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덕여행 Day.5] 여기가 에버랜드야? 렉섬이야?
2023.10.18 - [축덕여행] Welcome to Wrexham! 에서 이어지는 글
렉섬AFC의 홈구장 레이스코스 구경을 마치고 났음에도 경기시간이 꽤 많이 남았다.
Welcome to Wrexham에서 보여진 마을의 모습이 평화롭고 아기자기했던 게 기억에 남았고 뼈 속까지 Wrexham 주민이 되고자 하는 작은 바람으로 경기시간 전까지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렉섬 초입에 위치한 방문자 센터에서 렉섬 시내 지도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마을의 규모가 더 작았다.
우선 렉섬의 랜드마크처럼 보이는 성당을 방문하기로 했다.
아기자기한 렉섬 시내의 모습. 붉은 벽돌의 아기자기한 건물이 인상깊었다. 화면으로만 봐왔던 유럽의 어느 한적한 마을의 모습이 떠올랐다. 웨일스의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세인트 자일스 교회
10여분 정도 걸었을까? 딱 봐도 오랜시간 렉섬의 랜드마크 역할을 했을 성당에 도착했다.
St. Giles Church(세인트 자일스 교구 교회) 라고 불리는 이 교회는 웨일스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웨일스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교회로 손꼽힌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곳에는 미국의 유명 대학교로 잘 알려진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 의 대표적인 후원자인 Elihu Yale의 무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자세히는 웨일즈)의 을씨년스러운 날씨와 교회의 외관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16세기에 지어진 이 교회의 첨탑은 사진으로도 높이가 꽤 높게 느껴지는데 높이가 무려 41m 에 달하며 이로 인해 웨일스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가 되었다.
세인트 자일스 교회 내부는 웅장한 외관과 다르게 다소 좁은 느낌이다. 높은 교회 천장에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목재로 만든 천사가 장식되어 있다. 맨 안쪽 천사 앞쪽으로 붉은색 얼굴을 하고 있는 악마의 모습도 볼 수 있는게 특이했다.
1524년에 기증된 황동 독수리 성서대. 워낙 역사라 깊은 교회다 보니 500년 가까이 된 성서대를 쉽게 볼 수 있다.
교회(또는 성당)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스텐인드 글라스 아닐까 싶다. 어두운 교회 내부에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빛이 비추는 모습이 그저 경이롭게 느껴진다.
지금이야 워낙 시각적으로 놀라운 장면을 많이 봐서 스테인드 글라스 정도는 '음 이쁘네~' 정도의 반응이겠지만, 과거 사람들에게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모습은 놀랍고 경이로움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엄마를 위한 초도 하나 밝히고...
세월의 흐름이 날 것으로 느껴지는 교회의 나무바닥과 의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의자에 앉아서 신에게 기도를 올렸을까? 그 분들의 바람은 이루어졌을까?
조용한 교회 내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다보니 교회의 고유의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느낄수 있었다.
우뚝 솓아있는 교회 첨탑. £5 를 내면 첨탑에 올라가볼 수 있다.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웨일즈의 7대 불가사의에 올라가보길 추천한다.
첩탐에서는 시간이 정각이 되면 종소리를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교회에서 꽤 멀리 떨어져있던 순간에도 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첨탑 앞에 놓여져있는 해 시계. 교회에 왬 뜬금없이 왠 해시계가 있나 신기해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는데, 정작 중요한건 이 해시계 앞에 있던 Elihu Yale의 무덤이었다는거...
누가 무덤을 찍을 생각을 하냐규 ㅠㅠ
속세로 돌아가는 교회 출입문 상단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져 있다.
GO IN PEACE AND SIN NO MORE
렉섬 시내투어
여유롭게 홀리한 시간을 보냈으니 본격적으로 렉섬 시내 구경을 시작했다.
앞서 렉섬이 작은 규모의 도시라고 소개했지만, 북웨일즈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기도 하다.
시내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Wrexham City Centre.
벌써부터 건물의 모습이 예시롭지 않다. 얼핏 에버랜드 내 푸드코트 느낌이 든다.
붉은 벽돌바닥이 시내풍경을 더욱 이국적으로 보이게 하는 듯 하다. 게다가 여기에 비까지 내려주니 이건 빼박 ‘영국’ 느낌이다.
도시 전체가 16세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웨일즈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얀색 건물은 16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이름은 Horse&Jocky Pub 이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유일한 초가 지붕 건물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여관이자 맥주집으로 사용되었고 지금은 Pub으로 활용되고 있다.
맥주 마시는 걸 좋아했으면 들어가서 한 잔하고 나왔을텐데 아쉽다.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혼자말로 ”여기가 에버랜드야, 렉섬이야“ 중얼거렸다. 그만큼 도시가 아기자기했다.
마을 금은방의 흔한 디스플레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기가 응원하는 축구팀으로 감쌀 수 있다니 축덕은 그저 부러울 뿐이다.
영국에서는 비 오면 맞고 다니라고 했는데... 이렇게 많이 내리는 비도 다 맞아야 되는건가??
렉섬시내 어디서든 이정표처럼 찾아볼 수 있는 교회첨탑 덕분에 렉섬 시내에서 길을 잃을 걱정은 없다.
레트로 감성이라 그런가? 옛 건물들의 외관은 어찌나 고풍스럽고 스타일리쉬한지.
웨일즈 지역이다보니 영어보다는 웨일즈어를 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YMA O HYD(야마 오 하이드)' 는 Still here 라는 뜻으로, 웨일스 민요라고한다 Wrexham AFC의 응원가이자 웨일즈 축국가대표 비공식 응원가로 쓰이고 있어서 Mural로 그려놓은 듯 하다.
붉은색 벽돌건물이 이뻐서 찍은 사진인데 알고보니 엄청 유명한 건물이어서 놀란 Wynnstay Arms Hotel.
이 호텔에선 역사적인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났는데 1876년에는 웨일즈 축구 협회가 결성되었고, 1918년에는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총리가 1차 세계 대전 종전을 발표하였다.
이런 역사적인 곳인지도 모르고 사진을 찍어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너비가 4.5야드, 약 4m 밖에 되지 않는 좁고 긴 펍으로 유명한 JOULE'S Royal Oak. 이 건물 역시 2등급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제 Wrexham은 데드풀을 떼어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사실상 데드풀이 렉섬을 세계적인 도시로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영국에 와서 이 작은 마을까지 여행을 온 게 그 확실한 증거다.
도시 전체에서 축구냄새가 솔솔 풍긴다. 일상이 축구인 이곳에서 살면 얼마나 즐거울까?
COFIWCH DRYERYN 은 Remember Tryweryn 이라는 뜻의 웨일즈어로 웨일즈 민족주의의 대표적인 슬로건이라고 한다.
마을의 작은 갤러리에서 발견한 The Turf 그림. 너무 맘에 들어서 구매할까했지만 'Not for Sale'
렉섬에서 알아주는 샌드위치집 'LA BAGUETTE & Co' 에 붙어있던 Wrexham AFC Supporters 스티커.
동네 작은 가게까지 연고팀을 응원하고 있는 걸 보니 마을 전체가 Wrexham AFC 를 지지하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연히 보게된 'Welcome to Wrexham' 으로 시작된 Wrexham 바라기.
내 평생 이곳을 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마눌님 덕에 Wrexham 여행을 하게 된 나만큼 운 좋고 행복한 놈이 또 있을까? Liverpool에서 리버풀 경기를 본 것 이상으로 가슴 벅찬 Wrexham 여행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The Turf 로 이동할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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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