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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00일 글쓰기

카지노에 맡겨 놓은 돈

태생이 작은 마음이라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드러나 애초에 도박이라는 건 하지도 못하고 하지도 않았다.

딜러가 이길 수 밖에 없는 게임인데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들의 심정을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의지가 약하고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만 하는 바보같은 놀이라고 생각했다.


<이미지출처: http://www.mycitylife.com.au/venues/treasury-hotel-casino-brisbane/>


그렇게 믿고 살던 중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게 되었다.

평일에는 농장일을 일이 없는 주말에는 룸메이트들과 도시로 놀러를 나가며 시간을 보냈다.

브리즈번의 카지노는 놀러 나가면 꼭 들르는 곳이었다.

브리즈번 카지노에서는 누구든 10$을 내면 멤버쉽카드를 만들수 있었는데 

멤버십카드로 하루에 한 잔 탄산음료를 공짜로 마실 수 있었다. 

(물론 이 카드에 충전을 해서 머신을 돌리기도 한다.)


그렇게 카지노의 기본 목적과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된 도박의 세계.


지금 돌이켜보면 음료수를 공짜로 주는 것은 미끼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공짜 음료수를 받아 들고 속으로 '어리석은 사람들' 이라 말하며 카지노를 구경했다.

그렇게 몇 번 발을 들이다보니 카지노의 환경에 익숙해져갔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웅성웅성 현란한 내부.

점점 테이블의 게임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고 어느새 테이블 뒤에서 팔짱을 끼고 바라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미지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59937401@N07/5857823720>


도박이라는게 얼마나 무섭냐면 뒤에서 게임을 지켜보기만 해도 손에 땀이 흥건해진다.

그렇게 몸이 서서히 반응을 하다 결국 블랙잭 게임 테이블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처음엔 100$~200$ 따면서 '오!!! 만불 가즈아ㅏㅏㅏㅏㅏ' 라고 외쳤지만 

결국 내 돈은 전부 딜러에게 가져가고 난 빈털털이로 카지노를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엔 Limit 걸어놓은 100$ 이 깨져서 200$을 더 뽑아 게임을 한 날이 있었는데 

결국 그 날도 내 손엔 빈 공짜 음료수컵만 들려 있었다.


그 날 이후 난 카지노를 가도 더 이상 게임을 하지 않았다.

가끔 '블랙잭 한 판 해볼까' 라는 마음이 들면 테이블 뒤에서 게임을 지켜볼 때 땀으로 흥건했던 내 손을 떠올린다.


가끔 호주 패밀리들을 만나면 브리즈번에 200$ 맡겨놓은 거(라고 쓰고 털린거라고 읽는다) 찾으러 가야 한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 하지만 호주에 가게 되더라도 카지노 근처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


인생 경험 교육비로 200$이면 충분하니까.


-100일동안 글쓰기 마흔여덟번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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