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덕여행:리버풀vs웨스트햄 직관] I'm Forever Blowing Bubbles!!!
크레이븐 코티지의 여운을 뒤로하고, 런던스타디움에서 리버풀과 웨스트햄의 EPL 33라운드 경기를 직관하기위해 underground로 향했다.
역이름이 WEST HAM이라 당연히 여기서 내리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역이 런던의 ‘서울대입구역’ 일 줄이야.
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방향 표지판에 ‘East London Rugby and Football Club’ 이 써있길래 아무 의심없이 한 20분을 걸었을 때 알아챘다. 난 East 가 아니라 West 로 가야한다는 것을...
뭐 무식한 덕분에 몸이 고생했고, 런던에서 처음 공유자전거를 빌려타는 경험도 했다. 에휴 화상아...
부디 다른 여행자들은 STRAFORD 역에서 내려서 편안하게 올 수 있기를 바란다.
저 멀리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홈구장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자전거 통행이 제한되어 경기장까지 걸어가야했다.
경기장 앞에서 매치데이 매거진을 사는 것으로 EPL직관의 문을 열었다.
둥근 그릇 형태의 경기장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쓰였다.
규모는 6만 2천석이며,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곳에 경기장을 지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이야기가 아니라 런던스타디움 이야기다.
경기장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엠블럼. 조선 노동자들이 만든 클럽이다보니 엠블렘에 그들이 사용하던 망치가 새겨져있다. 엠블렘 뿐만 아니라 웨스트햄 서포터들도 ‘해머스’ 또는 ‘아이언스‘ 라고 부른다.
경기 시작 전 구단 미디어팀이 홈팀 서포터를 상대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미디어로 성장한 프리미어리그답게 믿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듯 보였다.
경기장 입장에 잎서 구단 용품샵을 들렀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물건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
여기서도 22/23시즌 유니폼 할인을 하고 있었는데 가난한 여행객이라 머플러와 3개에 £10 핀만 집어나왔다 ㅜㅜ 검정색 3rd셔츠 이뻤는데 ㅠㅜ
웨스트햄하면 떠오르는 것은? 비눗방울!!! 축구클럽과 비눗방울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기도 할텐데, 바로 'I'm forever blowing bubbles' 라는 노래 때문이다. 킥오프 전 경기장에 노래가 흘러나오고 비눗방울이 흩날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북새통 용품샵을 빠져나와 경기장을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터라 뭐라도 먹어 배를 채워야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버거! 시장이 반찬이라고 패티와 양파만 들어간 햄버거를
순식간에 흡입했다. 존맛!!!!!!!!!
햄버거를 흡입하고 경기장을 구경하고 있는데 경찰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을 발견했다. 뭐 재미난 구경 났나 싶어서 가봤더니 원정서포터 출입문이었다. 어웨이 서포터들은 철저한 몸수색을 거친 후에야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영국에서 리버풀을 이렇게 처음 마주하다니. 감개가 무량하구나 ㅠㅠ
근데.. 웨햄서포터 너희들이 더 위험하지 않니??
1965년 유러피안컵 위너스컵 우승 당시 핵심 선수였던바비 무어 Bobby Moore, 제프 허스트 Geoff Hurst, 마틴 피터스 Martin Peters 의 동상이 경기장 한 켠에 마련되있다.
아마도 이 모습을 만든 것 같은데 팔의 높이가 많이 다르다🤪
대형 LED로 웨스트햄의 유로파 컨퍼런스 경기를 안내하고 있다. (글을 쓰는 시점에선 웨스트햄이 피오렌티나를 꺾고 유로파 컨퍼런스를 우승했다)
저 멀리 보이는 리버풀 구단버스. 버스가 세워져있는
주차장에 선수들이 타고 온 듯한 고급차들이 즐비했다. 좀 더 빨리 왔으면 주차하는 선수들을 볼 수 있었을까?
경기장 입장!
1층 104번 섹션으로 들어가면...
피치에서 훈련하는 선수들과 경기를 기다리는 관중들의 긴장감이 섞여있는 경기 시작 전 런던스타디움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원래는 웨스트햄 서포터 석에서 볼 계획이었으나 내가 응원하는 팀도 아니고 좀 더 가까운 곳에서 경기를 보고 싶어서 앞쪽 열(9번열)을 구매했다. 조금 무리한 만큼 시야는 너무 만족스러웠다.
리버풀의 선발라인업이 떴다. 피루미누를 좋아해서 그가 뛰는 경기를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부상이라 아쉽게 명단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그 외엔 베스트 전력으로 나온 리버풀. TV에서만 보던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런던스타디움의 파노라마뷰
리버풀 원정서포터 좌석.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콥!!!!
킥오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명물 비눗방율이 경기장에 흩날리며 경기장에 I‘m forever blowing bubbles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 장면을 유튜브로 몇번이나 봤음에도 실제로 보고나니 여운이 상당히 길게남아서 경기끝나고도 ‘유나이티드, 유나이티드’ 를 몇번이나 불렀다.
운이 좋았던 건지 구매한 좌석이 피치 좌측면이라 피루미누 다음으로 애정하는로버트슨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로보의 코너킥을 눈 앞에서 보게 될 줄이야 😭
전반 10분경. 이렇다할 공격을 하지못하던 웨스트햄이 단 한번의 찬스로 골망을 갈랐다. 골이 들어가고 나서 웨햄 서포터 형님들의 목소리가 런던스타디움을 가득채웠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느껴지는 웨햄형님들의 아우라.
누가 EPL은 다 앉아서 본다고 했니?!
실점 이후 벤치에서 누네스, 카르발류, 엘리엇이 몸을 풀러 나왔다. 우왕 엘리엇이다 😍
다행히 전반 초반 실점이라 리버풀은 큰 동요 없이 경기 주도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 그리고 전반 20분 경 각포가 동점골을 넣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동점골을 넣었어도 좋아하지 못했던 나란 놈 ㅠㅠ
‘파라오’ 살라의 슈팅. 살라 플레이를 직접 보면 경기 템포 수준이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크리그를 2배속으로 보는 느낌?
여담으로 크리그와의 또 하나의 차이점은 데드볼상황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경기를 보는 입장에선 속도감이 빠르고 박진감 넘친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앤디 로버트슨의 날카로운 코너킥... 쫌 짧긴 했어
너무 리버풀 위주인 것 같아서 웨스트햄의 안토니 사진도 한 장 넣어주고~
경기내내 열정적으로 터치라인에 나와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전술지시를 내리는 노말원 Normal One 클롭감독
EPL 첫 직관 전반전이 1:1로 마무리 됐다.
하프타임
경기장에서의 1분 1초가 너무 소중해서 하프타임때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웨스트햄에서도 하프타임 때 관중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FC서울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FC서울은 하프타임 이벤트으로 사다리타기 게임을 진행한다. 물론 그 나름대로의 성과와 의미가 있겠지만 웨스트햄의 하프타임 이벤트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웨스트햄은 HAMMER TIME 이라고 해서 사전에 관중을 미리 섭외해서 이벤트를 진행한다. 섭외된 관중은 당연히 웨스트햄의 서포터. 해당 관중에게 진행자는 팀과 관련된 질문을 5개 던진다.
예를 들어 '리버풀 반다이크의 국적은' 이라던지 '05/06 시즌 웨스트햄 득점 랭킹 5위까지의 선수를 말하시오.' 등 등 웨스트햄에 관한 질문과 어웨이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사다리를 타서 경품을 주는거도 좋고 이렇게 퀴즈를 내는 것도 좋다. 둘 다 팬을 위한 활동이라 뭐가 더 낫다 라는 말을 하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진성 서포터를 만들고 팀의 역사를 홍보하는데 있어선 후자의 방법이 더 맞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후반전
후반에도 리버풀이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사실상 반코트 경기가 진행되는 형태였다. 가끔 웨스트햄이 역습을 했으나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다. 그러다 후반 10분 경 빠른 역습을 통해 웨스트햄에서 골을 기록하였으나 VAR 판독결과 업사이드로 판정되어 골이 취소되었다.
'No Goal' 이 화면에 뜨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F word' 를 마구 날리시는 웨햄 형님들을 볼 수 있었다. 전형적인 영국 훌리건의 모습 ㅋㅋㅋ 그렇지! 이게 바로 영국축구지!!!
커티스존스와 티아고, 아놀드와 마팁 그리고 반다이크가 눈앞에 있다 ㅠㅠ 내 사랑들... YNWA!!!!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결국 리버풀은 후반 20분 로버트슨이 올린 크로스를 마티프가 헤딩으로 연결하며 역전 결승골을 기록했다.
EPL 첫 직관이자 리버풀 첫 직관이 역전승이라니!! 나 아무래도 ‘승리요정’인 듯 ㅋㅋㅋ
포스팅에 가급적 내 사진은 안올리려고 하지만 이런 뜻깊은 장면은 올려도 되지 않을까?
관중이 퇴장하고 텅 빈 경기장. 역시 축구장은 야간에 보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다.
DJ! Drop the Beat!! 둠칫둠칫!
경기장을 떠나는 게 아쉬워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아 몇 번이나 경기장을 돌아봤는지... 심지어 왜 경기장이 이쁘기까지한건데 ㅠㅠ
아쉬움과 설레임을 뒤로하고 STRAFORD 역으로 향했다.
수많은 서포터 무리에 껴서 걷다보니 역전패 당하고 느꼈을 서포터들의 좌절감과 배신감, 분노, 좌절, 아쉬움, 슬픔이 느껴졌다.
하지만 뭐 별 수 있나 그게 축군걸. 이렇게 좌절하고 욕지거리를해도 다음주에 또 우린 그 자리에 있을텐데.. 즐거울때도 슬플때도 어려울때도 힘들때도 항상 그 자리를 지키는 건 바로 서포터들이니까...
그나저나.. WEST HAM 역은 진짜 멀었는데 STRAFORD 역은 되게 가깝네🫠
2023년 4월 26일. 내 41번째 생일
40살 생일날 영국에서 축구를 보겠다는 내 꿈이 이루어졌다. 그것도 리버풀이 2:1로 역전승하는 짜릿한 경기를 보는 것으로 꿈이 완성되었다.
이제 다음은 안필드에서 리버풀 경기를 보는 것만 남았다. 나놈 결혼 하나는 잘해서 이런 호강을 하는구나 ㅠㅠ
마눌님 땡큐요!!!!!!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