을 지역주민들이 즐겁게 즐기는 장면이 나왔어야 했다. 날짜로는 4월 30일.... 하지만....
(위 검은 화면은 디즈니+의 캡쳐방지 기술로 자막만 캡쳐된 화면이다)
감동의 스토리는 바로 5월 2일 렉섬 퍼레이드로 넘어가버렸다. 내 인터뷰는 물론 그 날의 The Turf 장면이 모두 날아간 것이다... 그래.. 그럼 그렇지.. 내 인생에 디즈니+ 출연이야 ㅠㅠ
그 날 우리는 즐거웠고 행복했다.
비록 아쉽게 시즌 마지막 경기 날 The Turf 의 환상적이었던 분위기가 담긴 영상과 내 인터뷰 영상은 볼 수 없지만, 그 날 The Turf 는 이 세상 어느 곳보다 뜨거웠으며, 행복했고, 즐거웠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날 난 그 곳에 있었다.
끗.
더보기:: 보아야 믿는 사름들을 위해 그 날 촬영팀이 그곳에 있었다는 걸 사진으로 증명하고자 한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