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축구이야기

[축덕여행:스타디움투어] 스탬포드 브릿지는 왜 Fulham Road에 있을까?

고인물트라스 션쿤 2023. 6. 21. 19:48

4월 26일. 런던 도착 이틀차이자 내 생일
'40살 생일에 영국에서 리버풀 경기를 보겠다'는 꿈이 이루어지는 날의 아침이 밝았다.
그전에 경기를 보러가기 전에 첼시FC와 풀럼FC 스타디움 투어를 하기로 계획했다.


런던의 아침을 느껴보고 싶어서 숙소부터 첼시FC의 홈구장 스탬포드브릿지까지 걷기로 했다.
오래간만에 2만보 이상을 걸어서 그런지 다리가 살짝 무겁기는 했지만 런던의 아침공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도보로 한 30분(?) 정도 걸었을까?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길가에 첼시선수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경기장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첼시FC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에 도착했습니다!!!
스탬포드 브릿지도 토트넘의 구장이랑 비슷하게 주택가 사이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렇게 큰 경기장 앞에 겨우 왕복 2차선 도로 뿐이라니...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경기 일정 알림판.
상대팀명과 일정을 일일이 바꿔줘야 하는 아날로그 알림판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매치데이라 브랜튼포드와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표는 이미 매진.

경기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푸른 사자가 인상적인 첼시FC 엠블럼. 
영국 국대의 마크도 삼사자라 뭔가 연관이 있나 싶지만 과거 클럽의 회장이었던 윌리엄 캐도건 백작의 문장이라고 한다. 

스탬포드 브릿지 안내판

CHELSEA FOOTBALL CLUB

스탬포드 브릿지의 일부가 호텔들 뒤쪽으로 빼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검색대에서 가방검사를 마치고 들어오면 THE SHED WALL 이 방문객을 반긴다.

이 벽은 개축 전 스탬포드브릿지의 The Shed의 일부분인데, 이제는 첼시 레전드를 소개하는 자리로 탈바꿈했다.  

The Shed Wall을 따라가면 메가스토어와 메인 출입구 그리고 스타디움 투어 리셉션으로 갈 수 있다.

경기시간이 되면 닫혀있는 문이 열리고 서포터들로 가득할 분위기 있는 출입통로.
감성돋게 벚꽃까지 피어있을 건 무어람..☺️

메가스토어는 나중에 방문하기로 하고~ 패스

The Shed Wall 끝에 다다르면 스탬포드 브릿지의 정면모습을 마주한다. 근데 아무리 아침이고 사람이 없다기로서니 레전드 동상 옆에 쓰레기통은 좀 그렇지 않나?

스타디움투어를 몇 군데 하다보니 MATTHEW HARDING STAND 처럼 스탠드 구역에 팀의 레전드를 이름을 붙이며 그들을 기억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FC서울도 N석, E석 대신 '아디 스탠드, 피아퐁 스탠드, 허창수 스탠드' 이런 식으로 부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저 멀리 스타디움 투어 리셉션 건물이 보인다.

푸른 유니폼을 입고 울부짓는 내 사랑 토레스

스타디움 투어는 정해진 시간에 시작되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리셉션에서 대기를 해야하는데 이 작은 공간에서조차도
다양한 볼거리를 전시해놓고 있다.

가장 먼저 푸른색 사이의 붉은색 유니폼이 눈에 띄었다. 잉? 대한민국 국대유니폼?? 이게 왜 여기있지 싶었는데 첼시FC에서 뛴 레전드 선수가 떠올랐다.

바로 ‘지메시’ 지소연 선수. (캬!! 주모!!)

사진출처:EPA 연합뉴스

8년간 첼시FC 위민에서 당당히 10번을 달고 리그우승 5회, FA컵우승 4회, 올해의선수상 1회를 달성한 레전드 중의 레전드
이 유니폼을 보기전까지 첼시에서 지메시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한 내가 부끄러웠다. 이러면서 무슨 축덕....

리셉션 한 켠엔 2023년 하늘의 별이 된 잔루카 비엘리의 추모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첼시의 선수로, 첼시FC 감독으로의 삶을 살았던 잔루카 베일리의 명복을 빈다.
Rest in Peace, Gianluca Vialli

스탬포드브릿지 스타디움 투어 시작!

15명 정도가 모였을 때 스타디움투어가 시작되었다.

스타디움 투어는 아쿠아리움에서 봄직한 터널을 통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터널을 지나 왼쪽으로 가면 스타디움투어, 오른쪽으로 가면 박물관으로 갈 수 있다.

이 문을 지나서 경기장으로 들어간다.

짜쟌~⭐️ Welcome to StamfordBridge
낮은 천장과 살짝 오래된 느낌의 실내 분위기. 전날 다녀온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 곳에서 투어가이드가 주의사항을 이야기해주면서 투어그룹과 아이스브레이킹을 짧게 갖는다.

I AM A BLUE HEART LOYAL AND TRUE

투어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합격 목걸....

입장권 같은 느낌의 카드를 랜야드와 함께 준다.
말 그대로 정말 주는거라 투어가 끝나고 랜야드와 카드는 기념품처럼 가지고 갈 수 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경기 배팅 현황판. 워낙 배팅을 좋아하는 나라라 경기마다 배팅을 한다.
승무패만 뿐만 아니라 경기 첫 득점을 누가할지 점수는 어떻게 될지도 배팅을 한다.

과하지만 않다면 경기를 즐기는 또 하나의 요소로 너무 좋을 것 같다.

드디어 스탬포드브릿지의 피치를 보러 가는 시간.

파랑파랑한 첼시FC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
TV에서보던 전형적인 영국클럽 축구장의 모습이다.
잔디 상태 보소! 잔디야 대리석이야?

말빨 좋던 투어가이드
아쉽게도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해줬는데 다 잊어버렸다. 하나 기억나는 건 메시vs호날두 논쟁의 종지부를 찍어준 내용이었는데 호날두는 스탬포드브리지에서 득점을 하지 못했고 메시는 득점을 했기 때문에 메시가 최고의 선수라는 이야기였다.
지금부터 최고의 선수는 메시인걸로

스타디움 투어의 묘미는 경기장을 구경하는데에도 있지만 '찐서포터' 투어가이드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축구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투어는 전부 영어로 진행되는데 그나마 영어를 알아 들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4만석 규모의 넓은 듯하면서 아담하다고(?) 느껴지는 스탬포드 브릿지

기자석에서 보는 피치

기자석에서 다음 스팟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Blue is the colour football is the game' 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이 문구는 첼시의 공식응원가 문구인데 왜 기자석에 쓰여져 있는걸까??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프레스룸이었다. (대부분의 스타디움 투어가 이 루트를 따르는 듯하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인사 날리는 첼시구단

뭔가 그럴듯하게 찍고 싶었지만 투어 가이드 아저씨의 사진 실력은 여기까지였다... 망 ㅠㅠ

프레스룸을 나와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어웨이라커룸을 들렀다. 역시나 뭔가 없어보이는 비쥬얼.
공간이 꽤 넓어보이지만 꼼꼼하게 쪼잔한 부분이 여기저기 녹아있다.

예를 들어 작전판이 문 뒤에 위치해 있어서 출입문을 항상 열어둬야 한다던가, 옷걸이를 높게 달아놓거나 사물함을 의자 밑에 둬서 선수들을 최대한 불편하게 만든 것들이 그것이다.

축구는 전쟁 그 자체라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쓸 수 밖에 없다. 첼시의 원정라커룸은 애교라고 할까?

역시나 여기에도 흥민이의 유니폼이 걸려있다. 그 옆에는 수아레즈 유니폼이.... 근데 첼시 얘네 돈 너무 안쓰네.
리버풀의 수아레스라니! 14년에 리버풀을 떠났는데 이 후에 유니폼을 업데이트 안했다는 거 아냐!

그래도 첼시는 마사지룸을 별도로 마련해주네~

비교체험 극과극!
원정라커룸을 봤으니 이번엔 홈라커룸 시간이다.

넓직한 공간을 기본이고 마사지 공간과 트레이닝 공간, 선수라커룸 공간이 완벽하게 나뉘어있다.
원정팀은 마사지 공간이 화장실 옆에 있었는데 ㅋㅋㅋ

트레이닝 룸에는 인조잔디가 깔려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너어어어얿직하고 쾌적한 공간에 마련된 홈팀 락커룸이다. 라커룸 자리도 폭신한 방석.
진짜 원정과 홈은 하늘과 땅/천당과 지옥 수준이구나 다시한번 느낄수 있었다.
라커룸에서 어느정도 머물면 투어가이드가 사람들을 복도로 불러모으고 두 줄로 세운다.
선수들이 피치로 나가는 경험을 똑같이 해보는 시간.

입장노래가 흘러나오는 플레이어 터널을 나오면...

홈팀과 원정팀 벤치에 앉아볼 수 있다.

벤치가 있는 스탠드와 관련해서 투어가이드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무리뉴 감독 시절, 이 곳은 원래 원정석이었다고 한다. 무리뉴는 플레이어 터널을 나와서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과 서포터들의 응원소리는 너무 환상적이었는데, 벤치 뒤쪽에서 들리는 원정서포터들의 야유가 못마땅했다고 한다. 무리뉴 감독은 구단에게 이 섹션을 The Shed 끄트머리로 옮겨달라고 이야기했고 원정석의 위치는 지금의 위치로 옮겨지게 되었다고 한다.

참... 정 안가는데 축구를 대하는 것만큼은 진심인게 느껴지는 묘한 감독..

처음 보아도, 다시 보아도 잔디상태는 정말 아름답구나.

무리뉴 이야기를 마친 투어가이드는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가장 아름운 뷰(view)를 보자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목적지는 2층 스탠드.

스탬포드 브릿지 홍보 콘텐츠.
첼시를 제외한 나머지 19개 구단이 알파벳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는데... 사진에서 이상한 점을 찾았다.
‘Bournemouth’는 공식명칭이 ‘AFC Bournemouth’ 라 Arsenal 앞에 있는 거게 이해가 되는데 ‘Fulham FC’는 도대체 왜 ‘Crystal Palace FC’ 앞에 있는걸까? ‘Everton’ 뒤에 있어야 맞는거 아닌가??

이유를 아시는 분 계시면 댓글로 남겨주시길...

Matthew Harding Stand

The Shed에 바라본 매튜 하딩 스탠드.
나름 느낌있게 찍힌 것 같아 기부니가 좋다 😁

경기 중에 음식을 사러 나오거나 화장실을 가더라도 경기를 볼 수 있게 TV가 설치되어 있다. 이런 부분은 FC서울에서 벤치마킹 해줬음 좋겠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존맛 '떡볶이'를 사는데 오래 기다려야 되서 주요 장면을 놓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꼭 좀 달아줘라!!!!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뷰

투어가이드가 왜 가장 아름다운 뷰라고 이야기했는지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완벽하게 관리된 초록색 잔디와 온통 푸른색으로 둘러쌓인 피치가 이렇게 아름다울 일인가? 대한민국에서 이정도 뷰가 나오는 경기장이 있을까?스틸야드나 대전월드컵경기장 정도??? 

 

좀전까지 앉아있던 EAST STAND

The Shed는 서포터의 구역이다보니 응원배너가 곳곳에 걸려있었다. 구장이 구단의 소유다보니 매치데이가 아닌 날에도 이렇게 배너가 걸려있다. FC서울에서는 매 경기 배너를 걸었다 거뒀다 했는데... 

배너 가운데 자부심이 가득 담긴 메세지가 눈에 띄었다.

'FIRST LONDON CLUB TO WIN THE CHAMPIONS LEAGUE'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런던 최초의 클럽'


아오 자부심 쩔어!


끝내주는 뷰를 보는 것으로 공식적인 스타디움 투어는 끝이 난다. 

나오는 길에 걸려있는 과거의 스탬포드 브릿지. 지금과는 달리 축구전용구장도 아니었을 뿐더러 규모도 훨씬 컸음을 알 수 있다. 놀랍게도 과거 스탬포드 브릿지의 수용인원은 100,000명이었다고 하니 저 규모가 얼마나 컸을지 가늠도 안된다. 

투어 이후에는 메가스토어를 지나게 되는데 이 루트는 어느 경기장에서나 마찬가지인거 같다. 이런 상술에 나 역시 놀아나서(?) 머플러와 엠블럼 핀을 구매했다.

스타디움 투어 전에 마주친 동상은 Peter Osgood 의 동상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첼시에서 유일하게 동상을 세워 추모할 정도면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선수였던 것 같다. 동상 옆 쪽에 명판이 붙어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스탬포드 다리에는 많은 영웅이 있지만 왕은 한 명뿐입니다.
Stamford bridge has many heroes but only one king -
- 우아한 기술자 -
- 신경질적인 스트라이커 -
- 스윙 60년대의 아이콘 -
- 팬들의 사랑을 받은 선수 - 
- 불멸의 컵 결승골의 득점자 -
- 황금기를 이끈 빅맨 -

스탬포드 브릿지 정문 출입구에서 바라본 웨스트 스탠드. 이렇게 보면 저 곳이 축구경기장인지 알수가 없다. 

스탬포드 브릿지의 PostCode 인 SW6.
정확한 주소는 Fulham Rd., London SW6 1HS  
좌표계로는 북위 51° 28′ 52.02″ 서경 0° 11′ 25.06″

스탬포드 브릿지 정문에 붙어있는 명판에도 쓰여있지만 스탬포드브릿지는 1905년 첼시FC가 사용하기 전부터 런던 애슬레틱 클럽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육상클럽이 사용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 명판의 내용을 조사하던 중 놀랍게도 스탬포드 브릿지의 설계를 아치볼드 레이치(Archibald Leitch)가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추후에도 언급이 되겠지만 20세기 초 영국과 아일랜드의 축구장 대부분을 아치볼드가 건축했다.

영국 축구장의 아부지 아치볼드 레이 (사진출처: https://www.bbc.com/news/uk-scotland-48028660)

이 건축가가 설계한 경기장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리버풀의 안필드, 풀럼의 크레이븐코티지, 아스널의 하이버리, 셀틱의 셀틱파크, 에버튼의 구디슨파크, 맨유의 올드트래포드, 밀월의 올드 덴, 울버핸튼의 몰리뉴 등 그냥 영국 축구경기장 대부분을 이 사람이 설계했다고 보면 된다. 물론 대부분은 철거되었지만 크레이븐코티지처럼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구장도 있다. 

여전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크레이븐코티지(사진출처: https://www.bbc.com/news/uk-scotland-48028660)

또!!! 놀랍게도 아치볼드는 1865년 4월 27일에 태어나 1939년 4월 25일에 돌아가셨다.
헉!!! 내가 스탬포드브릿지에 방문한 날짜는 4월 26일.... 소름이 돋는다!!!!!!!

근데... 두번째 스타디움투어 포스팅을 이렇게 끝내도 되는건가?? 끗.

블로그 요약영상이 요기있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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