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2011 하계여행] 자전거로 돌아본 제주도 여행 Final Day



2011년 8월 무더웠던 날.

난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열심히 페달링 하며 달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찾기위해 또 무언가는 버리기 위해 제주도까지 갔지만
정작 달리고 있을 때 만큼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무.념.무.상

그렇게 3박4일을 보내고 내가 달려온 길을 돌아봤을 때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운 나를 보게 되었다. (비록 버리고자 했던건 비우지 못했지만)

이 기록은 3박 4일간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여행한 내 추억의 발자욱들이다.



추가적으로, 앞으로 제주도를 자전거로 여행할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느덧 제주도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찜질방에서 잔 탓에 온몸이 찌뿌둥했다.. (사실 난 찜질방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제 세운 계획대로 아침에 버스를 타도 제주시로 넘어가야 되는데 
버스시간이 정확히 언제인지 몰랐기 때문에 조금 서둘러서 찜질방을 나거섰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는 찜질방도 유명하지만 "커피워터월드"라는 곳도 꽤 유명하다.
커피박물관같은 개념인데 이른시간이어서 그런지 문을 열지는 않았다.
그래도 유명한 곳이라는데 커피맛은 한 번 봐줘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켜놓고 마지막 루트를 확인 했다. 

안개처럼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더 내리기 전에 제주시로 이동해야만 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경기장 주변은 인적이 거의 없었다. 
언제 또 경기를 보러 올 수 있을까?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난데없는 셀카를 한장 찍어주셨다.
ㅋㅋㅋ

 

경기장 건너편에 위치한 작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목적지야 버스안내판에 씌여져 있겠지만 과연 버스에 자전거를 실어줄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물어보는 사람들마다 대답들이 다 틀렸기 때문에 그 걱정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자전거를 싣지 못하면 어떻게 가야하나. 정말 5.16 도로를 넘어가야 한단 말인가?'

등등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제주시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기사아저씨한테 자전거를 실어줄 수 있냐고 여쭤봤다.
다행히 앞바퀴만 빼면 버스 아래 짐칸에 실을 수 있으니 어서 바퀴 빼고 집어넣으라고 하셨다.

이 얼마나 다행인지~ 부랴부랴 앞바퀴를 빼고 나머지 부분을 짐칸에 옮겨 실었다.

(이 버스를 탄게 나에게 큰 사건을 가져다 줄지 미쳐 몰랐다..)
 
버스탄지 불과 5분만에 잠이 들고 말았다... 찜질방보다 버스가 편하단 얘긴가???

30분정도 흘렀을까? 버스는 어느새 제주시에 도착해서 터미널을 향하고 있었다.
한 손에는 앞바퀴를 들고 다른 손에는 이런저런 물건을 들고 터미널에 내렸다.
친절한 기사 아저씨가 고생하라는 인사까지 해주시며 조심하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다.

 제주시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부슬비를 맞으며 마지막 종착지인 용두암으로 향했다. 
용두암을 좀 넉넉히 보고 나서 점심을 먹고 커피한잔하고 일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터미널에서 20분가량 달려서 용두암에 도착을 했다. 
비로 인해 뿌연 안개가 살짝 낀 용두암은 맑은 날 보던 느낌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배가 고파왔기 때문에 허기를 달랠 간식이라도 먹을까 하고 지갑을 찾았다.
어.... 없다.... 어디에도 없다... 가방에 지갑이 없다!!!!!!!!!!!!!!!!!!!!!!!!!
항상 가방에 넣어두었는데... 그 가방에 지갑이 없다... 옷에 넣었나 싶어서 옷을 탈탈 털어보았으나... 없다...
순간 패닉상태가 되었다... 돈이야 어떻게든 되겠지만... 신분증이 없어졌기 때문에 비행기를 못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것이다.

돌아가야했다... 어디서 흘린건지 모르기때문에 온 길을 그대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 차도로 왔고 비가 왔기 때문에 줏어갈 가능성은 적었다 ㅠㅠ

다시 20분을 달려서 되돌아갔지만... 지갑은 없었다.... 아.. 없다...ㅠㅠ 
어디서 잊어버린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혹시 버스에 놓고 내린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아.... 버스 번호를 모르는데 ㅠㅠ
무작정 버스회사를 찾아 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첫번째 들어간 회사... "저기 혹시 지갑 습득된 거 없나요???"
너무 절실하게 물어봤기 떄문이었을까.... 돌아온 대답은 "저 책상에 검정 지갑 맞나요???"


오오오오오오오오오!!!!! 

버스기사님이 지갑을 습득해서 맡겨놓으셨단다 ㅠㅠ 아 정말 친절하신 기사님.....
정말 십년감수 했다...ㅠㅠ  지갑을 찾으려고 돌아오던 길에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용두암으로 향했다.

지갑을 잃어버렸던게 나에게 길을 인도한건지
처음과는 다른 루트로 길을 잡았는데 정말 운 좋게 "용연"이라는 곳을 보게 되었다. 



쇠소깍과 얼핏 비슷한 느낌의 용연.
풍류를 즐기는 곳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연은 바로 바다와 이어진다.

 

이곳도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닌지 관광객들이 많지 않았다. 
바로 옆이 용두암이라 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지만 막상 이곳을 보러 오는 사람은 적었다.
마치 이 곳을 나만 알고 있는 듯한 즐거운 기분마저 들었다.

꽤 많은 시간을 용연에서 보내고 정말 최종 목적지인 용두암으로 향했다.
용연에서 자전거로 한 5분거리?

상당히 유명한 관광지이자 공항 바로 옆에 있는 곳이라
비가 오는 오전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렇게 보면 솔직히 용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들 실망을 하곤한다.. 하지만......





다른쪽에서 보면 정말 용처럼 보인다!!!!!!!
입을 벌리고 있는 용!!!
게다가 원래 저기에 있는건지는 모르겠으나 눈도 하얗게 보인다~
정말 바다에서 튀어나와 하늘로 올라가는 용의 모습이 보인다!!!!



정말 3박4일간 고생한 내 애마 로미오!!!!
비를 맞아서 그런지 때깔 한번 곱게 나왔다~





비가 오는 바다는 또다른 느낌을 준다.

고생한 내 두 다리!!!



마지막 일정이었던 용두암 관광까지 모두 마쳤다!!!!!
3박4일의 내 긴긴 여정이 공식적으로 끝난 것이다.
제주도를 일주하겠다는 계획도 유명관광지도 돌아보겠다는 계획도 전부 다 이루었다.
게다가 과연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나에 대한 걱정과 의심도 깨끗하게 털어냈다.
정말 굉장한 경험을 했다....

(이런저런 감상은 특집으로 따로 작성하기로 하고~~)

살짝 감성에 젖어있다 불현듯 배가 고픈것이 생각났다...

마지막 식사는 뭔가 제주도스러운 것을 먹고 싶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여행자분들 중 한 분이 제주도 3대 음식을 알려준 적이 있었는데
"성게미역국, 제주도 돼지, 몸국"
이 세가지는 꼭 먹어봐야 한다고 목이 터져라 외치셨던 것이 생각났다.  

이미 성게미역국과 제주도 돼지고기는 먹어봤고.. 남은건 몸국이었다.




찾아간 식당은 오전에 지갑을 잃어버린 이유로 우연치 않게 오게된 용연 바로 앞에 있는 몸국식당이었다.



헉...몸국 가격 5,000원...
제주도에서 먹은 식사가격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이었다.
심지어 성게미역국조차 9,000원이었는데...
뭔가 좀 불안했다.. 너무 싼 거 아닌가???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는데.



식사가 나왔다.. 밥 옆에 있는 것이 몸국.
모자반을 돼지고기로 낸 육수와 함께 끓여서 내놓는 해장국 비슷한 국종류.

첫술을 떴다.... 어.. 맛있네?
두번째.... 어....어.....

결국 한번도 숟가락을 내려놓지 못하고 한술에 식사를 끝냈다.

국종류를 먹으면 국물을 다 먹지 않는 나에게.....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유혹이었다.


초토화 된 밥상...
이거 정말 맛있다!!!!!!!!!

너무 맛있어서 사장님께 이거 너무너무 맛있다고 칭찬을 풀어놨더니 사장님께서 명함을 주시며 배달도 된다고 알려주셨다.
말도 안돼!!!!!!!
꼭 배달시켜 먹어야지!!! 
(같이 먹을 사람 손손손!!!!!)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음식선택만큼은 정말 탁월했던 것 같다.
ㅋㅋㅋ 이게 다 복이지 복이야.. 암~~~

허기진 배를 다 채우고 나서도 비행기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다.
비도 어느정도 그친 것 같고해서 공항 근처에 있는 해안도로를 달려보기로 했다.







모가 그리 심각한가 어군.....ㅋㅋ



이 사진의 주제는  "섯물" 입니다...
결코... "여탕"이 주제가 아닙니다!!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니 이쁜 까페들이 모여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가 보이는 큰 통유리로 꾸며진 까페들이 해안도로를 따라 줄지어 있었다.
"바리스타" 가 어찌 까페를 그냥 지나쳐갈 수 있단 말인가...
그 중 가장 이쁘다고 생각된 곳을 한 곳 정해서 커피맛을 보기로 했다.




그래서 정해진 곳이 "닐모리동동"
이름도 이뻤고, 무엇보다 큼지막한 통유리로 되어있어 시원한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 있다는 것이 끌렸다.
외부에서 본 것 이상으로 내부는 더 아기자기하고 이뻤다.











더치아이스가 무려 5,000원 밖에 안하는 경이적인 일에 다른 메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ㅋㅋ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커피들도 있었기 때문에 이 곳을 방문한다면 흔하게 마실 수 있는 것보다
솜사탕 아포카토나 닐모리동동 스페셜 같은 걸 마셔보기를 추천한다.
(일단 가격이 너무 착하다!!!)
 



커피뿐만아니라 다른 먹거리들도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었고 주변에서 먹는 것들을 보니 그 퀼리티도 좋았다.
공항에 가기전에 시간이 남는다면 한번쯤 들려봄직한 장소로 추천한다! 





카페에서 분위기를 (혼자) 잡다보니 비행기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자전거를 포장도 해야되는 시간이 있기에 보통 체크인 하는 시간보다는 조금 더 일찍 도착해야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비행장의 활주로를 볼 수 있는 언덕을 발견했다.
시간이 아주 빡빡하지 않았기에 남들 다 찍는다는 비행기 사진도 몇장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무수히 많은 비행기들이 활주로에 내려 앉았는데...
불현듯..... 도대체... 몇대의 비행기가 지금 하늘을 날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거의 5분마나 한대씩 내려앉던데....



다시 가방을 추스리고 공항으로 향했다.
앞으로 약 9km 만 더 가면 3박 4일간의 즐거웠던 제주도여행이 끝이난다.

처음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첫 도착지인 삼성혈이 10km 남았다는 표지판을 봤을때
아,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막막한 마음이었는데 
여행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공항이 10km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니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좋은 만남과 이만 이별해야 되는 느낌?





마침 공항 가는 길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서 한장 찍었다.
고생한 나와 고생한 내 자전거 그리고 날 받아준 제주도...
Goodbye~~~



첫날 이 언덕을 오르면서 힘들다고 헥헥 거렸는데...
이제는 왠만한 언덕은 우습게 오를 정도로 변했다.



멀리 공항 관제탑이 보인다.
내 여행의 finish line.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드디어 길고 힘들고 즐겁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3박 4일간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무턱대고 FC서울의 제주 원정을 보러 가겠다는 일념하나로 추진된 여행.
어차피 혼자 갈 거 고생이나 좀 하자는 생각이 추가가 되어 자전거 여행이 되어버린 대책 없는 여행.
출발 이틀전까지 노숙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노숙하면 안보내준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부랴부랴 숙소를 잡았던 무계획의 여행...

하지만 3박4일의 제주도여행은 나에겐 정말 잊지 못할 기억과 추억을 만들어줬다.

과연 내가 계획한 루트는 다 돌 수 있을까? 중간에 포기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하루에 짧게는 50km 에서 길게는 100km 를 달리는 강행군도 이겨냈고
꼼꼼하게 루트를 정해서 거의 대부분의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었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눈앞에 펼쳐진 너무 좋은 경치와 숨겨져 있는 비경을 마주할 수 있었고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오로지 두 다리의 힘으로만 달리면서 무아지경의 경지에도 이르러봤고
그 무아지경 속에서 나에 대한 많은 생각들과 그 생각의 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더이상 모든지 쉽게 포기하던 예전의 내가 아니다!!!!!!! 
난 한단계 더 성장했다!!! ㅋㅋㅋㅋㅋ
(키는 안크더라....ㅡㅡ)

감동의 시간을 보내고 고생한 내 자전거를 비행기에 실어야 할 시간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어떻게 포장하고 싣는가에 대해 궁금해 할텐데... 아래 사진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제주공항 1층 구석에 수화물 보관소가 있다.
수화물 보관은 물론 포장서비스도 해주고 있다.(자전거는 15,000원)
보관소에다가 자전거포장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면 직원이 바로 처리해준다.




자전거 전부를 분해해야되는건 아니고 앞바퀴를 탈거하고 핸들바를 제껴주기만 하면 된다.
너무너무 고생한 내 자전거에게 드디어 안식이 주어졌다!!!!



포장박스는 자전거 전용박스가 아니고 박스 여러개를 엮어서 만드는 임시포장박스다.
하지만 자전거전용포장박스와 굉장히 비슷하게 만들어진다... 저분들 능력자다 ㅋㅋㅋ
왜 능력자인지는 DAY 1 포스팅에서 내가 한  자전거포장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것이 포장 완료된 모습...
이대로 체크인에 가서 (진에어의 경우) 1만원의 추가요금을 지불하면 비행기에 바로 실어준다.
*참고로 공구류는 체크인 카운터에서 따로 관리해서 부쳐준다.

체크인하고 비행기 시간이 약 1시간 정도 남아서 공항을 여기저기 방황하고 있다가 
잼있는 구역을 발견했다.

"작은박물관"

원체 박물관을 좋아하는 나로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
공항에 이런 좋은 구경거리가 있다는게 놀라웠다.
면세점 이런걸로 공항을 채우기 보다 이런 한국적인 구경거리고 공항을 채운다면 더 멋진 공항이 될 것이다.
 










4:55분 김포행 LJ318편.
저 비행기가 날 김포로 실어다 줄 것이다.



그렇게 4:55분은 되었고 비행기는 시간을 어기지 않고 바로 제주도를 떴다.
약 한시간 뒤... 제주도에서 날아온 비행기는 김포에 도착했다.

나에게 검은 팔뚝과 종아리를 선물한 8월의 뜨거운 여름 어느날의
꿈만 같던 내 3박 4일의 제주도 여행...

혼자여서 외로웠지만 혼자였기에 즐거웠고 가능했던 여행.

짧고도 긴 3박 4일 여정의 기록도 여기서 끝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