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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00일 글쓰기

나중 뿔이 우뚝하다.


'나중 난 뿔이 우뚝하다.'


나중에 생긴 것이 먼저 것보다 훨씬 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우리나라 속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이나

뒤에 오는 사람이 두렵다는 후생가외(後生可畏)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


속담과 속담 풀이를 보고 곰곰히 생각해봤다.

뿔은 계속 자라나고 가장 나중에 난 뿔이 가장 높은 곳에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나중에 생긴 것이 먼저 것보다 낫다는 풀이가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해서 생각해본다면

'나중 난 뿔이 우뚝하다'는 속담이 과연 옳은 말인가 싶기도 하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나중 뿔'이 나기 위해선 원래 뿔이 나와야만 한다.

즉, 원래 뿔이 없었다면 나중 난 뿔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청출어람 청어람도 같은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푸른 색이 쪽빛보다 더 푸를지언정 쪽이 없었다면 푸른색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난 이 속담의 풀이를 다음과 같이 바꿔보고자 한다.


'앞서 생긴 것을 바탕으로 더 좋게 됨'


이렇게 바꾸고보니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 되는구나.


<이미지출처:https://blog.healthypets.com/products/why-your-dog-loves-antlers/>


앎의 양을 우쭐해하고 다른 이를 깔보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누구도 세상의 모든 지식을 통달할 수 없고 자기가 아는 앎의 영역은 극히 일부일텐데

마치 모든 것을 통달한 양 우쭐대고 과시한다.

하지만 그 역시도 선대의 '앎'을 알고 난 후 현재의 '앎'을 더 했을 뿐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던가?

나중 난 뿔이 우뚝할 수는 있겠지만 그 뿔이 우뚝할 수 있게 받치고 서 있는 건 

전에 난 뿔임을 잊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결국 먼저 깎이는 뿔은 나중에 난 뿔이다.


-100일동안 글쓰기 서른아홉번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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