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군...태안 봉사활동을 다녀오다!!!!

재앙은 어이없는 실수로 시작되었다.....

2007년 12월 7일....
14만6848t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 와
해상크레인을 실은 삼성중공업 소속 1만1800t급 부선이 충돌했다.
이로 인해 '허베이 스피리트' 의 오일탱크에 구멍이 났고.....
이를 통해 기름이 유출되었다.... 무려 1만 5000t .....
1995년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사건의 두배에 해당 되는 양..
당시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사건 당시 언론은 대재앙이라는 말을 붙이곤 했다.
이 얼마나 참혹한 재앙이란 말인가...

사건초반.. 정부는 기름의 유출속도가 느릴것이라 판단했지만....
서해의 빠른 조수와 바람의 영향으로 정부가 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일찍 기름이 확산되었다...
이로써 초기 방제에 실패하게 되었고...
그 결과 기름은 빠르게 태안일대를 뒤덮어버렸다...

그리고 그 피해는 현재 서해안 뿐만 아니라 남해에까지 이르렀으며...
제주도에도 그 피해가 시작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을때....
이 사건은 더더욱 크게 발전될 것이라 예상 된다...

두척의 배가 만들어낸 바보같은 실수와....
정부가 빚어낸 초기방제의 실패...
각 기관이 만들어낸 초기대응 실패...
이 세가지는 사상 초유의 기름유출 사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하나였다...
IMF때 금모으기 운동...
2002 한국월드컵 광화문 응원....
나라가 힘들때... 나라가 즐거울때... 우리 국민은 선뜻 하나가 되었고..
이런 국민성은 전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대한민국의 것이 되었다...
그리고 2007년.... 그 모습이 다시 재연되었다....
사건이 발생한지 약 한달만에 자원봉사자의 수가 60만명이 넘었다....
그 누구하나 시키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헌옷을 보내고...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구역질나는 기름 냄새를 참아가며 기름을 닦아낸 사람들....
눈이 오건 비가 오건...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불건...
60만이라는 자원봉사자들은 12월 7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바다에서 사투를 벌였다....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션군 역시 자원봉사에 참여하고자 하였다...
자원봉사 참여도가 낮은 나로서는 혼자가는 것이 살짝 어색하여
MSP 친구들에게 함께 할 것을 제의했지만...
다들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던 중...
중석이 형님한테서 반가운 메일이 날아들었다...

후훗... 이런 좋은 기회가 있다니....
난 다른 스케쥴따위는 다 뒤로 밀어버리고 참가신청서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바로 오늘 2008년 1월 11일....
태안의 모항항에서 뜻깊은 자원봉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오전 6시 정각에 출발한다는 얘기는 나에게는 완전 압박이었다...
창동에서 선릉까지는 지하철로 약 1시간 거리..  버스로는 가보질 않아서 모르겠고...
근데... 지하철 첫차는 5시 32분... 도저히 6시에 맞추지 못하는 시간이었다...
네이버로 검색해본 결과 노원역에서 선릉으로 가는 버스가 새벽 4시 30분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새벽 4시 30분..... 도저히 일어날 자신이 없었다.... 그냥 밤을 샜다...ㅡㅡ;;
버스는 어김없이 정시에 도착하였고...
새벽 공기를 가르며 무섭게 질주하여 단 40분만에 선릉에 도착하였다..
민혜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날씨가 쌀쌀한 관계로 마이크로소프트 5층 사무실에 올라가 있기로 했다(하지만 문은 닫혀있었다...ㅜㅜ)

기업이 사회활동을 하는 것을 처음 목격한 나로서는 이 취지가 너무 고마웠다...
게다가 기업차원이 아닌 사우회가 주가 되어 움직이는 정말로 살아있는 자원봉사활동...
MS의 이미지가 약 100% 이상 좋아졌다....

시간이 지나고 6시가 가까워오자 한명씩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션군, 승철, 유나, 민혜, 용택, 성혜, 민희, 소민, 다솔, 의복, 민지, 형수...
총 12명의 MSP들이 이번 자원봉사에 참가하였다...

정해진 버스에 올라탄 후 드디어 태안으로 가는 시동을 걸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출발가 동시에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서울에는 눈이 엄청 왔다고 하지만... 태안에서는 비를 맞으며 봉사활동을 했다...
3시간이 지나고나서 우리는 "모항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은 관계로 작업의 수행여부를 확인하지 못해서 버스에서 한시간정도를 대기했다.

대기하는 동안 바다를 보기 위해 잠시 버스에서 내렸다.
그동안의 노력때문에 바다는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검은 기름은 보이지 않았고 예전의 바다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무지개빛을 띄며 다가오는 기름띠를 발견했을때..
결코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작업을 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고 나서야 버스에서 내려 방제용품을 받을 수 있었다.
고무장갑과 장화, 마스크, 방제복을 배부받고 서둘러 챙겨입었다.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들어가기 전에 site(작업장)입구에서
안내원으로 보이시는 할아버지께서 몇가지 말씀을 해주셨다..
그분의 말속에 자원봉사자들에게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분도 서해바다를 누비며 다니시던 어부이셨을텐데...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으신 분에게 너무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근데 오히려 우리에게 고마워 하시다니.. 가슴이 찡했다..

드디어 site로의 입장...
오늘의 주된 업무는 바위와 자갈등에 붙어있는 기름찌꺼기를 닦아내는 일이었다.
어렵거나 힘든일은 절대 아니었다.
다만 돌틈사이에 낀 기름을 닦아내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이 드는 일이었다.

이미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다녀갔을 이 길에 또다시 수많은 발자국이 생겼다..
그리고 내일 또 더 많은 발자국이 생길 것이다...
나도 이곳에 내 발자국을 남길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자리를 잡고 작업을 하면서 참 많은 가슴 뭉클한 일들을 겪었다..
기름기가 둥둥 떠다니는 웅덩이에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불가사리들과...
기름으로 뒤범벅이 된 바닥에서 꿈틀꿈틀 기어나오는 자그마한 개들...
기름투성이인 바위를 옮겨다니는 소라게들....
힘겨운 삶을 살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팠다...
인간의 실수로 인한 자연의 파괴....
너무나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의 작업은 11시에 시작하여 3시 30분까지 이루어졌다..
(Tip.서해의 경우 밀물과 썰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물이 빠진 간조시간에만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오전작업을 1시쯤에 마치고나서 점심을 먹기 위해 site를 나왔다...
site를 나오는 순간 아름다운 광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자원봉사자.....
배고프고 허기졌을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제공해주시는 자원봉사자들...
비록 기름 닦는 일은 하지 않으시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내눈에는 너무나 아름다워보였다....
원불교에서 나오셨다는 자원봉사단체는 밥 뿐만아니라
오뎅국, 컵라면, 빵, 음료수, 커피 등을 제공해주었다.
(자원봉사자중에 봉사를 하러왔지 받으러 온게 아니라며 식사를 직접 챙겨오는 분도 있다고 한다.)

난 염치불문하고 제공되는 모든 음식을 먹고 왔다...
먹은 만큼 힘을 낼 수 있으니까....
그중에 사진에 있는 육계장인듯한 저 음식은 정말 최고의 만찬이었다...
물론 컵라면도 빵도 모두 맛있었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서 오후 작업을 하기 위해 site로 들어갔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오늘 모인 인원이 사건이루 최대의 인원이 모인 날이라고 한다.
MS에서만 150명이 왔으니...
내가 놀란 것은 그 인원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그 수많은 인원들이 각자 자기의 자리에 앉아서 한마디 불평도 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 일에 그 누구라도 할 것도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오후작업을 할 작업장은 오전의 작업장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형편 없는 곳이었다...
심한 기름냄새와 온통 기름투성이인 바위... 자갈....
이제서야 기름유출이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포크레인이 흙을 파내면 시커먼 기름 웅덩이가 만들어졌고...
삽으로 흙을 파내면 원유처럼 기름이 솟아났다...
흡착포나 걸레로 바위나 흙을 닦아내면 금새 더러워져 새로운 것으로 교체해야만 했다.

정말 심각할 정도의 상황이었다...
닦아도 닦아도 깨끗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바위와 자갈...
파기만하면 나오는 기름 웅덩이...
절대 이길수 없는 싸움 같았다...

하지만.... 그 누구하나 포기 하지 않았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흡착포를 들고 바위를 닦는 사람은 이 바위만큼은 깨끗하게 만들겠다라는 생각으로...
흙을 닦는 사람은 내가 앉아있는 이곳만이라도 깨끗하게 만들겠다라는 생각으로 일했다..

시간은 흘르고 결국 만조시간이 가까워져 작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사용한 흡착포등을 site 밖으로 옮겼다.

어마어마한 양의 자루들이 입구에 산을 이루고 있었다...
벌써 한달.....
한달동안 매일 이만큼의 양이 모이고 없어졌을 것이다....
엄청난 싸움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처음보다 굉장히 깨끗해진 바다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용한 방제용품들은 전부 반납하였다.
아마도 잘 닦아서 재활용을 하는듯 했다.
고무장갑이며 장화, 방제복등....
그렇게 쌓여있는 물품들을 보고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 누군가가 다녀갔을 오늘 내가 있는 이곳에 내일 누군가가 다녀갈 것이다...
그렇게 한명한명이 모여서 벌써 60만명이라는 수가 모였다...
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이 아닌가?

옷가지들을 반납하기전에 같이 왔던 MSP동기들하고 기념사진을 몇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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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오늘 나의 활동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함께했던 다른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6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다녀갈 사람들...
그들이 모여 만들어낼 힘은 믿게 되었고.. 이 싸움을 꼭 이길 것이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서울로 출발하기전...
아침에 가보았던 선착장에 다시 가보았다.
선장님이 나오셔서 배를 둘러보고 계셨다...
벌써 한달째 출항을 못하셨을 선장님...
왠지 그 어깨가 무거워보였다....
하루빨리 이 싸움이 끝나서 활기찬 표정으로 배의 시동을 거시고...
시끄러운 엔진소리를 내며 넓은 바다로 출항하시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점심 겸 저녁으로 삼계탕을 먹었다...
덤으로 충청도의 소주도 먹을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추운날씨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자기의 일을 했던 MSP들..
왜 이들이 대단한 사람들이고 MSP가 될 수 밖에 없는지 또다시 확인 할 수 있는 날이었다.
난 그들 나이때 무엇을하며 살아왔을까???
참 대단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내 개인적으로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오늘의 자원봉사가 그냥 봉사가 아니라 내가 느꼈던 무언가처럼
이들도 무언가 느낀 날이었기를 바란다.

이렇게 태안자원봉사는 끝이 났다..
이번 한번이 아니라 앞으로 자주 찾아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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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웠던 점.....(이말은 꼭 하고 넘어가야겠어...)

HS대.... 단체로 봉사활동 하러 오셨다.... 그것도 사회복지학과같은 곳에서...
물론 열심히 활동한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사진찍고 깔깔대고 웃고... 봉사활동하러 왔는지 패션쇼하러 왔는지 모를 패션에...
도대체 왜 온건지... 오기 싫음 오질 말든가...
예의가 아닌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못하는걸까???
참 한심하다... 그대들이 그대들 학교 망신을 다 시키고 왔다는 사실... 기억하게나..
덕분에 열심히 활동한 사람들까지 욕먹였다네...

또 한가지....
site내에서의 흡연....
얼마전 연예인 '붐'이 자원봉사 갔다가 흡연하는 바람에 구설수에 올라 사과까지했다...
물론 담배불로 불 붙을 기름은 아니다.. 발화점이 높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정도는 예의 아닌가?
MS 직원분들중에도 계셨고 학생들중에도 있었다...
정 피고 싶음 site 밖에서 피고 오는게 예의 아닐까???
어떻게 그곳에서 담배를 필 생각을 하시는지... 원...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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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꼬리...

앞으로 자원봉사가실 분들은... 젓가락등의 뾰족하고 긴 물건등을 챙겨서 가세요...
구석구석 닦을려면 그게 제일 좋습니다!!!!
그리고 장화가 없어서... 장갑이 없어서라는 핑계로 안가신 분이 계시다면....
그냥 가세요... 다 빌려줍니다.. 공짜로....


뱀꼬리 2..

삼성..... 니들이 이러면 안된다...
니들 책임이건 아니건 간에... 어쨌든 삼성중공업 딱지가 붙은 배가 충돌했으면...
이건희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삼성중공업 사장은 직접 나와서 사죄하는게 인간적인거 아냐?
한달이 넘도록 니들이 한게 뭐가 있는거야!!!!
회사직원들 보내서 자원봉사시킨거???
그런거 말고 좀더 구체적이고 원론적인 무언가를 내보이란 말야...
니들.... 요즘 힘든거 아는데 계속 이딴식으로 하면...
절대 GE 같은 기업이 될 수 없다는 거 잊지말아라!!!!