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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문화생활

델피르와 친구들

2011년 구정... 이 황금같은 휴일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다영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첫 날..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전시회 투어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림미술관에서 하는 "디터람스전" 도 보고 싶었고...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훈데르트바사전"도 보고 싶었지만...

다른 전시회를 다 제쳐두고 제가 선택한 전시회는 "델피르와 친구들 사진전"이었습니다.
단 하나의 이유...."앙리 까르티에 쁘레송" 사진을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물론 사진전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구요...
아무래도 사진찍는 걸 취미로 하다보니 자연스레 사진전시회를 다니게 되더군요...

이유가 어찌되었든... 설 연휴 첫 날..
전 델피르라는 사람... 그리고 쁘레송을 만나기 위해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습니다.



전시 관람료는 10,000원... 여타 다른 전시보다는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기존의 다른 사진전시회에 비해서도 저렴한 편이었구요...
스마트폰에서 예매를 하면 20% 할인 해주는 이벤트도 있었지만, 해당되는 카드가 없어서 제 값 다 내고 봤습니다.


솔직히 델피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 중에도 제가 아는 사람은 단 세 명 뿐이었습니다.
"앙리 까르띠에 쁘레송", "헬뮤트 뉴턴", "박재승"
그래서였을까요? 새로운 사진가를 만난다는 설레임과 쁘레송의 사진을 본다는 설레임으로 입장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설레임과는 다르게.... 저에겐 실망 뿐인 사진전이었습니다.
"델피르와 친구들" 을 관람하고자 준비중이신 분은 제 포스팅으로 인해 그 계획을 접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전... 이 사진전이 정말로 "사진전" 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명과 동선 프레임 얘기는 차치하더라도....
그렇게 내세우던 친구들의 사진은 몇장 안되고... 전시의 절반은 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물론... 그것들이 "사진집" 이라 "사진전" 이라는 말을 써도 무방하겠지만
제가 관람을 마치고 나온 후 머리속에서 맴돈건...."이게 도서전이야? 사진전이야?"였습니다.
심지어... 전시 작품 바로 앞에 사진집을  진열해놓고 관람할 수도 있게 해놨습니다.
이게 뭐 나쁜 거냐구요? 사진집 보여주는 것도 전시의 일환아니냐구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런 사진집을 볼 기회는 흔하지 않고 구매하기엔 너무 비싼...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전시 작품 앞에 떡하니 놔두고 보라고 하면... 사진집을 보는 사람이야 즐겁겠지만...
그 뒤에서 전시 작품을 보는 사람은... 짜증 납니다.....ㅡㅡ;;

두번째로... 전시장 내 조명은 지금까지 다녀본 전시회 중 최악이었습니다...
정말.. 중간에 Staff을 불러서 항의하고 싶을 지경이었으니까요...

루돌넷님의 사이트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http://rudol.net/article.asp?article=9219

<루돌넷님의 블로그에서 실어온 사진입니다.>


보통의 사진전.. 아니.. 전시회라면 위와 같은 조명을 씁니다.
제가 전시회디렉터가 아니라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저런 조명을 쓰면 더 집중되는 효과를 주는 거 같더군요...
하지만... 델피르와친구들 전시장 내부는 천장에 온통 형광등이더군요...
물론 불투명하게 커버를 해놓긴 했지만... 그 빛이 그대로 전시작품에 비치더군요...
그말인즉슨... 전시작품 액자에 빛이 반사 된다는 얘기입니다... 전시작품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얘기인거죠...
사진 그대로를 봐야되는데 빛이 반사되고 천장이 반사되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최적의 위치를 찾아야했습니다....
이게 가장.... 짜증나고.. 안타깝더군요....
전 사진전을 다니면 작품 하나하나 들여다보고는 조금은 떨어져서 사진 전체를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인물사진이면 주인공과 눈을 맞추고.. 자연 혹은 사물... 사건이라면 제가 작가가 된 기분을 사진을 마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단 한번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참 안타깝더군요...

세번째로..... 동선이 참....거식거식하더군요...
바닥에 전시 동선이 화살표로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이는 전시디렉터가 짜놓은 전시계획에 맞추어 관람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전시회에 가면 이런 동선을 지키려고하고 동선대로 관람을 하면 가장 훌륭한 관람이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델피르전은.... 뭐랄까...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이라고 해야될까요?
갑자기 전시장 가운데를 가로 지르지를 않나... 전시장 가운데서 한바퀴 돌라는 표시가 있지를 않나...
게다가 동선대로 움직이면서 작품을 관람했더니 맨 마지막에 전시구역 설명이 나타나더군요...
보통은 전시구역 설명을 하고나서 작품을 관람하도록 되어있죠...
하지만... 델피르전은 어떨때는 전시구역 설명이 먼저 나오고.. 어떨때는 나중에 나오고 하더군요....
전.. 분명 동선대로 걸었는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작품을 대하는 방식이랄까? 태도랄까?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사진전은 작가와의 대화라고해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어떤 의도로 이 장면을 포착했는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답하는 과정이 수없이 일어나는 곳이 사진전시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사진을 편안히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고 각 작품의 공간은 서로가 겹치지 않게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델피르전은... 마치 동대문시장 밀리오레의 수많은 상점들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마티즈에 성인 10명을 우겨 넣은듯한 느낌...
사진을 온전히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작품하나하나 보기 위해선 작품에 코를 박고 볼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야 했습니다.
한발 떨어져서 사진을 마주하려고 하면 옆의 사진이 끼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각 코너 가까이까지 작품이 전시가 되어서 관람객들끼리 관람하는 방향이 겹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내세우던 델피르의 친구들....
분명 작품 상단에 작가의 이름을 붙여놓아서 이 작품은 이 사람 작품이구나 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구역을 나누지 않아서 A라는 작가의 사진인 줄 알고 봤는데 자세히 보니 다른 사람의 작품이더군요...
그런게 모든 친구들의 사진에서 벌어졌습니다.

또한.... 일부러 그러신건지는 모르겠으나.... 사진 자체에 압정을 박아서 전시한 것도 있더군요....
물론 그 사진은 작가의 작픔이 아닌 것처럼 보였으나.... 사진 자체에 압정을 박아 전시한건.. 정말 쇼킹했습니다.
판넬이라도 해서 전시하시지....
어떤 작가의 작품 역시 액자에 끼워지지 않은채 그냥 전시해 놓았더군요.....
그리고 어떤 작품은 설명이 아크릴 보호대 밑에 가려져서 안보이는 것도 있구요....


너무 악담만 늘어놓았나요?
검색을 해보니까 모든 블로그에서 너무 가볼 만한 전시회라고 얘기들 하시더군요...
기호는 개인마다 다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분들의 의견 역시 존중합니다.
다만 전 안좋은 부분을 더 많이 보고 온 것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직접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본 다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특히나 저에게 쁘레송의 사진을 직접 대면한다는 것은 항상 가슴벅차는 일입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한 곳도 쁘레송의 사진 앞이었으니까요.
세상에 나쁜 전시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지하철역, 야외전시 모두 훌륭한 전시회임에 틀림없습니다.
델피르전 역시 좋은 전시회입니다.
하지만 좋은 전시를 최고의 전시로 끌어올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던 것이 아쉬운 것 뿐입니다.

설 연휴인데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즐거운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비록 제 포스팅이 굉장히 비판적이지만... 분명한 건 가서 볼 만한 전시라는 것입니다.

다른 블로그들에는 전시 작품들이 많이 올라와 있더군요...
그래서 전 이 포스팅의 마지막을 전시 작품 외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이미지들을 찾다가 http://www.flickr.com/photos/diesadquem/page18/ 이런 링크를 찾게 되었네요...
그 중에 http://www.flickr.com/photos/diesadquem/3722539019/  이 사진이 제가 위에서 지적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작품 사진 앞에 사진집 놓아두기...
하지만 제가 지적한 내용과는 조금 다른데요... 작품 대각선에 사진집을 놓아서 관람에 방해가 안되게 내놓았다는거죠....
그리고.. 이 전시회장의 분위기가 제가 딱 원하는 분위기네요..
사진은 일렬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전시하고, 전시장 내 조명은 은은하게....
왜 한국에서는 이렇게 안했을까요....
이 사진 보니 더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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