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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문화생활

전율. 그리고 감동 -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온 몸에 전율이 돋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까르띠에 쁘레송의 사진을 처음 대면했을 때 감정...

중앙박물관에서 조선왕조 의궤를 봤을 때 벅차오르던 감정...

어떠한 경험 속에서 굉장한 감동을 받을 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 샘솟는다.

얼마전 관람 했던 "백조의 호수"는 나에게 그런 가슴 벅찬 감동을 준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고 온 지 오래 지났지만 그때의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 뒤늦은 포스팅을 한다.


먼저 나처럼 백조의 호수 줄거리를 몰랐던 사람들도 있을거라 생각되어 간단히 백조의 호수 줄거리를 살펴보고 넘어간다.




사실 오페라극장을 가면서도 우리나라에서 발레를 얼마나 보겠어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더 대중적인 연극, 뮤지컬도 쉽게 소비하지 않는 나라에서 발레라니???

근데... 오페라극장에 도착해서는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닫는데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예매표를 받기 위해 길게 줄 서있던 사람들과 넓은 로비를 가득 메운 관객들.

적잖이 문화적 충격이었다....

아니... 어떻게.... 오히려 그동안 이런 공연을 보러 다니지 않은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난 지인의 초대로 갔던거라 긴 예매줄에 서지 않아도 되었고 

오랜만에 본 지인은.... 많이 헬쓱해졌다..ㅠㅠ 

(밥 꼬박꼬박 챙겨드시기를...)


두손에 꼭 쥐어준 초대권을 열어본 순간....

무려!!!! R석 초대권!!!!!!

그냥 뒷자리라도 좋지~~ 하고 갔는데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자리를 받았다.

자리가 얼마나 좋았냐면 발레리나들의 표정까지 볼 수 있었다.

(항상 좋은 공연을 선사해 주는 Joy 누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 드립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로비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오페라 극장 중앙 로비에 설치된 웅장한 백조의 호수 배너.

개인적으로 "백조의 호수" 폰트가 마음에 안든다. Swan Lake 는 참 이쁘구만...

어쨌든 대형 배너 하나로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신입사원 포즈로 한 장.

공연 보러 다니면서 이렇게 사진 찍힌 것도 처음인듯~^^;;;

이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기다려야 했던가 ㅋㅋㅋ

(언제쯤 사진찍으면서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을까?)



Today`s Cast.

4일간 공연이 이어지는데 그때 그때 캐스팅이 바뀐다고 한다.

공연자가 바뀌면 당연히 작품의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에 또다른 맛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 날 공연은 문외한 내가 보기에도 굉장히 깔끔하고 아름답게 이루어졌다.

특히나 광대역을 맡은 발레리노는 그 중 단연 돋보였다.

캐스팅보드에 그 이름이 안 써있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뒤늦게나마 공연자들의 정보를 얻고자 인터넷 서핑을 했으나 아무도 검색되지 않았다.)

다른 날짜의 공연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로비 한켠에 전시 되어있던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단 홍보배너.


이번 백조의 호수 내한 공연은 러시아의 노보시비르국립발레단이 맡게 되었다.

이 분야는 문외한이라 "노보시비르국립발레단" 이 어디지 했는데 세계 3대 발레단으로 상당히 유명한 발레단이었다.


1945년에 개관한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 발레극장은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과 더불어 러시아의 3대 오페라 발레극장으로 꼽힌다. 

오페라단, 발레단, 합창단, 오케스트라단이 상주하고 있으며 개관 이후 지금까지 150편의 레퍼토리를 선보였고, 

매년 5~6편의 초연작품을 제작하며 러시아와 외국 고전 작품이 주를 이룬 오페라 18편과 발레 15편을 고정 레퍼토리로 하고 있다. 







오페라극장 구석구석이 온통 백조의 호수로 가득했다.

로비 중앙에는 대형 백조의 호수 배너가 내려져 있었고 

로비 한 켠에 위치한 "Puccini Bar"의 철문은 "백조의 호수" 가 아름답게 래핑되어 있었고, 

그 옆으로 순백의 발레복과 토우슈즈가 아름답게 전시되어있었다.

극장전체가 발레부대가 된 느낌이었다.


극장을 여기저기 둘러보다보니 어느새 공연시작시간.

난생 처음 오페라극장 내부를 들어가 보게 되었다.



영화에서 보던.. TV 시상식장에서 보던 곳과 같은 웅장한 실내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내가 앉았던 A 13-3번 좌석.

왠지 기념해야만 할 거 같아서 한장 찍었다.



굉장히 높다고 표현해야 할까?

무려 4층까지 좌석이 있었고 그 한참 위로 천장이 있었다.

소리가 잘 퍼지게 하기 위해서 그런건가??



자리에 앉아서 한장.

(뒤에 아가씨가 V를 한다.... 아가씨... 같이 찍고 싶음 얘기를 하지...)

그나저나 사진으로 보니... 구부정하게 앉는구나... 의식적으로 등을 좀 펴야겠다.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극장 이곳저곳을 막 돌아다녔다.

무대 앞쪽을 가보니 이렇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었다.


공연 중 사진촬영은 오랑캐나 하는 짓이라 사진 한 장 없다.

하지만 그 아름답고 아름다웠던 공연은 평생 내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수많은 백조들이 군무를 추었고 그들의 춤에 넋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발레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고 해도 좋을 정도인 나로선 어떤 기술을 쓰고 있는 알 길은 없었지만

그들의 손짓과 발짓 몸짓 하나하나에서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때로는 신나게 때로는 슬프게 날개를 펄럭였고 그에 맞추어 음악은 그 박자를 달리 했다.

(창피하지만) 백조의 호수 줄거리를 모르고 봤던 나는 결말이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했고 

극도로 집중하여 주인공들의 표정하나하나를 읽어내려 노력했다.


정말 어떤 극찬을 한다해고 아깝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무대였고 

나에겐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첫 경험이었다.




마지막 커튼콜 모습.(때는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기립박수를 하게 되었고 무려 3번의 커튼콜을 하였다.

아쉬운건..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립박수에 인색하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되면 기립박수 정도 쳐줄 수 있는거 아닌가...

떼창이니 떼춤은 그렇게 잘하면서 떼박수에는 왜 그렇게 인색한지.....



어쨋든 약 2시간 30분의 길지만 짧았던 백조의 호수 공연이 끝이 났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내내 공연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또 언제 발레공연을 볼 수 있을지 기약은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 발레란 

가슴 뛰고 넋을 놓고 볼 정도로 황홀한 경험으로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다시한번 이런 좋은 공연을 보여준 Joy 누나에게 감사의 인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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